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K-문화 취해 환상 속에서 살고 있는 듯”
동반성장연구소 포럼서 경제·시국 견해 밝혀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왼쪽)과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지난 8일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동반성장포럼 개최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연구소 제공] |
“한국은 양극화, 저출생, 초고령사회라는 난제에 직면했는데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 모두가 철두철미하게 이 문제를 인식해야 한다.”
김종인 대한발전전략연구원 이사장(전 국민의힘 비상대위원장)이 한 경제포럼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동반성장연구소(이사장 정운찬·전 총리)는 지난 8일 서울대 호암회관에서 올해 첫 동반성장포럼을 열었다. 김 이사장이 ‘2025, 세계와 한국’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김 이사장은 현재의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대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초입에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1970년대 일본은 이미 저출산, 저성장, 고령화가 시작됐다. 이후 일본은 경기침체가 이어져도 경기순환의 일환이라고 안위하다 잃어버린 30년이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한국은 양극화, 저출생, 초고령 사회라는 문제에 직면했는데,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한국은 꿈속에 살고 있는 나라 같다. 1980년대 일본이 최고라고 자랑스러워하던 일본처럼 K-팝, K-문화에 취해 환상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한 “작년 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다. 1952년 부산정치파동을 본 외국 언론이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바라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말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김 이사장은 “문제는 정치권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 모두가 철두철미하게 문제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되면 세계질서는 변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부적으로 경제 기반을 단단히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 대통령제는 과거 유신체제의 대통령제를 계승해 막강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이를 분산할 정치시스템으로 바꿔 하루빨리 정치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세계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세계경제 질서가 어떻게 변할지 걱정하고 있다. 이에 관한 견해도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내건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든다)’는 미국이 승자로서 겸손했던 예전의 자세를 되찾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으로 봤다.
현재 세계경제에서 미국과 서방(선진국)이 46% 정도, 중국과 글로벌사우스(저개발국 및 개발도상국)가 29%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머잖아 이 비중은 비슷하게 나눠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정책으로 중국을 압박하겠다지만, 현재 미국과 중국은 경제적으로 너무 밀착돼 있다”며 “단기적으론 미국의 성장률이 올라갈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 했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은 자유무역주의 기치 아래 국가 간 무역을 장려하고 선도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며 독일과 일본 같은 패전국까지 도와주면서 많은 지지를 받았고, 소위 위대한 나라가 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미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60년 39%에서 2024년 26%까지 내려갔다. 적지 않은 미국민이 이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트럼프를 택했다.
김 이사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이런 불안감을 자극해 지난 대선에서 승리했다. 하지만 과거 미국이 승자로서 겸손했던 자세를 되찾지 않으면 MAGA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다.
동반성장연구소는 2012년 6월 정운찬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함께 성장하고 공정하게 나눠 같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 아래 설립됐다. 2013년 5월부터 현재까지 총 115회 포럼을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