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선한 사법계…변협 회장 선거 난타전 나온 이것 [세상&]

지난 9일 제53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선거 후보 정책토론회가 유튜브로 생중계 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 선거관리위원회 캡처]


변협회장 선거 ‘네트워크 로펌’ 두고 설전
“진정성 없어”vs“실효성 없어”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제53대 대한변호사협회(변협)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 중인 3인의 후보가 ‘네트워크 로펌’을 두고 설전을 벌였다. 네트워크 로펌 성장의 책임과 실효성 있는 규제 방안을 두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2년 전 법률 플랫폼 규제 방향을 두고 다투던 모습이 올해는 네트워크 로펌을 두고 반복되는 모습이다.

지난 9일 변협 선거관리위원회는 오후 2시께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후보자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변협 회장 선거에는 김정욱(46·변호사시험 2회), 안병희(63·군법무관시험 7회), 금태섭(58·사법연수원 24기) 3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냈다.

네트워크로펌은 1개의 법무법인이 전국 각지에 분사무소를 세워 영업하는 로펌을 말한다. 전국에서 사건을 수임하고, 총매출의 상당액을 광고에 쓴다. 1개의 브랜드를 공유하며 전국 단위 광고·영업을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로펌계 직영점’이다. 법무법인 YK, 법무법인 대륜이 대표적인 네트워크 로펌이다.

네트워크 로펌은 공격적인 영업과 광고로 단시간에 덩치를 키웠다. 하지만 지역의 소규모 사건들까지 네트워크 로펌이 ‘싹쓸이’ 하면서 상대적으로 광고·영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소규모 법률사무소와 로펌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제53대 대한변협회장 선거 후보자. 왼쪽부터 안병희 변호사, 금태섭 변호사, 김정욱 변호사. [연합]


김 후보자가 진땀을 뺐다. 안·금 후보자는 김 후보자가 4년 동안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역임하며 네트워크 로펌을 ‘방치’했다며 맹공했다. 김 후보자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96대·97대 서울변회장을 역임했다.

안 후보자는 김 후보자에게 “김 후보자가 서울변회장을 지내는 동안 네트워크 로펌이 커졌다. 규제 공약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금 후보자 또한 “서울변회장을 하면서 네트워크로펌에 대해 공개적 성명서, 토론회, 공청회, 1인 시위 모두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자는 “네트워크 로펌의 성장은 업계 전반의 빈익빈 부인부 현상 때문이다. 다른 대형 로펌들도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네트워크 로펌의 팽창을 ‘방치’해왔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네트워크 로펌에 대해) 서울변회로 들어온 진정건을 전부 변협에 징계 건의했다. 제가 서울변회장을 하고나서 징계수가 훨씬 많아졌다”고 했다. 서울변회장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대응을 다 했다는 취지다.

이어 변호사 광고 규정을 점진적으로 개정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네트워크 로펌 관련) 6개 광고규정 개정안으로 각 지방변회장을 설득해 전원 동의로 대한변협에 건의했다. 일부는 개정됐고 나머지도 개정 절차에 있다”며 “대한변협회장이 되면 2차 개정을 논의할 생각”이라고 했다. 개정 논의 중인 규정으로는 ▷분사무소-본사무소 광고 분리 ▷본사-지사 명칭 사용 금지 ▷비변호사의 전관 홍보 금지 ▷전관변호사 홍보 금지 ▷주재변호사 표시 명확화 등을 예시로 들었다.

김 후보자는 네트워크 로펌 규제 방안의 ‘실효성’을 문제 삼으며 반박했다. 안 후보자가 내세운 광고비 상한제·총량제를 두고 “로펌의 광고비 총액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느냐. (공약의) 구체적인 디테일이 부족하고 상한제·총량제는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안 후보자는 “매출액은 확인할 수 있지만 광고액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광고비가 무제한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총량제·상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광고 규정을 개정해 (법적 분쟁 등) 문제점을 감수하고서라도 대응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안 후보자는 ▷허위·과장광고 심사 강화 ▷변호사 광고 규정 개정 ▷분사무소 숫자 제한 ▷분사무소 상근 변호사 신고제 등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금 후보자는 ‘의료광고심의제’를 벤치마킹해 광고 심의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은 산하에 의료광고심의위원회를 건당 비용을 받으며 의료 광고를 사전 심의한다. 하루 평균 1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플랫폼도 심의 대상에 해당한다.

금 후보자는 “네트워크 로펌은 ‘블로그’를 잡아야 한다. 언더마케팅 업체가 블로그를 매집하고 매크로로 광고를 올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기계적으로 블로그를 통해 이뤄지는 불법 영업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입법을 해보면 어떤 맥을 틀어잡아야 규제가 통하는지 알 수 있다”며 국회의원으로서 경력을 강조했다.

한편 제53대 변협회장 선거일은 오는 20일이다. 신임 회장의 임기는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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