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못 세우는 전형적 ‘P’…연기만이 삶의 원동력
오징어게임 시즌2의 새로운 출연자 ‘금자’를 연기한 배우 강애심을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넷플릭스 제공]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1981년에 데뷔한 관록의 배우에게 지구 반대편의 시청자들이 내놓는 반응은 매일이 새롭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즌2’에서 할머니 ‘장금자’ 역을 연기한 배우 강애심을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아들 ‘용식’(양동근 분)과 함께 게임에 참가해 한국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성을 보여줬다. 시즌2까지 이 모자의 관계는 금자가 아무리 용식이 엇나가고 속을 썩여도 여전히 품어주고 사랑하는 전형적인 모성애를 그려놓았다.
강애심은 “나는 연극배우라 사람의 섬세한 심리 변화를 재밌게 느낀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O, X 투표가 지루해서 넘겨서 봤다는 반응이 오히려 신기했다”며 “사람마다 정말 취향이 제각각이구나를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강애심은 “또 시청자들이 ‘할머니 지겹다, 그만 나와도 되겠다’ 이런 반응이 있는 것을 보고는 솔직히 조금 놀랐다”며 “‘(혹평에)휩쓸리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했다. 게다가 우리나라 시청자 뿐만 아니라 지구 반대편 사람들도 나를 아니까 겁이 나기도 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소위 ‘오지랖’이 넓은 금자는 여기저기 안 끼는 곳이 없다. 특히 소외되고 약해보이는 이들에게 가서 먼저 말을 걸고, 밥을 챙겨주고, 함께 있자고 손을 건넨다. 동시에 꼬장꼬장해보이는 외양에 막 시골에서 상경한 듯한 투박한 사투리를 쓴다. 억척스러우면서 정 많은 할머니 캐릭터는 크게 미움을 살 일도 없지만, 어딘가 전형적이고 말 그대로 ‘올드’하기에 큰 인기를 얻기도 힘든 게 사실이다.
강애심은 “그동안 연극에서 많은 배역을 맡아보면서, 엄마 또는 오지랖 넓은 할머니 역할도 참 많이 해봤다. 이런 기본 바탕이 있어서 레퍼런스는 굳이 안 찾았다”며 “전형적인 할머니 쪽머리와 노인 이미지에서 일부 시청자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극 중에서 용식이 금자를 향해 ‘6.25도 살아남은 금자 여사’라는 소개는 “일종의 허세”라고 정정했다. 사실 1950년께 전쟁을 ‘겪었을려면’ 2025년 기준 금자 여사의 나이는 최소 80세는 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선다.
강애심은 “시청자들이 그걸 단박에 금자와 용식 모자의 ‘허세’인 것을 파악할 줄 알았는데 진짜 곧이곧대로 믿는 것도 재밌었다”며 “6.25를 통과했다기 보다, 전쟁 한창중에 ‘응애’하고 태어났다고 하면 얼추 계산이 맞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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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오해를 더 바로잡고 싶다고도 말했다. 둥글게둥글게 짝짓기 게임에서 아들 용식이 금자의 손을 놓치고 다른 그룹과 함께 방으로 들어간 장면에 대해서다.
“‘용식이 금자를 버렸다’는 해석이 많이 나왔는데, 솔직히 말하면 제가 금자로서 그 순간 ‘아들이 엄마를 버렸다’는 생각을 안했다. 진짜 버리는 것처럼 컨셉을 해서 찍어도 봤지만 그 장면은 안 썼다. 용식이 얼떨결에 가고, 금자 머릿속에는 아주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아들은 살았구나, 나는 어떡할까. 이런 생각했지 슬프거나 괘씸해하지 않았다. 그래서 병헌씨(프론트맨)가 금자를 자극할 때 제가 화를 냈던 거다.”
금자의 아들에 대한 사랑을 넘어 ‘집착’으로 봐주어도 상관없다고 했다. 강애심은 “저도 실제 아들 하나를 둔 엄마로서, 엄마에게 확실히 아들에 대한 집착이 있긴 하다”며 “인간이기 때문에 보상받고 싶고, 그런게 있는거다. 다만 거기서 벗어날려고 우리는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3에 대해 수많은 추측과 ‘카더라’가 난무하고 있다. 금자와 용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몇가지 빈출 시나리오를 들은 강애심은 “상상력을 최대한으로 넓혀 생각해보고, 시즌3에서 확인해보면 재밌을 것”이라고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오징어게임2로 갑자기 전세계로 이름을 알린 강애심은 베테랑 연극 배우이지만 이미 몇몇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알 사람은 아는 드라마·영화 배우이기도 하다. 멜로가 체질, 정숙한 세일즈, 82년생 김지영,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대표적이다.
“40년이 넘게 무대와 매체 연기를 해오면서 단 한번도 지루하고 힘들다는 생각을 안했다. 연극은 똑같은 대사와 상황을 몇달을 할 떄도 있다. 근데도 안질린다. 관객이 달라서다. 매일매일 관객이 다르니까 기운이 다르다. 물론 코로나 시기 때는 초반에 좀 힘들었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까 꼭 외계인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것 같더라. 눈빛으로만 기운을 유추하는게 힘들었는데 이젠 좀 익숙해졌다.”
그는 쉬는 시간에는 다른 사람의 연기를 보기에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를 물을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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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애심은 “술 한 잔 놓고 집에서 TV로 다른 사람의 연기를 본다”며 “그 외엔 루틴이 없는데, 스스로 이렇게 살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자책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버킷리스트가 별로 없다. 연기를 계속 하는 것만이 이번 생의 나의 과제인거 같다. 여행에 대한 매력도 전혀 없다. MBTI 모르면 젊은 사람들하고 얘기가 안된다고 해서 해봤는데 확신의 ‘P’다.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다른 걸 다 제쳐두고 대사 외우는 게 1순위다. 여기에 올인하기 때문에 버스에서 대사 연습하다가 소지품을 매번 두고 내릴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