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내수 판매량·월평균 가동 시간도 늘어
그러나 자국업체 선호·불안정한 통상환경
韓업체 기대감↓…“시장 회복 예단 어려워”
HD현대건설기계의 125톤급 굴착기.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HD현대건설기계 제공]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국내 주요 건설기계사의 지난해 중국 내 굴착기 판매 대수가 1년 전과 비교해 두자릿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업계에선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워낙 큰데다, 자국 업체가 강세이다 보니 뚜렷한 회복세로 예단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5일 KB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HD현대인프라코어(2448대), HD현대건설기계(1831대)는 중국에서 총 4279대의 굴착기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3403대) 대비 26% 늘어난 수준이다. 작년 4분기만 보면 HD현대인프라코어는 전년 동기 대비 87.4% 늘어난 729대, HD현대건설기계는 62.9% 증가한 461대를 팔았다.
중국의 굴착기 내수 판매량은 2024년 10만593대로 전년(9만67대) 대비 11.7% 증가하며 국내 업체 제품 판매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기간 HD현대인프라코어의 시장 점유율은 2.2%에서 2.4%로, HD현대건설기계는 1.6%에서 1.8%로 증가했다. 월평균 가동시간도 지난해 90.1시간으로 전년(89.4시간) 대비 소폭 증가했다. 특히 지난달만 놓고 보면 월평균 가동시간은 108시간에 달했다. 굴착기 수요 추이를 가늠할 수 있는 가동시간이 회복세고,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발표가 맞물리며 일각에선 국내 제품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통상환경 악화 등이 맞물리며 단순히 가동시간의 일부 등락에 따라 회복세를 기대할 수 없단 분위기가 대체적이다. 과거 2010년대에는 중국 굴착기 시장은 현지 인프라 투자 확대, 부동산 투자 경기 및 수출 증가로 국내 업체의 ‘최대 효자’였다. 여기에 노후 장비에 대한 교체 수요가 맞물리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 2017년 한 해에만 HD현대인프라코어(당시 두산인프라코어)와 HD현대건설기계의 현지 판매량은 1만5000대에 달했다.
챗GPT로 제작한 이미지. |
그러나 2019년 코로나19 사태, 2021년 중국의 부동산 개발회사 헝다그룹의 파산 신청 여파 등으로 현지 시장은 빠르게 쪼그라들었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에 따르면 대(對) 중국 건설기계 수출액은 2020년 6억6700만달러에서 2021년 4억7400만달러로 28.9% 급갑한 이후, 2023년까지 감소세를 이어왔다. 실제로 중국 내 판매량과 가동시간은 저점을 겨우 지났으며, 뚜렷한 회복 국면으로 보기엔 시기상조란 시각이 많다. 현지 판매량은 지난 2020년 29만3000대에 달했는데, 지난해 판매량(10만593대)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월평균 가동시간도 지난 2017년(133.9시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40시간가량 모자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체들은 시장 다변화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의 경우 중국 내 수익성 확대를 이어가는 한편 인도·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 공략을 진행 중이다. 2007년부터 일찌감치 인도 시장에 진출한 HD현대건설기계의 경우, 작년 1분기 현지 시장 점유율이 17.4%로 1위 티타·히타치(점유율 20.8%)에 이어 2위였다. 주로 소형 굴착기를 생산하는 두산밥캣도 지난해 인도 현지에 소형 굴착기 공장 생산동을 증설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이 정도로 급작스럽게 축소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며 “중국 특유의 꽌시(관계) 문화를 고려해 현지 사업은 이어가되 수출 다각화는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은 자국 제품에 대한 세금 혜택 등으로 내수 시장 선점해, 글로벌 탑티어 브랜드도 고전 중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중국 최대 중장비업체 삼일중공업은 지난해 2만5280대를 팔아 25.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세계 최대 건설장비 제조업체인 미국 캐터필러는 같은 기간 4645대를 팔아, 중국 내 점유율은 4.6%에 그쳤다. 삼일중공업 등 현지 업체가 점유율을 높이며 국내 업체의 비중은 꾸준히 감소해왔다. 지난해 HD현대 계열사의 점유율이 전년 대비 늘어도 여전히 1~2%대 그쳐 큰 폭 상승으로 보긴 힘들단 분석이 대체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현지의 인프라 건설 확대와 함께 국내 기업들의 매출이 소폭 증가했으나, 과거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중국 내 건설 및 부동산 시장 등의 불안정성도 여전히 남아있어 시장 회복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