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콘텐츠 전문가’ 김종원 총감독, “축제가 콘텐츠로서 생명력을 가지려면…”

김종원 감독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을사년 푸른 뱀의 해가 밝았다. 평소 같으면 해맞이 행사 등으로 축제 분위기가 한창일 때다. 하지만 국가 애도 기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전국의 지자체가 행사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1월 축제가 시동을 걸고 있다. 축제는 많다. 하지만 지역과 주민, 방문객을 모두 즐겁게 하는 축제는 손에 꼽을 정도다. 2025년 축제를 전망해보고, 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사)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 김종원 이사장을 만나보았다.

김종원 총감독은 축제를 콘텐츠로 접근하는 현장 전문가다. 지역과 역사를 스토리텔링으로 엮은 후, 그것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엔터테인먼트 전략을 쓴다.

그래서 콘서트나 음악 페스티벌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 요소들이 따로 놀지 않고 전체적인 맥락속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결합된다. 그런 식으로 행사 내용이 차별화되면 축제가 콘텐츠로서의 생명력을 가지게 된다. 김 감독이 기획한 축제가 방송을 잘 타는 이유이기도 하다.

- 먼저 새해를 맞아 덕담 한마디

푸른색은 희망과 성장을 상징한다. 그리고, 뱀은 지혜로운 동물이다. 이 두 가지 의미가 결합하여 2025년은 우리 국민 모두 지혜롭게 성장하는 희망찬 한 해가 되길 바라고, 대한민국의 국운도 융성하길 간절히 염원한다. 우리가 힘차게 솟구치기 위해서는 신바람, 신명이 필요하다. 삶에 활기를 주는 신바람은 축제를 통해서 충전된다. 한국축제문화진흥협회가 시민 모두가 원하는 축제의 판을 깔아드리겠다. 축제판이 열리면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마음껏 즐기시길 바란다.

- 지난해는 시흥시 축제에 집중한 걸로 알고 있다. 2024년 행보를 간략하게 되짚어본다면

공모를 통해 시흥시 축제 총괄 감독으로 선정돼 2월 1일 임병택 시흥시장으로부터 위촉장을 받았다. 위촉장을 받은 당일부터 12월까지 시흥시 총괄 감독으로 임무를 수행했다. 거북섬 봄 달콤 축제를 필두로 12월 거북섬 산타 페스타까지 거북섬 사계절 축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제19회 시흥시 갯골 축제를 총괄했다. 갯골 축제에 16만명 이상이 방문하여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2024년이 시작되자마자 1월 23일 SBS Biz ‘경제 현장 오늘오후 초대석’에 출연해 2024년 지역 축제 키워드와 축제 콘텐츠 전망을 밝힌 일도 의미 있는 행보였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7월에 한국관광공사 주관으로 ‘2024년 축제 아카데미 집합 교육’이 있었는데 강사로 참여했다. 지역 축제가 지역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 축제 성공 비결 등을 실제 축제 경험을 통해 전했다. 축제 관련 공직자와 축제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축제 발전 방향을 모색했던 점이 의미가 있었다.

- 축제 총감독 활동 이외에 방송과 강연을 통해 축제 발전 방향을 짚어준 점 의미 있다고 본다. 이를 기반으로 2025년 축제 방향성을 짚어준다면

현재 국내외 정세가 불확실하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외여행을 자제하면서 국내 여행에 눈을 돌릴 것이라고 본다. 한국관광공사 슬로건이 ‘여행으로 국민을 행복하게 하고 관광으로 국부(國富) 증진’이다. 여행에 축제를 대입해도 좋다고 본다. 축제를 통해 행복을 전해주려면 콘텐츠를 누가 즐기는지 대상을 확실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경제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가장 먼저 줄이는 게 축제 예산이다.

개인 소득이 줄면 문화비용을 줄이듯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는 적은 비용으로 가성비 높은 축제를 완성하고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획이 환영받는다. 2024년 시흥시 거북섬 사계절 축제가 시민에게 큰 호응을 받은 이유는 적은 예산으로 알찬 프로그램을 제공한 덕분이라고 본다. 여기에 안심하고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을 만든 것도 주효했다. 2025년에는 최대한 적은 비용으로 먹고, 보고, 즐기는 가성비 축제가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원 총감독


- 가성비 높은 콘텐츠 개발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축제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는 데 특화된 비책이 있다면

축제 현장에서 콘텐츠 원천이 되는 씨앗을 캐내는 게 중요하다. 현장을 외면하면 타성에 젖는다. 기존에 했던 걸 재탕하거나 다른 축제 베끼기로 그 나물에 그 밥인 뻔한 축제가 되고 만다. 요즘 축제장을 찾는 방문객은 엄청 다양하고 기발한 체험을 원한다. 늘 강조하지만 축제는 말로 하는 게 아니다. 축제현장은 그야말로 생방송 처럼 현장에서 보고 바로 체크되어야 한다. 축제 하나를 성공하기위해 1년이란 기간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

작년 시흥 갯골 축제를 진행하면서 150만㎡가 넘는 갯골 생태 공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하루 5만보 이상을 걸어다닌 날도 많다. 갯골 생태 공원 자체가 축제 콘텐츠라고 보고 현장에서 핵심 프로그램을 찾는 데 주력했다. 19회까지 축적된 시그니처 프로그램은 살리고 소래 염전의 역사와 소금에 새로운 옷을 입혔다. 오색의 바람 천과 노을, 하얀 소금이 어우러진 몽환적인 풍경은 그 자체로 킬링 포인트가 되었다. 덕분에 20만 그이상 관객 참여라는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이 이야기는 KBS ‘6시 내고향’에 대대적으로 소개됐다.)

다른 축제도 현장에서 답을 찾으면 된다. 그리고 손과 발이 먼저 나가면 안 된다. 축제는 이론과 현장이 다르다. 머리보다 손발이 먼저 나가다 보면 놓치는 일이 많다. 늘 눈으로 현장을 직시하고 머리로 생각한 다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이렇게 해야 가성비 좋은 축제, 안전한 축제를 만들 수 있다.

-축제 성공을 위해서 또 필요한 덕목이 있다면

축제가 성공하려면 콘텐츠 내실화, 탄탄한 운영역량, 폭넓은 홍보, 시민 안전, 이 네 가지가 잘 맞아야 한다. 그런데 네 가지를 충족하기가 사실 쉽지 않다. 이유는 행정지원과 간섭이 혼용되기 때문이다. 하나의 밥상이 차려지는 걸 생각해보라. 농사는 농부가 짓고 요리는 요리사가 한다. 축제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고 소통하는 노력이 우선될 때 축제 성공을 담보할 수 있다. 우리 몸에서 어느 한군데 핏줄이 막히면 몸 전체가 망가진다. 콘텐츠, 운영, 홍보, 안전이 전체를 순환할 수 있도록 공직자의 원활한 지원 또한 축제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상기하면 좋을 거 같다.

- 2025년 한 해를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쉴 틈이 없을 듯하다. 시흥시에 집중하느라 SBS Biz ‘경제 현장’ 등 초대석과 KBS ‘2024년 축제 아카데미 집합 교육’ 외에는 일절 방송과 강연에 응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축제가 성공하려면 절대적으로 새로운 콘텐츠가 절실히 필요한 만큼 지역 정체성에서 킬러 콘텐츠를 개발하도록 도움을 줄 계획이다.

또 축제 성공이 홍보에 있다는 점을 직시하도록 하고 다매체 다채널시대 다양한 방송 플랫폼을 활용하는 지역 축제 홍보 전략을 더욱더 세분화하고 구체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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