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끈질긴 외교 결과” vs 트럼프 “내 대선 승리 덕”

바이든 마련한 ‘틀’에 트럼프 ‘협박’ 효과

서방은 물론 중동 지역도 가자휴전 환영

갈길 먼 전쟁 종식…인질 교환후 분기점

 

15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중심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팔레스타인 시민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휴전 협정을 즐거워하고 있다. [UPI]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휴전에 전격 합의함에 따라 중동정세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서방은 물론 레바논과 예멘, 이란 등지로 분쟁이 번지며 확전일로를 걷던 중동 지역도 일단은 휴전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공격 중단 합의는 우리 국민과 우리의 저항, 우리 나라 그리고 세계의 자유인들이 이뤄낸 업적”이라며 “이는 적(이스라엘)에 대한 투쟁, 우리 국민의 해방과 귀환이란 목표 달성을 위한 길에서 중대한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에서 “인질 수십명과 가족들의 고통을 끝내준 데” 감사를 표하고, 양측이 “곧 워싱턴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의 밤거리는 모처럼 축제 분위기로 뒤덮였다. 가자 중부 데이르 알발라의 거리로 뛰쳐나온 주민들은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면서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며 폐허 속에서나마 기쁨을 만끽했다. 가자 남부 칸유니스의 한 시장에서는 휴전을 축하하는 ‘즉석 퍼레이드’가 벌어졌다. 또다른 전쟁 피해자인 이스라엘 인질 가족 단체는 성명을 내고 “압도적인 기쁨과 안도감으로 휴전을 환영한다”며 밝했다.

미국 정권 교체기를 앞두고 성사된 가자전쟁 휴전과 관련해 미국의 현직과 차기 대통령은 ‘공적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조 바이든(왼쪽)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AP]

그러나 미국 정권 교체기를 앞두고 성사된 가자전쟁 휴전과 관련해 미국의 현직과 차기 대통령은 ‘공적 신경전’을 벌였다. 이번 휴전안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개월 넘게 추진했지만 임기동안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다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며칠 앞두고 성사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트루스소셜’에서 “우리는 중동에서 인질들을 위한 합의(석방 합의)에 도달했다”며 “그들(인질들)은 곧 풀려날 것이다.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것은 미국과 세계를 위해 일어날 위대한 일들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힌 뒤 “내가 백악관에 복귀하면 일어날 모든 놀라운 일들을 상상해 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백악관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나의 외교는 이 일을 성사하기 위해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며 “이는 하마스가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고, 레바논 휴전과 이란의 약화 이후 지역 정세가 변화한 것에 따른 결과일 뿐 아니라 끈질기고 고된 미국 외교의 결과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그는 연설을 마치고서 퇴장할 때 취재진으로부터 트럼프 당선인과 자신 중 누가 더 협상 성사에 공이 있는지를 질문받자 웃으며 “그건 농담인가”라고 짧게 답했다.

미국 언론은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인 참모들의 협력 덕분에 협상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정부 관계자뿐 아니라 트럼프 당선인이 임명한 중동 책사 스티븐 찰스 위트코프 등이 이번 휴전안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현직 대통령의 오랜 노력에 트럼프 당선인이 ‘결정적인 위협’이 하마스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틀 전 하마스가 중재국인 이집트 측에 휴전 협상을 진지하게 참석할 의사를 밝혔다”며 “트럼프의 위협이 ‘불에 기름을 부른 격’이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트루스소셜에 “취임 전에 인질들이 석방되지 않는다면, 중동과 인류에 반하는 잔학 행위를 저지른 책임자(하마스)들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하마스를 향해 맹비난을 퍼부은 바 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행정부 시절 중동 문제 고위 관리로 일했던 데니스 로스는 “트럼프 효과가 있다”며 “위협도 있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 (중재국들이) 이 문제를 종식시키는데 중점을 둔 것 같다”고 전했다.

정권 교체기 협상이 이뤄진 1979년 ‘이란 인질’ 사태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이란의 이슬람 혁명 과정에서 주이란 미국대사관의 직원 66명이 과격파 시위대에 의해 억류됐고,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는 1년 넘게 구출 작전을 펼쳤지만 성과가 없었다. 인질 구출 작전에 투입된 미군 8명이 사망하면서 카터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폭락하기도 했다.

그러다 1981년 카터 다음으로 대통령이 될 예정이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인질 석방 합의가 이뤄졌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된 6주 휴전안이지만 남은 과제도 상당하다. 당장 19일 발효할 양측의 휴전안이 끝까지 이행되기까지 남은 공은 트럼프 정부가 넘겨받은 상황이다. 먼저, 하마스는 먼저 인질 33명을 석방하고, 시신을 귀환시킬 예정이다. 이후 이스라엘은 석방되는 자국 민간인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수감자 30명을, 이스라엘 여성 군인 1명당 팔레스타인 수감자 50명을 각각 풀어주기로 했다. 석방되는 팔레스타인 수감자 총인원은 1000명 가량으로 예상됐다.

이번 휴전은 바이든 정부가 마련한 ‘3단계 휴전안’의 초입인 1단계에 불과해 6주가 끝나면 “전쟁 종식이냐, 다시 전쟁이냐”의 기로에 서게 된다. 1단계 휴전 16일차가 되면 이스라엘 남성 군인 석방과 영구적 휴전,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 등 의제를 포함하는 휴전 2단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휴전을 이어가려면 2단계, 3단계에 대한 양측 합의가 반드시 이뤄져야만 한다.

NYT는 “휴전 협상에서 모호한 부분이 있어 분쟁이 다시 발생한 가능성이 있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에 참여하도록 중재자들은 너무 느슨하게 표현된 합의를 만들었다. 쉽게 무산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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