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16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
내수 위기 우려에도 기준금리 3.00%로 동결 결정
경기 부양보다 환율 안정에 무게 둔 통화당국
미국 금리 인하 둔화 전망에 고환율 리스크 고려한 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한은 금융통회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기준금리 3.00% 동결을 결정하고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했다. 급격한 내수 위축에 따른 경기 부양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1400원 중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는 고환율 상황 속에서 더는 금리를 내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 금리 인하 둔화가 점쳐진 가운데, 우리나라만 금리를 내리면 환율 상승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계심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새해 첫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현 3.00%인 기준금리를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11월 연속 0.25%포인트씩 내렸던 통화정책 기조는 멈추게 됐다.
금통위가 동결을 결정한 이유로는 환율이 꼽힌다. 이날 새벽 2시 서울외환시장 원/달러 환율 종가는 1454.70원이었다. 개장 환율도 1455.0원이었다. 앞서 1480원 선까지 돌파하던 상황보단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고환율 리스크는 도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가 인하되고 유동성이 공급되면 원화 가치가 급속도로 낮아질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여기에 미국 금리 인하 속도마저 둔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고환율 우려는 어느 때보다도 더 커진 상황이다.
한은 뉴욕사무소가 발표한 ‘최근의 미국경제 상황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10곳 중 2곳은 미국 연준의 올해 금리인하 횟수를 ‘0회’로 전망했다. 올해 미국이 아예 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서 나타날 경제적 불확실성도 매우 크다. 트럼프 당선인 대표 공약인 관세가 현실화하면 미국 내 물가 압력이 높아지고, 이는 곧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미국이 금리를 유지하는 반면 우리나라만 금리를 내리게 되면 원화 약세 현상은 더 거세지게 된다. 환율 상방이 열리고 자칫하면 1500원대가 뚫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수입물가가 더 거세게 오르게 되고, 인플레이션이 또다시 나타날 수 있다.
이미 지난달 기준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는 전월보다 2.4% 올랐다. 지난해 10월부터 벌써 석 달 연속 상승세다.
결국 이번 동결 결정은 환율과 인플레이션 우려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내수를 살릴 경기 부양책이 급선무라는 점이다. 계엄과 탄핵으로 위축된 소비 심리를 살리기 위해선 금리 인하가 절실한 카드로 지목됐다. 실제 탄핵 정국이 본격화된 12월 둘째 주(7∼13일) 신용카드 사용액은 3.1%나 주저앉았다.
경기 부양에 대한 우려 속에 한은은 기준금리는 동결하는 대신 중소기업에 대한 ‘핀셋 지원’은 강화했다. 한은 금통위는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유보분을 활용해 중소기업에 대한 한시 특별지원을 현행 9조원에서 14조원으로 확대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한도 증액분 5조원은 다음달 1일부터 2026년 1월 31일까지 1년간 금융기관이 취급한 중소기업 대출 실적에 대해 지원된다. 지방 중기에 집중해 80%는 15개 지역본부에 배정하고, 나머지 20%는 본부(서울지역)에 배정한다. 업체당 한도는 은행 대출취급실적 기준 10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