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횡단보도 사선 깜짝 놀랐다” ‘노란선의 기적’ 뭐길래? [세상&]

“건널목에 노란 사선 그으면 우측통행 유도해 사고 줄 수 있어”
서강초 5학년 김태유, 김리아, 강민서 학생 200만원 기부
어린이 교통안전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 수상


노란선의 기적 팀이 제안한 건널목 아이디어 화면. [아동안전위원회 유튜브 화면]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원래부터 상을 타면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진짜 기부하고 나니 더 뿌듯했어요”

기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또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선행이다. 더구나 기부는 자신의 경제적 상황과도 무관하다.

그런데 12살 어린이들이 최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적지 않은 200만원을 기부한 사연이 전해졌다. 주인공은 바로 서강초등학교 5학년 김태유, 김리아, 강민서 학생. 이들을 만나 기부에 대한 사연을 들어봤다.

어린이보호구역 아이디어 공모전 우승 상금 200만원을 기부한 (왼쪽부터)강민서군, 김태유군, 김리아양. [아동안전위원회 제공]


지난 5일 서울 마포구청에서는 세 학생의 기부금 기탁식이 진행됐다. 이들이 기부한 돈은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학생들이 살고 있는 마포구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김리아 양은 “막상 기부하고 나니 부모님도 그렇고 친구들도 대단하다고 많이 칭찬해 줘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세 학생의 기부도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이들이 칭찬 받을만한 일이 더 있다.

사실 세 학생이 기부한 돈은 비영리 사단법인 아동안전위원회가 주최한 ‘어린이보호구역 아이디어 공모전’의 우승 상금이다. 세 학생은 지난해 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상금 200만원을 받았다.

세 학생은 ‘노란선의 기적’이라는 팀 이름으로 공모전에 참가했다. 이들이 생각한 아이디어는 어린이 보호구역 건널목에 노란색의 사선을 긋는 것이다. 현재는 건널목에 흰색으로 사다리처럼 선이 그어져 있을 뿐이다.

김태유 군은 “차도 우측통행을 해야 하고 사람도 우측통행을 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건널목 선이 가운데로 나뉘어 있으면 오른쪽에서 건널 수도 있고 왼쪽에서 건널 수도 있다”며 “하지만 노란색 사선을 그으면 우측통행을 유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아이디어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건널목에서 교통사고 상황을 보면 자동차가 정지선을 넘어 건널목을 건너는 사람을 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럴 때 보행자가 건널목 왼쪽이 아닌 오른쪽에서 출발하게 되면 추돌 사고의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 아이들은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건너게 유도할 수 있도록 노란 사선을 긋자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보행자들은 정지선을 넘는 차에서도 보호받을 수 있고 보행자끼리 양방향에서 오고 갈 때 부딪힐 확률도 줄어들게 된다.

아이들이 이 공모전을 준비한 건 지난 9월부터다. 원래 세 학생은 4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5학년 때 모두 다 다른 반이 되었다. 하지만 이 공모전에 참여하며 다시 소통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강민서 군은 “이런저런 생각이 날 때마다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다듬어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며 “다른 반이 된 후 그동안 별로 대화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다시 친해진 거 같아 좋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노란선의 기적은 교통 관련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보더라도 좋은 아이디어로 보였다.

아동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심사에서 심사위원들 모두가 아주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며 “실제 빨리 현장에 적용될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부모님들도 이번 경험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유 군 어머니 최명민씨는 “공모전을 준비하는 동안 어디를 가나 교통안전에 관한 생각을 하면서 어떤 것이 좋은지 생각하는 모습이 기특했다”며 “누가 시켜서가 아닌 본인 스스로 찾아가는 살아있는 교육이 아니었나 한다”고 말했다.

마포 서강초 5학년 학생들이 공모전 상금 200만원을 기부하고 있다. [마포구 제공]


아이들은 어서 빨리 자신들의 아이디어가 실제 생활에 적용되길 기대하고 있다.

세 학생은 “대상을 받았을 때도 기분 좋았지만 실제 우리 아이디어인 노란선이 학교 앞 건널목에 그어지고 어린이 교통사고가 줄어든다면 너무나 뿌듯할 것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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