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고름 짜내겠다” “일부 세대·계층 넘어야”
‘30여개 사고당협’ 채울 조강특위도 출범
[헤럴드경제=김진·주소현 기자] “일부 여론조사에서 저희 당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 반사이익적인 성격이 강하다. 여론조사와 빅데이터를 통해 저희 현재 위치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스스로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자강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조정훈 국민의힘 전략기획특별위원회 위원장)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이례적인 회복세를 보이는 당 지지율에 현미경을 들이대기로 했다. ‘외연 확장’을 위한 당의 전략 또한 전반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22대 총선 이후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사고당협’도 신속하게 채우기로 했다. 당 안팎에서는 “사실상 조기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란 평가가 나온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임세준 기자 |
국민의힘 전략기획특위는 탄핵 정국 속 ‘당의 전략이 부족하다’는 지도부 공감대 속에 조정훈 전략기획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위로 격상돼 출범했다. 매주 금요일마다 당 전략·기획·홍보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눈에 띄는 점은 당에서 ‘비주류’로 여겨지는 수도권과 청년, 초선이 키를 잡은 것이다. 재선의 조정훈(서울 마포갑) 의원 외에 초선 조지연(경북 경산)·최수진(비례)·박준태(비례) 의원과 수도권 원외인 조광한(경기 남양주병)·윤용근(경기 성남중원) 당협위원장, 김일호 서울시당 위원장(서울 강서병)으로 구성됐다.
이들의 일성은 “내부의 고름을 짜내겠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지난 10일 첫 회의에서 개혁·확장·통합을 목표로 제시하며 “내부의 고름을 아프지만 짜내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 새살을 만들어내겠다”라고 했다. 또 “우리를 지지하는 일부 세대와 일부 계층을 뛰어넘는 포용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외연 확장’ 목표를 분명히 했다.
그는 “특정 인물이나 진영 얘기는 전혀 아니다”라고 했지만, 지역구 의원 90명 중 59명(65.6%)이 영남인 ‘영남당’의 한계, 여야 대립 속에 심화한 여권 일각의 ‘우경화’ 우려를 극복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여겨졌다.
특위는 최근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당 지지율에 대한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 다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계엄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결과가 나왔고, 여기 고무되거나 추가적인 보수 결집을 노린 인사들의 행보가 논란을 빚었다.
국민의힘 의원 44명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을 찾아 비판받은 데 이어, 초선 김민전 의원은 국가폭력의 상징인 ‘백골단’을 자처한 청년단체를 국회에서 소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5선 윤상현 의원은 극우 성향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대통령 관저 앞 집회에 연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도부는 우려를 하면서도 직접적인 제지에 나서지 않고 있다.
첫 특위 회의에서는 여의도연구원 등과 연계한 자체 여론조사 및 빅데이터 분석, 민심 파악을 위한 각종 세미나, 주요 정책 개발 필요성 등이 논의됐지만 우경화 논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특위 관계자는 “한목소리로 갈 수 있도록 신중하게 가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또 다른 인사는 “앞으로 회의를 진행하면서 다루게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첫 번째 줄 왼쪽부터) 국민의힘의 권영진·나경원·김기현·조은희·이만희·김정재 의원 등이 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
당내에선 전략기획특위를 사실상 조기대선 가능성을 대비하기 위한 ‘물밑 채비’로 여기는 분위기가 짙다. 지난 총선과 한동훈 지도부 사퇴 여파로 수장이 교체된 여의도연구원이 안정될 때까지 중도 민심에 호소할 각종 전략을 세우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탄핵을 반대한다고 해서) 손 놓고 있으면 되겠나. 누군가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략기획특위와 함께 조직강화특위도 출범했다. 이양수 사무총장이 이끄는 조강특위는 전국 30여개 사고당협을 채울 방침이다. 사고당협의 다수는 서울(8개)·경기(9개) 등 수도권을 비롯한 중원에 집중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도부 인사는 “(사고당협에는) 당의 현수막도 제대로 안 걸려 있는 상태”라며 “총선이 끝난 뒤 사퇴한 자리를 그대로 비워둘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