‘2013 아시아나 사고’ 이후에도 독립성 논란
입법조사처 “국토부 상임위원 제한 등 개선 필요”
5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참사 현장 사고 여객기 꼬리 날개에 방수포가 덮여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무안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조사를 ‘셀프 조사’라고 비판하면서, 사고 조사 과정의 독립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유족대표단은 사고 원인으로 추정되는 콘크리트 둔덕 설치, 조류 충돌 등을 둘러싼 공항 입지 및 관리 논란에 국토부가 개입된 만큼 “중립성과 독립성이 확보된 별도 조사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장관이 지휘하는 구조가 아니다’며 사조위의 독립성이 보장된다고 해명했지만, 사조위가 국토부 산하 조직이고 현직 관계자가 상임위원으로 활동한다는 점은 분명해 조사 진행 과정 중 관련 잡음은 지속될 전망이다.
6일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사조위 항공 분과 소속으로는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이 상임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고, 장만희 조사위원장은 전 국토부 항공교통본부장, 항공조사팀장도 국토부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과정 및 최종보고서 심의에 국토부 의견이 개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유족대표단 측은 이에 조사 과정에 유족 참여를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국토부에선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항공철도 사고조사법은 조사단 구성 시 사고 당사자 및 이해관계자는 제척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2013년 ‘아시아나 여객기 사고’ 당시 불거졌던 사조위의 독립성 추진이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19대 국회였던 지난 2014년 10월 사조위를 국토부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바꾸고, 위원장은 정무직, 상임위원은 국토부 소속이 아닌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으로 임명하는 내용의 ‘항공철도 사고조사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를 대표로 발의한 부좌현 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은 “사조위 위원장은 비상임이며, 12인 위원 중 상임위원 2인이 국토부 실·국장으로 돼 있어 위원회 독립성과 자율성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고 의안 제안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국토교통위원회 가결도 거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4년 뒤인 2018년 11월 박완수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또한 사조위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변경하고 상임위원 2명을 국토부가 아닌 정무직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이 역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국회에서 처음 이러한 내용의 법 개정안 추진 움직임이 나타나게 된 건 3명의 사망자와 180여 명의 부상자를 낸 2013년 7월 아시아나 샌프란시스코 공항 사고 이후 사조위 활동에 대한 독립성 논란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같은 해 조종사 2명이 사망한 삼성동 아이파크 헬기 충돌 사고도 발생하며 피조사 대상인 국토부 산하 조직이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것이 맞냐는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입법조사처도 2014년 7월 ‘항공사고조사제도의 쟁점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사고조사보고서를 채택하고 권고사항을 결정하는 위원회 12인 중 유일한 상임위원 2인이 항공규제 당국인 국토부 항공정책실장과 철도국장”이라며 “위원장은 무보수 비상임직으로 사고조사보고서와 안전권고의 절차상 채택 외에는 실질적 권한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이며, 위원회와 사무국의 모든 운영이 국토부 순환보직인 사무장급(서기관급)이 총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적으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항공사고조사위원장이 무보수 비상임직인 경우는 찾기 힘들다”며 “국토부 실·국장의 사조위 상임위원 겸임 제한과 사조위 인사의 독립 등이 우선적으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 원인 규명뿐 아니라 조사의 공정성, 객관성 확보도 사조위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열 사조위 조사단장은 지난 3일 “사조위는 법률에 따라 독립된 조직으로 한 점의 의혹이 없도록 사고조사를 하겠다”며 “향후 유족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사고조사 과정에서 공청회 등 과정을 투명히 공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