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경험 덕에 능수능란 총격전 가능
일본 성인물 업로드 논란 “무겁고 죄송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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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징어게임 시즌2의 새로운 캐릭터인 특전사 출신 트랜스젠더 ‘현주’를 연기한 배우 박성훈을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넷플릭스 제공]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저는 누나 둘 밑에서 자란 막내아들이었고, 실제로 숨기고 살아온 여성스러운 부분들이 많거든요. (황동혁 감독님이)무당이 꿰뚫어 본 것처럼 어떻게 저한테서 (오징어게임2의)현주의 모습을 본 걸까 놀랐어요.”
‘오징어게임2’ 등장인물 중 가장 사랑받는 캐릭터 ‘현주’를 매끄럽게 소화해 낸 배우 박성훈을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지난 2022년 넷플릭스 ‘더글로리’에서 전재준 역으로 전국민 머릿속에 각인됐던 그가 또 한 번 강한 캐릭터인 특전사 출신 MTF(Male To Female, 트랜스 여성) 역을 맡았기에 다양한 배우 개그, 밈(meme, 인터넷 짤) 등이 생겨났다. 팬들은 ‘재준언니’·‘재준누나’· ‘전(재준)현주’ 등 두 배역을 섞어서 호명하기도 한다.
일명 ‘본명을 잃은 배우’라는 자타공인 수식어가 붙고 있는 박성훈이다. 그는 “전재준이라고 불러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그전까지는 박성훈이라는 배우를 설명하려면 여러 가지 수식어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어떤 작품에 어느 역 한, 걔 있잖아’ 이런 식으로요. 근데 이젠 단 세 음절로 제가 설명되니 뜻깊은 일이죠. 어떤 분들은 제가 재준이 이미지를 빨리 탈피하고 싶어서 정의롭고 선한 정반대 인물인 현주를 선택했다고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에겐 재준과 현주 모두 선물 같거든요.”
‘오징어게임2’에 새로 출연한 많은 배우가 오디션을 통해 합류한 반면 박성훈은 황동혁 감독으로부터 직접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 더글로리가 공개되기 1년 전에 찍은 작품인 ‘희수(KBS 드라마 스페셜 2021)’에서 박성훈이 맡은 한 집안의 가장 ‘고태훈’역이 ‘오징어게임2’의 조현주로 이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성훈은 “감독님이 ‘희수’를 보시고 나에게서 현주의 모습을 떠올렸다고 말했다”며 “‘희수’에서 성공한 가장의 역할로 나왔는데, 어떻게 현주의 모습을 발견했는지 놀라웠다”고 말했다.
성소수자 역할을 맡으면서 준비 단계부터 크게 다짐한 것이 있었다. 박성훈은 “현주가 희화화되는 것은 절대 원하지 않았다. 과도한 음성의 변화나 과장된 제스처를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의견에 감독님도 전적으로 동의해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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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명 ‘본명을 잃은 배우’로 불리는 박성훈이지만 “전재준으로 불러줘 감사하다”고 했다. [넷플릭스 제공] |
사실 워낙 목소리가 저음이다 보니 현주 역할을 소화하는 데 고민이 없진 않았다. 그는 “실제 트랜스젠더 분들한테 자문을 받아보니 목소리는 호르몬 치료를 받아도 가장 잘 안 변한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그냥 제 목소리로 가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현주’는 본명일까. 남자 이름일 수도 있지만 사실 여자 이름으로 훨씬 더 많이 보인다. 이날 인터뷰에서 박성훈은 “현주의 본명은 조현준”이라고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전사를 귀띔했다.
“감독님이 저한테 본명이 원래 현준이었다고 말해주셨어요. 그리고 특전사를 택한 이유는 아무래도 현주가 LGBTQ(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편견을 스스로 극복해 보고자, 또는 남성성이 짙은 특전사를 해보면서 진짜 내 성 정체성이 남들과 다른지 시험해 보고자 했다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보여져요.”
박성훈은 현주 이전에도 LGBTQ 중 ‘G’(게이)에 해당하는 역할은 여러 번 했었다. 그는 “제가 기본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도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트랜스젠더들을 만나고, 자문을 듣고 공부를 하면서 몰랐던 부분도 새로 알게 됐다”며 “성소수자라고 하면 어딘가 위축되고 소심할 것 같지만 많은 시련을 겪고 단단해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저 역시 현주가 건강한 자아를 가지고 있어도 될 것 같다고 납득을 헸다”고 말했다.
‘오겜2’의 여러 장면이 기억에 남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은 긴박한 액션신 보다는 담담하게 현주가 자기 이야기를 끄집어낸 부분이었다. 현주가 왜 O, X 재투표에서 O를 선택했는지 금자(강애심 분) 여사에게 털어놓는 장면은 황 감독의 ‘아주 고급스럽고 디테일한 디렉션’에 따라서 하다보니 잘 표현됐다.
“아직도 기억나요. 갑자기 대사를 조금 바꿨거든요. ‘성훈씨, 이 대사랑 이 대사 사이에 ’엄마가 많이 우셨어요‘를 추가해주세요. 그리고 이 대사를 하면서 처음 커밍아웃을 했을때 엄마 얼굴이 눈앞에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감정이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단 과하지 않게 해주세요.’ 이렇게 디렉션을 듣고 슛을 갔어요. ‘엄마가 많이 우셨어요’라는 대사를 하는데 감독님이 요구한 주마등이 스치고, 감정이 정말로 올라오는 거예요. 와, 정말 영민하다고 생각했죠.”
너털웃음이 났던 장면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7화에서 게임 참가자와 핑크 가드들과의 총격전을 앞두고 현주는 특전사 경험을 살려 총기 사용을 강의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별로 가르칠 것이 없었다는 것.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놀랐던 것은 모든 배우가 능수능란하게 총을 다룰 수 있었다는 거였어요. 왜냐면 다들 한 때 군인이었으니까요.(웃음) 이야. 우리나라니까 이게 가능하구나, 새삼 신기해하면서 촬영을 했죠.”
‘오겜2’ 작품에 대해 호평과 혹평이 엇갈리고, 시즌1에서 매력적이었던 캐릭터가 시즌2에 들어와서 ‘캐릭터 붕괴’가 일어나며 실망하는 반응 가운데서도 박성훈의 현주만큼은 호평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한창 상한가를 달리고 있던 차, 그가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실수로 오징어게임을 패러디한 일본 성인물 포스터를 올리면서 엄청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성훈은 “‘더글로리’ 때도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재준이로 한창 주목받을 때 즐기지 못했는데 공교롭게도 지금 역시 저의 실수 때문에 전혀 즐기거나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징어게임2’를 위해 노력한 모든 스태프, 관계자분들께 제가 누를 끼쳐서 너무 무겁고 죄송한 마음으로 매일을 지내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