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법 모두 무너져”
10시33분 경 체포영장 집행
윤석열 대통령. [연합] |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대해 “안타깝게도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며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출석 배경을 두고는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체포에 앞서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배포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이같이 입장을 전했다. 이 입장문은 영상 메세지로도 제작됐다. 윤 대통령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잘 계셨습니까?”라는 문장으로 입장문을 시작, “저를 응원하고 많은 지지를 보내주신 거에 대해서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영장이 발부되고, 또 영장 심사권이 없는 법원이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수사 기관이 거짓 공문서를 발부해서 국민들을 기만하는 이런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되고 무효인 영장에 의해서 절차를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보고 정말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는 이렇게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우리 국민 여러분들께서 앞으로 이러한 형사 사건을 겪게 될 때 이런 일이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오늘 이들이 경호 보안구역을 소방장비를 동원해서 침입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서 일단 불법 수사이기는 하지만 공수처 출석에 응하기로 했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체계를 수호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불법적이고 무효인 이런 절차에 응하는 것은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마음일 뿐”이라고도 전했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은 “특히 우리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정말 재인식하게 되고 여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시는 것을 보고, 저는 지금은 법이 무너지고 칠흑같이 어두운 시절이지만 이 나라의 미래는 희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국민 여러분,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힘내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에서는 이날 오전 10시33분 경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헌정사상 최초다. 윤 대통령 측은 자진출석을 전했으나, 공수처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자진 출석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면서 “체포영장 집행이 목표”라고 입장을 꺾지 않았다.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 과정에서 큰 충돌은 없었다. 공수처는 지난 3일 1차 체포영장 집행 때와 달리 이를 막아서는 경호처 직원이나 인원은 없었다고 했다.
전일까지만 해도 경호처가 수사기관의 대통령 관저 강제 진입은 위법이라며 경호업무 매뉴얼대로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국가 기관 간 무력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경호처 내 강경파 지휘부의 영장 집행 저지 방침이 와해됐다는 해석이다.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된 1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초소로 경호처 차량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