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홈쇼핑 업계는 시장 과잉 경쟁 우려
전문가 “현실성 고려한 규제 완화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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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알파 쇼핑 TV방송 화면. [KT알파 쇼핑 제공] |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정부가 소상공인에 특화한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신설의 타당성을 살피는 가운데 업계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규제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하면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9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말 ‘홈쇼핑 규제 개선 등에 따른 파급효과 분석’을 주제로 한 외부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홈쇼핑 업계가 최근 이커머스 업체와 경쟁 심화, 시청자 감소 등 외부 환경변화로 위기에 직면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정부는 연구 용역을 통해 소상공인 특화 데이터홈쇼핑 신설 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필 계획이다. 이는 지난해 5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소상공인을 위한 TV 판로 확보를 건의한 후 과기부가 구성한 ‘홈쇼핑 산업 경쟁력 강화 TF’에서 제안된 내용이다.
규제 완화 효과도 분석한다. 현행 데이터홈쇼핑 규제는 생방송 금지, 동영상 화면비율 1/2 제한 등을 포함하고 있다. 과기부 관계자는 “정책 방향이 결정된 단계는 아니며 규제 완화 등이 타당한지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데이터홈쇼핑 채널 신설을 두고 과잉 경쟁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데이터홈쇼핑협회에 속한 사업자는 KT알파, 티알엔, 신세계라이브쇼핑, SK스토아, 더블유쇼핑 등 5개다. ‘빅3’로 꼽히는 KT알파와 신세계라이브쇼핑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33억원, 13억원에 그쳤다. TV홈쇼핑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데이터홈쇼핑은 정부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중소기업 상품 편성 비율은 TV홈쇼핑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TV홈쇼핑 7개 채널 기준 2023년 중소기업 편성 비율은 72.4%였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을 위한 방송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화 채널이 생기면 경쟁은 심화되고, 가이드라인이 되레 생존에 독이 될 수 있다”며 “생방송을 허용하고 동영상 화면 비율 제한을 푸는 규제 완화 역시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도 소상공인 특화 채널 신설이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홈쇼핑 생태계를 고려한 규제 완화에 대한 요구는 꾸준하다.
하주용 인하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현재 유통산업을 보면 이미 중소기업 제품 상당수가 이커머스에서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채널 신설을 지원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며 “경쟁이 과도해지면 소비자가 지나친 광고를 접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각 가정이 보는 TV 크기가 커진 만큼 화면 비율 제한도 의미가 없어진 상황”이라며 “생방송 금지도 데이터홈쇼핑의 편성 전략을 통해 무의미하기 때문에 다른 규제를 함께 살피고, 현실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