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19일 북한 평양에서 만나 함께 웃고 있다. [AP] |
2024년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평양 공식 방문은 두 고립된 국가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건이었다. 그 결과 6월 19일 러시아와 북한 간 포괄적 동반자 관계 조약이 체결됐고, 겉보기에는 이 동맹이 상호 이익이 될 것처럼 보였다. 특히 러시아는 2022년부터 결론 없이 장기화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선에서의 부진한 성과와 약 25만~30만명에 달하는 병력 손실(사망·부상자)로 인해 북한의 군사 및 병력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정치적으로 김정은이 말하는 이른바 ‘뜨거운 우정’은 국제 사회의 경제 제재에도 양국이 성공적으로 협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양국 모두 필요에 의해 손을 잡았음에도 승자는 단 한 명, 바로 북한의 김정은이다.
에드워드 하웰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원은 김정은이 ‘우정’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는 반면, 러시아는 ‘동반관계’를 선호한다고 지적한다. 제인 하디 미국연구센터 선임 펠로우는 독재자들 사이에서 신뢰와 우정은 자연스러운 상태가 아니며, 정치란 냉철한 계산에 기반을 둔 동반관계에 의해 작동한다고 설명한다. 우정은 감정의 영역이기 때문에 정치인의 조언자가 될 수 없으며, 실제로 정치인에게 친구란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이익을 위한 파트너만 존재한다고 덧붙인다.
외교는 단순한 의전만이 아니라 때로는 사소하지만, 매우 중요한 제스처에 기반한 예술이다. 평양에서 김정은이 푸틴을 리무진에 안내하며 뒷좌석 오른쪽 문을 직접 열어준 후 자신은 반대쪽에서 탑승하는 모습은 바로 그 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누가 주인인지, 그리고 단순한 의례 이상의 것을 나타낸 상징적인 행동이었다.
북한은 러시아에 약 630만~900만 발의 포탄을 공급했으며, 이는 비록 구식이지만 여전히 살상력이 있다. 또한, 몇몇 탄도미사일과 병력도 지원했다. 도로시 카밀 셰이 유엔 주재 미국 부대사는 약 1만2000 명의 병력이 제공됐다고 추정하며 이들은 제11군단 소속의 정예 병력으로 침투, 기반 시설 파괴 및 암살 작전에 특화된 특수부대 ‘폭풍군단(Storm Corps)’이었다.
그러나 이 병력의 전선에서의 전투 능력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특히 쿠르스크와 도네츠크 지역에 배치된 이들은 현대전에 제대로 대비되지 않아 러시아 지휘부에 문제를 장기화한 이 상황은 김정은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푸틴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푸틴은 병사 한 명당 매달 2000달러를 지급하며, 이는 매달 약 2200만달러가 김정은의 금고로 흘러들어 가는 셈이다.
러시아는 정예 병력이 전장에서 러시아군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기대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누가 러시아로 파견될지 결정하는 사람은 김정은이었다. 따라서 김정은에게는 전쟁이 오래 지속되는 것이 이익이다. 병력 손실은 김정은에게 문제가 되지 않다. ‘총알받이’ 병력은 그에게 안정적인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의 전사자와 부상자가 1000명에서 3000명으로 추정되지만, 우크라이나 측이 주장하는 이처럼 높은 사망률은 다소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지휘관들 사이에서 비공식적으로는 물류 문제, 언어 장벽, 현대전 준비 부족 등 여러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으나 푸틴은 김정은이 파견한 병력이 전선을 개선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할 수 없고, 그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러시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정치적 문제가 핵심이다.
서울역을 찾은 시민들이 지난해 10월 21일 대합실 안에 있는 TV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되는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로부터 물자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는 모습을 시청하고 있다. [AP] |
푸틴과 김정은에게 ‘인식의 전쟁’이 중요하다. 러시아의 전황이 나아지지 않는 동안 김정은의 입지는 훨씬 강화됐다.
1.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은 외교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휴전 협상이나 정전 협정이 논의될 경우 김정은은 러시아의 협상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며, 이는 그의 국제적 위상이 결정적으로 향상되는 계기가 된다.
2. 북한은 오랜 고립과 제재 속에서도 생존하며, 이제 서방과의 전쟁에서 함께 싸우는 강력한 동맹국을 확보했다.
3.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식량, 연료, 특히 군사 기술을 지원받았다. 이를 통해 핵 프로그램 개발, 잠수함 시스템 현대화, 방공 능력 강화가 가능해졌다. 미국인도-태평양 사령부의 사무엘 파파로 제독에 따르면, 북한 공군은 최근 러시아의 MiG-29와 Su-27 전투기를 도입했다. 러시아 역사학자인 안드레이 랑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이 전술 핵무기 개발을 진행 중이며, 러시아의 지원이 이 분야에서의 진전을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 외에도 북한은 여전히 위성 기술을 개선하고 있다.
4. 북한의 지원 요청이 증가할 수 있거나 적어도 이를 자극할 수 있다.
5. 1950~1953년 이후 북한군은 실전에서 군사적 충돌에 참여한 적이 없지만, 우크라이나에서의 현대전은 게릴라 전술, 히트 앤드 런 작전, 드론 사용 등에서 중요한 시험과 경험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측은 북한군이 식량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술적 관점에서 보면, 전쟁은 전쟁을 먹여 살리는 법이라는 결론을 이끌어 낸다.
6. 러시아와의 동반관계 덕분에 김정은은 푸틴과 함께 세계 안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동시에 중국의 다극적 질서 구축 강조를 따르며 미국의 역할과 서방 가치에 도전하고 있다.
7. 중국과의 관계에서 러시아와의 동반관계는 김정은에게 두 강대국 사이에서 더 큰 유연성을 제공한다.
8. 한반도와 관련해 한국은 적절한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제재에도 한국 대통령은 김정은과 푸틴 간의 동반관계가 체결된 후 서울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반응은 없었다. 한국 내 정치적 혼란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아마도 북한은 남한 내 대통령 위기를 이용하지 않겠지만, 향후 협상 재개 시 김정은의 조건에 맞춰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의 입지가 강할수록 남한에 대해 유연성이 적어질 것이다.
9. 북한의 군사력 향상은 아마도 비핵화에 관한 어떤 협상이나 거래를 영구적으로 없애버릴 것이다. 2018년 유행한 용어였던 비핵화는 이제 더 이상 가능하지 않으며, 더 중요한 것은 이는 한반도에서 새로운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푸틴이 북한과의 양자 동반관계를 중단하는 결정은 러시아의 실수를 드러내며, 새로운 파트너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는 북한이 평등한 위치에서, 아니면 더 유리한 위치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지원은 전선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없으며, 그 효과는 미미하다.
어쨌든 북한은 국제무대에서 게임에 참여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글로벌 플레이어로 등장하면서 새로운 정상 회담에 대한 질문이 생긴다. 만약 회담이 열린다면, 그 조건은 무엇이 될까. 2018년과 비교하면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