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전인 1946년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가격으로 제시한 1억달러(약 1454억원)에서 1만7000배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그린란드, 캐나다, 파나마를 향한 영토확장 야욕이 전혀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트럼프 당선인을 통해 그동안 숨겨뒀던 미국의 본심이 드러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트럼프 당선인의 구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는 1913~1921년 재임한 우드로 윌슨 전 미국 대통령이 썼던 말이다. 윌슨 대통령은 재임 중 미국을 유럽에서 발생한 1차대전에서 벗어나게 하겠다며 ‘고립주의’를 표방했다.
고립주의란 미국 국익을 위해 미국 외 다른 나라 사정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외교 기조로, 주로 미국의 보수 진영이 채택한다. 진보 진영의 국제주의 또는 개입주의와 대척점에 있다.
70여년 전 그린란드를 매입하고자 했던 해리 트루먼 대통령(1945~1953 재임)은 민주당 소속으로, 트루먼 독트린을 선언한 개입주의자였다. 트루먼 독트린이란 공산주의 확산을 막고자 세계 각국에 군사·경제적 원조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6.25 전쟁 당시 미군의 한국 파병도 트루먼 대통령 재임 중 이뤄졌다.
공화당 소속인 우드로 윌슨의 ‘미국 우선주의’는 고립주의를 지향했지만, 미국 국익 우선주의자로서 재임 중 아이티,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에 대해서는 개입주의 경향을 보였다. 공화당 소속 대통령 당선인인 트럼프 역시 윌슨과 유사한 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보수당 고립주의의 연장선상에서 그린란드 매입, 캐나다 합병, 파나마 운하 운영권 반환 등이 트럼프 당선인에 의해 적극적으로 개진되고 있다.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는 자유 민주주의 진영의 리더이자 ‘세계의 경찰’로서 미국의 군사력 행사는 최대한 자제하되,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구현될 것임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런 주장은 매우 갑작스럽다. 공화당 내 중진들 다수가 이런 의제를 진지하게 논의한 적이 없었다며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더힐’은 지난 5일 “그린란드와 파나마에 대한 트럼프의 야망은 공화당의 의심에 직면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곧 취임할 국정 최고 책임자의 거대한 구상이 테이블에 올려져 있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머리를 싸매고 고민에 빠져 있다”면서 “공화당 의원들은 그린란드를 편입하겠다는 구상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지만,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 이 문제를 논의할 생각은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존 코린 상원의원(공화당, 텍사스주)은 “트럼프 당선인이 말한 것 외에는 그런 논의를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당선인의 의중이 무엇인지 기꺼이 들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이와 관련된 세부 계획이 국회에 보고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이런 행보는 지지자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관심을 외부로 돌려 지지율 끌어올리기에는 최적의 카드가 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타국 영토를 침범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천재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의 전망이 주목할 만하다. 강 명예교수는 “제1차 세계대전에 환멸을 느낀 미국인들이 고립주의로 돌아선 결과는 제2차 세계대전이었다. 미국은 국제 문제를 피할 수 없다. 미국의 고립주의는 천하대란을 유발하고 방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트럼프의 고립주의 정책 역시 미국에겐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