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역직구’ 접는 면세업계, 왜? [언박싱]

롯데·신라·신세계免 최근 역직구 서비스 종료
관세청, 2023년 5월 역직구 ‘상시’ 허용 전환
역직구 수요 감소·판매 품목 제한 등 한계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구역에서 공항 이용객이 오가고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면세업계가 해외 거주 외국인에게 국산 면세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역직구’ 사업을 접고 있다. 매출 효과가 크지 않고, 엔데믹 이후 하늘길이 열리며 역직구 수요가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7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신라·신세계 등 면세점은 최근 잇달아 역직구 사업을 종료했다. 현재 주요 면세점 4곳 가운데 현대면세점만이 중화권을 겨냥한 역직구몰인 ‘H글로벌몰’을 운영 중이다.

앞서 관세청은 2022년 3월 ‘시내 보세 판매장 국산품 온라인 해외 판매 운영 지침’을 마련하고, 국내 면세점의 국산품 온라인 해외 판매를 제도화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7월부터 로나19 여파로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던 면세업계에 대한 역직구 사업이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당시 면세점은 중국의 엄격한 정책으로 단체 여행객(유커)과 보따리상(다이궁) 수요가 없는 상태였다.

정부 지원을 받은 각 업체는 역직구 플랫폼을 선보이며 해외에 거주하는 소비자를 공략했다. 이어 약 1년 뒤인 2023년 5월 관세청은 역직구 허용 지침을 ‘한시’에서 ‘상시’로 변경하며 힘을 보탰다. 관세청 관계자는 “면세업계가 겪는 어려움을 고려해 역직구 허용 지침을 상시로 변경했다”라며 “경영 환경을 예측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역직구 상시화 이후에도 면세업계는 매출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역직구 플랫폼이 활성화됐던 이유는 코로나19로 관광이 제한된 영향이 컸다. 지금은 국가 간 관광이 다시 활성화된 상태로, 온라인 역직구 수요가 줄었다는 설명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외국인이 한국에 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면세품을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재 필요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재고 소진 일환으로 역직구를 시작했지만, 홍보와 흥행이 잘 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실제 그간 면세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재고는 여전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제품에 걸린 제한도 발목을 잡았다. 뷰티, 패션, 건강기능식품 등 ‘한국 상품’만 판매할 수 있었다. 다른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점에 있는 모든 제품을 팔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며 “한국 제품만 팔 수 있어 한계가 있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면세점이 운영하는 역직구 플랫폼 외의 판매 채널의 경쟁이 심화한 영향도 있었다. 특히 쇼피, 아마존 등 한류를 타고 인기가 급상승한 글로벌 업체들이 대항마로 떠올랐다.

해외 역직구 시장의 성장성이 불투명하다는 시각도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2024 유통물류 통계집’에 따르면 해외 역직구 규모는 2014년 7000억원에서 2019년 6조원까지 급증했다가, 성장세가 꺾이며 2023년 1조7000억원까지 축소됐다. 2023년 기준 해외 직구와 역직구 간 거래액 격차는 5조 원에 달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면세점 불황이 지속되던 시기에 역직구는 하나의 활로였지만, 지금은 큰 효과가 없는 전략으로 전락했다”며 “사업 방향을 다변화해 수익을 개선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