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생포한 북한 군인. [젤렌스키 엑스(X·옛 트위터) 캡처]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2명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북한을 비롯해 러시아와 우리나라 4국 모두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북한군 포로 처리 문제는 복잡한 셈법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억류한 자국군을 인도하는 조건으로 북한군을 풀어줄 수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12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한글로 “김정은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와 북한 군인의 교환을 추진할 수 있을 경우에만 북한 군인을 김정은에게 넘겨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엑스 캡처]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 군인 2명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생포된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심문에서 우크라이나에 남고 싶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연합] |
12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한글로 “김정은이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 전쟁 포로와 북한 군인의 교환을 추진할 수 있을 경우에만 북한 군인을 김정은에게 넘겨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전날 젤렌스키는 자국군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 2명을 생포했다고 밝히면서 이들의 모습과 신분증을 촬영한 사진 등을 공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정보국(SBU)에 따르면 이들은 각각 20세, 26세로 알려졌다. 현재 이들은 현재 수도 키이우로 이송돼 신문을 받고 있다. 전시 포로의 처우를 규정한 제네바 협약은 적대행위 종료 후 포로의 석방과 송환을 의무화하고 있다.
다만 북한군 포로의 신병처리 문제를 두고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이다.
먼저 북한과 러시아가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분석에 따르면 1만1000여명의 북한 병력이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됐다. 러시아는 북한군 존재를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포로들의 신분 확인과 송환 과정에서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파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있는 북한과 러시아가 이들의 소속을 끝까지 확인해주지 않으면 국제법상 포로 지위가 부여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대 객원교수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출연해 “포로를 수용한 국가는 전투가 끝나면 포로를 본국으로 송환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러시아가 북한 병사의 신분을 러시아인으로 위조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 송환 문제에서 추가적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합참이 23일 언론에 배포한 ‘최근 북한군 동향’ 자료를 통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중 1천1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으며, 북한군은 현재 교대 또는 증원 파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또한 남북 군사분계선(MDL) 일대 경계를 강화하면서 대남 풍선 부양 준비를 이어가고 있으며, 연말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급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사진은 야지에서 취식하는 북한군. 2024.12.23 [합참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
북한군 포로 2명이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예상되는 불이익도 문제다. 자국으로 복귀 시 탄압과 처벌 등 인권침해 위협에 직면한다면 송환 의무의 예외 대상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북한군 병사 본인들의 의사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남거나 제3국행 가능성도 있다.
국제법상으로도 북한으로의 송환은 강제송환금지원칙(principle of non-refoulement)에 명백히 위배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생포된 북한군 1명은 우크라이나에 남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가 공개한 이들 북한군 포로 신문 영상을 보면, 1명은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에 “우크라이나 사람들 다 좋은가요?”라고 물은 뒤 “여기서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최대한 여기서 살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대답이 오자 “집에는 안 보내주겠죠?”라고 물었고, 집에 가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가라면 가는데…”라고 말을 흐렸다. 우크라이나에 남으라면 남겠느냐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른 포로 1명은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냐는 질문에 특별히 답변을 하지 않은 채 고개 끄덕이며 시선 다시 위쪽으로 돌렸다.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는 북한군 추정 병사.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영상물 캡처] |
아울러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미수복지역으로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도 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인권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에서 “북한 포로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북한 주민과 동일하게 한국 국적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고 이런 법적 지위는 대한민국에 북한 포로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할 책무를 부여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단체는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북한 포로에게 북송이 아닌 대한민국 송환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정보원이 북한군 포로 신문에 통역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 정부가 신문에 직접 참여할지, 또는 이들의 한국 송환을 타진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제네바 협약을 통해 전쟁포로와 민간인 보호 임무를 공식적으로 위임받은 기관인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우크라이나전쟁에서 북한군 포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이들의 처우와 신병 처리와 관련해 국제인도법 준수를 당사국들에 계속 강조하고 있다.
다만 통일부는 이날 북한군의 한국 송환 가능성을 두고 “국제법 등 법률적 검토와 함께 관계국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현 단계에서 예단해서 말씀드릴 내용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