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기술 빨리 발전해 깜짝 놀라”
‘볼리’ 5~6월 한·미 출시, 구독도 연계
AI·로봇·의료·공조분야 M&A 꾸준히 시도
4분기 실적 부진…“선대회장 말씀 새겨”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 현장에서 열린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헤럴드경제(라스베이거스)=김현일 기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로봇 사업은 아직 시작 단계에 있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새로운 기술과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바탕으로 선도 기업들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한종희 부회장은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25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약 90분에 걸쳐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삼성전자가 최근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로봇 사업에 질문이 집중됐다.
한 부회장은 “로봇 관련 기술은 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빨리 발전하고 있다”며 “새로운 기술을 유연하게 접목시켜 나가면 우리도 충분히 승산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로봇 분야에서 그렇게 빠르다고 볼 수는 없다”고 인정하면서도 “로봇은 미래 성장을 위한 중요한 포인트”라고 재차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특히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생성형 AI ‘삼성 가우스’를 언급하며 “내부적으로 가우스를 좀 더 발전시켜서 삼성전자에 맞는 차별화된 AI를 (로봇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지금 가고 있다”고 밝혔다.
CES 2025가 열리고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의 삼성전자 전시관 모습. [삼성전자 제공] |
앞서 삼성전자는 국내 로봇 전문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해 보유 중인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을 행사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품은 삼성전자는 그동안 축적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역량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에 본격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한 부회장은 로봇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는 기업으로 테슬라와 피규어AI를 꼽으며 “저희도 투자를 해서 기술력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추가 M&A 가능성도 언급했다.
다만 한 부회장은 “M&A 시장에 국가까지 개입하는 경우가 있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라며 녹록지 않음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한 부회장은 “어렵지만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며 “AI와 로봇을 비롯해 메디테크, 공조 분야에서 꾸준히 M&A를 하기 위해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이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 현장에서 열린 국내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
지난해 12월부터 새롭게 시작한 가전 구독사업의 확장 계획도 내놨다.
한 부회장은 “구독사업은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게 해주자는 취지”라며 “늦게 시작했지만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이번 달부터 새롭게 구독을 시작하는 제품도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구독 모델이 새롭게 도입되는 제품군에 모바일 기기와 올해 상반기 출시 예정인 AI 로봇 집사 ‘볼리’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전날 열린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볼리를 올해 상반기 출시한다고 깜짝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 배석한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한국과 미국에서 올 5~6월 출시를 예상하고 있다”며 “가격은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에 대해 한 부회장은 “시장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낮게 나온 것이 맞다”면서도 “그것을 중심으로 한 발짝 뛸 수 있는 계기가 된 거 같다”고 말했다.
안팎에서 제기되는 ‘삼성 위기론’에 대해선 “(이건희) 선대회장이 ‘지금 하는 사업이 10년 뒤에도 성장할 거라 생각하지 마라’고 하신 말씀을 경영진들은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이재용) 회장이 ‘세상에 없던 기술’을 화두로 던졌는데 아마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는 그러한 (세상에 없는) 제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달 20일 출범하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부과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질문엔 “삼성은 공장이 꽤 많고 어느 한 군데에 집중되지 않았다”며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공급망)이 잘 돼 있기 때문에 무리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