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새 음주운번만 3번 알콜중독자…징역형은 위법 왜? [세상&]

4개월 사이 3차례 음주운전
1·2심 징역 3년 8개월
대법 “법원, 치료감호 청구 요구했어야”


대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알코올 중독 등으로 피고인이 치료감호를 받아야 할 필요성이 확인됐는데도 법원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법원이 검사에게 치료감호 청구를 요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신숙희)는 음주운전, 무면허운전 등 혐의를 받은 A씨에 대한 사건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치료감호 청구를 요구하지 않은 원심(2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2심 판결을 깨고, 다시 판단하라며 사건을 제주지법에 돌려보냈다.

A씨는 2022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불과 4개월 사이 3차례에 걸쳐 음주운전·무면허 운전을 한 혐의를 받았다. 3차례 모두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0.2%에 달해 면허취소 수치(0.08%)의 2배가 넘었다. 마지막 음주운전 때는 피해 차량을 뒤에서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낸 뒤 도주하기도 했다.

병원 진단서에 따르면 A씨는 당시 1년 이상 매일 소주 2~3병을 마시는 등 알코올중독 상태였다. 그는 과거 1년 전에도 음주운전을 한 혐의로 벌금 1000만원을 확정 받았다. 그럼에도 또 음주운전을 했고, 수사와 재판을 받는 중에도 총 3차례 음주운전을 한 혐의를 받았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징역 3년 8개월 실형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제주지법 형사2단독 배구민 판사는 지난해 4월, 위와같이 선고하며 A씨를 법정 구속했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을 맡은 제주지법 1형사부(부장 오창훈)는 지난해 5월,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음주운전을 했고,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도 매우 높았다”며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2심 판결에 대해 A씨는 불복했다. A씨 측은 대법원에 상고하며 “2심이 검사에게 치료감호청구를 요구하지 않은 것은 재범의 위험성을 방치한 것”이라며 “재량권을 일탈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치료감호란 피고인 중 알코올, 마약중독 등 심신장애가 있는 자에게 내려지는 처분이다. 징역형을 선고하되, 이 기간을 교도소 대신 치료감호소(현 국립법무병원)에서 재범 방지 치료를 받으며 보내게 된다.

치료감호법에 따르면 검사는 피고인에게 치료감호를 받을 필요가 있는 경우 법원에 이를 청구할 수 있다. 또한 법원은 사건을 심리한 결과, 치료감호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검사에게 치료감호 청구를 요구할 수 있다. A씨 측은 “법원이 치료감호 청구를 요구하지 않은 것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범 방지 필요성 등을 고려했을 때 치료의 필요성이 명백한데도 법원이 치료감호 청구를 요구하지 않은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병원 진단서에 따르면 A씨는 알코올 중독으로 심각한 인지기능 저하, 현실 검증력의 결핍, 삭소의 장애 등 증상을 보여 자기 관리가 어려운 상태”라며 “일상생활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병원비와 간병비 부담으로 입원 유지의 어려움을 호소하다 퇴원한 사정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 중 계속 음주운전을 하는 등 이례적인 범행을 계속했음에도 피고인에 대한 정신질환, 정신상태 및 복역 후 재범 위험성에 대한 양형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A씨의 전과, 범행 내용, 범행 사이 시간 가격, 의학적 소견 등을 종합하면 A씨는 재범의 위험성과 치료의 필요성이 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A씨에 대해 치료감호를 할 필요가 있는지 살펴보지 않아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향후 A씨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4번째 재판에서 치료감호 형을 선고받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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