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최고 청춘영화의 리메이크…도경수, 주걸륜 어떻게 지워낼까

28일 개봉 한국판 ‘말할 수 없는 비밀’…도경수·원진아·신예은 3각관계
고등학생→대학생 설정 변화…팬들이 기다리는 명장면 재현할까


[플러스엠 제공]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워 쟈오 루 샤오위(내 이름은 루 샤오위야)” 2007년작으로 한국엔 2008년 개봉한 대만 영화 ‘말할 수없는 비밀’(不能的秘密·부능슈어더미미)는 당시 숱한 유행을 이끌어냈다. 두 여자주인공 샤오위(계륜미 분)와 칭이(증개현 분) 중 누가 이상형이냐는 질문부터, 극중 예상륜(주걸륜 분)의 피아노 배틀곡에 너도나도 도전하고, 학교 나무 책상에 화이트(수정액)로 글을 쓰는 것 등이 대표적이었다. 또 이후 수많은 한국 팬들이 이 영화의 배경이 된 대만 단수이를 필수 관광코스로 넣으며 영화의 인기를 입증했다.

17년이 지난 2025년 1월 28일, 한국판 ‘말할 수 없는 비밀’이 개봉한다는 소식에 오랜 팬들이 술렁이고 있다. 사실 2021년 11월~2022년 1월에 촬영한 영화라 개봉까지 만 3년의 시간이 걸렸다. 일본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지난 2024년에 리메이크작이 나왔다.

대만영화 ‘말할수없는 비밀’(2007) 중


개봉을 앞두고 한국판 여자 배우들의 외모와 싱크로율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단발머리 병약청순미 샤오위를 배우 원진아가, 긴 생머리의 새침한 미녀 칭이를 신예은이 맡으면서 원작 캐릭터의 매력포인트를 잘 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남자주인공의 경우 주걸륜과 도경수의 외모는 닮은 구석이라곤 없지만 두 배우의 28세 때의 얼굴이 담겼다는 점은 공통점이다.

2007년 당시 1979년생인 주걸륜은 28세였는데, 1993년생인 도경수도 2021년 28세에 출연했다. 또 계륜미는 당시 24세, 증개현은 23세였는데 1991년생인 원진아는 30세에, 신예은은 23세에 출연했다.

원작에서 주인공들은 담강예술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졸업반 학생이지만 한국판에서는 대학생이다. 유학 중이던 피아니스트 유준(도경수)이 팔목 치료를 위해 한국에 교환 학생으로 오게 되면서 정아(원진아), 인희(신예은)와 얽히게 된다는 설정이다.

서유민 감독은 “주인공들의 나이가 대학생으로 변하면서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모습보다는 능동적으로 찾아가는 모습을 많이 그리고자 했다”며 이 밖에도 배경이 대만에서 한국으로 바뀐 만큼, 캐릭터와 전반전인 분위기를 매만지면서 보다 현실성을 부여하는데 주안점을 두고자 했다고 밝혔다.

[플러스엠 제공]


주인공들의 대학생활은 전남대학교와 영남대학교에서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작에선 첫장면에 담강예고에 상륜이 전학오면서 소개되는 아름다운 교정이 작품 분위기에 한 몫했기에 캠퍼스 선택이 중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팬들이 기대하는 장면은 과연 유준과 정아가 어떤 풋풋한 썸 장면을 보여줄지다. 원작에서 샤오위와 상륜은 ‘뒤에서 볼 콕하기’로 유치한 장난을 하면서도, ‘한 손으로 피아노 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그래야 남은 한 손으로 네 손을 잡을 수 있으니까”라는 낯간지러운 대사를 뻔뻔하게도 날리며 관객을 롤러코스터에 태운다. 그리고 샤오위 집 옥상에서 둘의 첫키스 장면은 시간, 배경까지 합심해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동아시아 청춘 로맨스’의 한 획을 그었다.

이미 예고편에서 공개됐듯이 ‘명장면 오브 명장면’인 레코드 가게 장면은 리메이크에서도 살렸다. 다만 유준과 정아가 함께 헤드폰을 씌워주며 듣는 노래는 ‘정인적안루(情人的眼淚)’가 아닌, 들국화의 ‘매일 그대와’로 바꿨다. 서유민 감독은 “둘이 사랑을 느낄 때 듣는 곡이라 행복한 가사이길 바랐고, 슬프지 않은 멜로디지만 동시에 슬픈 정서도 느껴질 수 있는 곡이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대만영화 ‘말할수없는 비밀’(2007) 중


피아노 배틀신도 기대를 모은다. 원작에서 상륜이 일명 학교에서 유명한 ‘강친왕즈(피아노 왕자)’에 도전장을 내밀어 샤오위에게 구하기 힘든 악보를 구해다 주는데, 이때 빠른 템포의 화려한 기교가 녹아든 곡들을 선보여 국내에도 피아노 배틀 붐을 이끌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는 주인공 주걸륜의 매력으로 완성된 영화다.(심지어 이 영화의 극본, 연출, 음악까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알고보면 더욱 놀라게 된다.) 사실 주걸륜의 외모 자체만으론 왜 학교 최고 미녀들이 그의 관심을 받지 못해 안달나 있는지를 설명하기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관객도 그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피아노 천재이면서, 시장에서 장을 봐서 뚝딱뚝딱 요리해 밥과 반찬을 만들어내는 남고생이라니. 여기에 샤오위를 향한 순애보까지 합쳐지며 너나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래서 리메이크작이 나올때 마다 여자주인공보다 오히려 남자주인공을 누가 맡을지가 관심사였다. 원진아와 신예은이 오디션으로 합류한 반면, 도경수는 처음부터 이 배역에 낙점됐다. 과연 한국판 주인공들이 원작 주인공들의 매력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영화가 대만에 역수출돼 우리나라 촬영지로 대만 관광객들이 찾아올지, 피아노 배틀곡이 또 한번 유행할지 등등 기대되는 포인트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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