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안 나고 좋은데?” 버릴 땐 어떡하려고…넘쳐나는 일회용 전자담배 쓰레기 [지구, 뭐래?]

일회용 전자담배를 피는 모습.[독자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전자기기인데, 한 번 쓰고 버린다.”

화려한 광고와 함께 편의점 계산대 앞 한자리를 차지한 상품이 있다. 바로 일회용 전자담배.

충전이나 별도 액상 구매가 필요 없다는 이유로 최근 판매량도 급증세다. 국내 판매량만 1년에 약 2000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한 편의점에 일회용 전자담배 상품이 진열돼 있다. 김광우 기자.


문제는 말 그대로 일회용품으로 버려진단 사실. 심지어 이 전자담배는 배터리까지 장착돼 있다. 폭발 위험도 있어 분리배출이 필수이지만, 실상은 분리배출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심지어 명확한 배출 규정도 미비하다.

결국, 현재 대부분 일회용 전자담배는 고스란히 일반 쓰레기로 버려진다. 소각, 매립 과정에서 토양 오염을 일으키고, 심지어 내부 배터리가 폭발할 위험성까지 제기된다.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가 급증하고 있어 이를 제대로 처리할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쓰레기만 1년에 2000만개…더 늘어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회용 전자담배. 김광우 기자.


미국 시장조사기관 코그니티브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한국의 일회용 전자담배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1억4088만달러(약 2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통상 가격 1만원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1년에 대략 2000만개가 소비되는 셈이다.

일회용 전자담배는 별도의 충전도 없이 구매 후 300~400모금가량 흡입 후 버릴 수 있는 상품이다. 흡연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냄새가 거의 없어 편의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서 특히 선호도가 높다.

서울 한 편의점에서 진열된 일회용 전자담배. 김광우 기자.


실제 국내 일회용 전자담배 시장은 향후 7년간 연평균 12.6%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흡연을 배척하는 문화가 확산하며 일반담배(궐련) 흡연율이 줄어드는 만큼, 전자담배 흡연율은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판매량도 최근 급격히 늘고 있다. 대표적인 국내 일회용 전자담배 제품인 ‘버블몬’을 판매하는 몬스 주식회사의 매출액은 2023년 기준 764억원으로 2020년(170억원)과 비교해 4.5배가량 상승했다.

‘폭발’ 위험 배터리도 있는데…분리배출 어렵다


분해된 일회용 전자담배 부품. 김광우 기자.


문제는 쓰레기. 특히 내부의 리튬 배터리는 생산 및 폐기 과정에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분류된다.

영국 환경단체 머테리얼 포커스 연구에 따르면 일회용 전자담배 하나를 생산 및 폐기하는 데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은 약 356g으로 추산된다.

국내 판매량을 고려했을 때, 1년에 7120톤의 탄소가 배출되고 있는 셈이다. 승용차가 지구를 1047바퀴 돌았을 때 배출되는 탄소량이다. 이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축구장 265개 크기의 숲이 필요하다.

일회용 전자담배를 송곳과 망치로 분해하고 있는 모습. 김광우 기자.


부품을 재활용할 경우,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일회용 전자담배 재활용은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품 분리 및 폐기 방법에 대한 정확한 안내 자체도 없다. 일회용 전자담배에 제품 안내문에도 ‘폐기시, 관계법령을 준수하라’는 모호한 표기만 있을 뿐이다.

일회용 전자담배를 분해하기 위해 손으로 있는 힘껏 부품을 분리해 봤지만 소용 없었다. 김광우 기자.


제품 분해도 쉽지 않다. 실제 일회용 전자담배 하나를 분해해보니 꼬박 30분이 걸렸다. 공구가 없으면 성인 남성 힘으로도 부품을 분리할 수도 없었다. 송곳과 망치 등을 이용해 제품 접합부를 부수고 나서야 비로소 제품을 분해할 수 있었다.

분해된 일회용 전자담배는 고무, 플라스틱, 철, 젖은 솜, 배터리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제대로 분리배출하려면,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배터리는 주변에 설치된 폐건전지함에, 플라스틱은 재활용함에, 나머지는 일반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그냥 버렸다가 ‘폭발’ 위험도


서울 종로구 한 아파트에 있는 폐건전지 쓰레기통. 김광우 기자.


이처럼 분리배출하는 게 현실성이 떨어지는 만큼 차선책으론 주변 폐건전지함에 버리는 것. 전지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도 제대로 안내되지 않고 있다.

실제 서울시 종로·마포구 인근 10곳의 폐건전지함 내부를 확인한 결과, 일회용 전자담배 제품은 단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평소 일회용 전자담배를 즐겨 사용하는 허모(32) 씨는 “평소 분리배출 기준을 잘 준수하는 편인데, 전자담배는 특별히 알고 있는 게 없었다”면서 “일반쓰레기로 분류해 버린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2023년 2월 경북 안동의 한 생활폐기물 처리 시설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 화재 원인은 폐배터리인 것으로 추정됐다.[경북소방본부 제공]


일회용 전자담배를 일반쓰레기로 배출하면 폭발과 화재 위험도 크다. 전자담배에 포함된 리튬 배터리는 수분·고온 등에 약하다. 물리적 압력이나 충격을 받으면 화학 반응이 일어난다. 쓰레기를 이동 및 파쇄하는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날 위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23년 2월 경북의 한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소각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18억9000만원의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원인은 폐기물 속에 섞인 폐배터리 폭발이었다.

서울 종로구 한 아파트에 있는 폐건전지 쓰레기통. 김광우 기자.


소비가 늘어나는 일회용 전자담배에 대한 명확한 분리배출 지침을 마련하고, 안내 및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일각에서는 아예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벨기에 등 유럽에서는 실제로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 금지 조치가 시작되고 있다. 과도한 쓰레기 배출 및 청소년 흡연률 상승 등 문제점이 잇따르면서다.

환경부 관계자는 “원칙에 따르면 분리를 해야 하지만, 분리가 힘들 때는 주변에 있는 폐건전지함 등에 버리는 게 적절하다고 안내하고 있다”며 “현재는 지자체 별로 다르게 운용하는 부분이 있는 상황이라, 관련해 정부 조치가 필요한 부분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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