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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극 공연 모습과 무대 철거로 나오는 쓰레기들 [독자 제공, 폐기물 처리업체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연극이나 뮤지컬 등 공연연출엔 다양한 무대가 마련된다. 갖가지 소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하는 것, 무대와 소품은 대부분 ‘일회용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데에 있다. 짧게는 일주일 공연 후 모두 폐기된다.
그렇게 버려지는 쓰레기만 연간 1톤 트럭 약 1000대 분량에 이른다. 이는 소규모 작품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만 추산한 결과다. 대형 공연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들은 추산도 힘든 실정이다.
알고 보면 어마어마한 공연 쓰레기, 이를 아예 없앨 순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공유해 사용하고, 보관했다가 필요한 이들에게 대여해주는 식이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좀처럼 현실화되지 않는 건, 이 같은 쓰레기 절감 노력이 소위 ‘돈 되는’ 사업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그래서 우선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차원에서 이 같은 노력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다. 예술 지원 사업을 하는 서울문화재단의 위탁·대여 서비스 등이 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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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극이 끝나고 배우들이 관객들에 인사하고 있다.[독자 제공] |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연극, 뮤지컬 등 공연예술 분야에서 진행된 창작 초연 공연(처음으로 공연된 작품)은 총 691개으로 집계됐다.
초연 공연에 주목하는 건 초연 공연이 재연에 성공하는 작품은 5% 미만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초연 공연 때 사용된 무대나 소품의 대부분은 다시 쓰일 일이 없이 쓰레기로 버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힘든 소품들이 많아, 중고 거래 등 여타 처리 방안을 찾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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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극장 무대 모습. 김광우 기자. |
무작정 보관하기도 힘들다. 장소를 찾기도 어렵지만, 극소수의 공연 외에는 다시 사용할 가능성도 낮다.
다수의 소규모 연극 출연 경험이 있는 연극배우 최모(30) 씨는 “소규모 극단의 가장 큰 문제는 보관 장소가 없다는 것”이라며 “여러 방면으로 바자회나 나눔을 진행하기도 했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작품 규모나 시대 배경 등에 따라 무대 세트와 소품의 규모는 차이가 크다. 하지만 기본적인 가구나 무대 배경을 위한 목재, 의상 등은 대부분 공연에서 빠짐없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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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장 무대 철거로 나온 쓰레기.[폐기물 처리 업체 홈페이지 갈무리] |
서울 대학로를 위주로 영업하는 폐기물 처리업체 사장 A씨는 “아무래도 무대 배경을 위한 목재나 가구 등 부피가 큰 쓰레기들이 많다”면서 “규모가 작은 소극장이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한 번에 1톤 트럭 1~2대 정도는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서 배출되는 공연 쓰레기를 정확히 측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소극장 하나당 1톤 트럭 1.5대 분량의 쓰레기가 나온다고 가정하면, 1년 동안 초연 공연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만 1톤 트럭 1000대 분량에 달한다. 물론 ‘초연’에 그친 작품만 고려한 최소 추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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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킹키부츠’ 공연 모습.[CJ ENM 제공] |
연달아 공연이 이어지는 대형 작품들에서도 공연 쓰레기가 배출된다. 국립극단은 지난 2022년 4월 한 달간 ‘기후비상사태:리허설’ 공연을 진행한 결과 약 130톤의 폐기물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탄소 감축 주제로 공연을 제작·진행한 것을 고려하면, 여타 대형 공연 폐기물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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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준비하는 모습.[독자 제공] |
최근엔 국내 공연계에서도 ‘녹색 전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공연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려는 것이다. 특히 보관 방법을 찾지 못해, 하는 수 없이 버려지는 무대 소품 등을 위탁·대여해주는 서비스가 주목받는다.
서울문화재단은 지난 2023년 12월부터 공연 물품을 저렴하고 편리하게 대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 ‘리스테이지 서울’을 구축했다. 공연 물품을 온·오프라인으로 빌리고 맡길 수 있는 서비스다. 위탁은 무료, 대여는 최소한의 세탁 등 책임 비용만 청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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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리스테이지 서울에 보관된 무대 소품. 김광우 기자. |
업계의 호응도 뜨겁다. 지난 2023년 시범운영 기간 리스테이지 서울의 물품 대여 수량은 228점에 불과했지만, 작년엔 3416점으로 크게 늘었다. 각종 물품 위탁도 잇따르며, 보유량이 2000점에서 5000점 이상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2024년에만 총 337개 극단에서 리스테이지 서울 물품을 대여해 사용했다. 1년 동안 진행되는 초연 공연이 700개가량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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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리스테이지 서울에 보관된 무대 소품. 김광우 기자. |
기대 이상의 반응에 사업도 확대 추진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은 지난 7월 의상·소품 창고를 확장 이전했다. 쏟아지는 위탁 물품을 보관하기 위해서다. 지난달에는 가구 등 큰 물품을 보관할 수 있는 대도구 창고를 신규 조성했다.
해당 서비스를 즐겨 이용한다는 연극연출가 김지수(26) 씨는 “예산이 부족한 소규모 예술단체의 경우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소품이나 의상을 갖추는 게 큰 부담”이라면서 “특히 공연 시에만 사용하고 반납하면 되기 때문에, 보관 장소에 대한 고민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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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테이지 서울 대도구 창고 모습.[서울문화재단 제공] |
한편 물품 위탁·대여 외에도 공연 준비 과정에서 공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제시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지난 2023년 ‘문화예술부문의 지속가능 가이드북’을 발간해 관련 업계의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금속보다는 목재를 우선 사용 ▷친환경/저독성 페인트 사용 ▷친환경 인증 받은 섬유를 활용한 의상 제작 ▷프로그램북 전자문서로 제작 ▷세트와 무대 제작의 경우 재사용·재활용 기관 이용 등 방안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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