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장 어두워도 증권사는 웃는다? 증권사 6곳 중 5곳 4분기 실적 ‘호재’ [투자360]

해외주식 수수료 증가에 부동산 PF 기저효과
연간 영업익 ‘1조 클럽’ 4개 사 달성
반면 중소형사, 실적 부진에 양극화 심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가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지난해 국내 증시가 부진을 이어온 것과 달리 4분기 증권사들은 ‘1조 클럽’ 복귀와 함께 대체로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파악됐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3곳 이상의 증권사가 추정치를 내놓은 상장 증권사 6곳 중 5곳의 작년 4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평균)는 2258억원으로, 2023년 4분기 2770억 영업손실 대비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증권(-23억원→2120억원)에 이어 미래에셋증권(-904억원→2230억원)도 적자에서 탈출해 2000억원대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금융지주는 287억원에서 2432억원으로 1년 새 분기 영업이익이 약 85배로, NH투자증권은 1354억원에서 1945억원으로 영업이익이 44%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년 4분기 5580억원에서 2024년 4분기 5519억원으로 영업이익이 줄 것으로 예상됐으나 감소 폭은 1.1%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전체로 보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할 증권사가 많다. 미래에셋증권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20% 늘어난 1조1483억원으로 전망되며 키움증권 또한 1조1263억원, 삼성증권이 1조1916억원, 한국금융지주가 1조2717억원으로 ‘1조 클럽’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증권사는 2021년 5곳에 달했으나 2022년에는 메리츠증권 1곳이었고 2023년에는 아예 없었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증시가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증시 비관론이 커진 가운데 거래가 크게 위축됐던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다.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상반기에는 양호한 증시 흐름에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했으나 하반기에는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체로 보면 2%가량 감소해 체감 대비 감소 폭이 크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2023년 대비 크게 개선된 실적 모멘텀이 유지됐고 해외주식 수수료가 빠르게 증가하며 국내 주식시장 부진의 영향을 상쇄했다”며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평가이익이 상승했고 2023년에 반영됐던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충당금과 신용공여 관련 충당금의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증권업 실적 모멘텀이 저하됐으나 한국은행의 연속된 금리 인하와 국내 증시의 최악 상황 통과 가능성이 향후 증권업에 긍정적”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리인하 기조를 활용한 트레이딩과 IB(기업금융)에서 실적 개선 모멘텀을 찾은 대형사와 달리 중소형사는 부진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사는 부동산 PF 잔여 부실 처리 등으로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여 업권 내 양극화가 심화됐다”며 “밸류업 정책 역시 일부 대형사에 국한된 이슈”라고 봤다.

이런 흐름 속에 증권사들은 자본 확충으로 몸집 키우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비중이 낮아지고 IB 사업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자본력이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에서다.

대신증권이 자기자본 3조원을 넘기고 지난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 획득에 성공했고, 현대차증권·한국투자증권 등도 각각 2000억원,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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