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에 268억 쓴 LS증권
“세액 공제 대상” 주장하며 소송
1심 승소→2심 패소
대법, 패소 취지로 결론
대법원.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금융사가 전산시스템 개발에 사용한 비용은 세액 공제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단순히 기존 업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개발이었을 뿐 세액 공제 대상인 과학기술 분야의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으로 볼 순 없다는 이유에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권영준)는 LS증권 주식회사가 세무당국을 상대로 “법인세를 재산정해 차액을 돌려달라”는 취지로 낸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대법원은 LS증권 측 승소로 판결한 원심(2심) 판결을 뒤집고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사건은 LS증권이 2011년 8월부터 1년간 LG CNS에 차세대 전산시스템 개발을 위탁해 개발비로 약 268억원을 지급하면서 시작됐다. LS증권은 더 나은 고객 서비스 제공을 위해 서버 안정화, 채널 확보, 고객정보 관리 및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 업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개발비를 지급했다.
LS증권은 세무당국을 상대로 “해당 개발비에 대해 세제혜택을 달라”고 주장했다. 조세특례제한법 등에 따르면 연구개발비 중 ‘과학적 또는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은 세액공제 대상이다. 연구개발 투자에 주저하는 기업들을 독려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다.
1심에선 LS증권이 졌다. 1심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제6부(부장 이성용)는 2020년 5월, 이같이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업무 효율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까지 전부 세액공제의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과학적·기술적 진전을 위한 연구개발 장려’라는 세액공제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2심에선 반대로 LS증권이 이겼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제9행정부(부장 김시철)는 2021년 9월 세무당국이 LS증권에 대해 법인세를 재산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세액공제 대상 요건에 신규성과 진보성을 갖추어야 한다거나, 기존 제품과 다른 획기적인 차별성이 있어야 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기존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수립하는 경우에도 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으로서 연구개발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이어 “해당 차세대 전산시스템은 기존의 수준보다 상당히 진전돼 업무 절차, 시스템, 서비스의 주요한 개선을 이루었으므로 기술적 진전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하급심(1·2심)에서 판단이 엇갈리자, 대법원이 교통정리에 나섰다.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과학적·기술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은 문언상 기술적 불확실성을 체계적으로 해소해 과학기술 분야의 진전을 이루기 위한 활동”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해당 차세대 전산시스템은 기존 업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위탁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과학기술 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설령 업무 시스템의 주요한 개선이 이뤄졌다 하더라도, 이는 기존 분야에서 서비스 전달체계를 개발하기 위한 활동에 해당할 뿐 세액공제의 적용 대상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그럼에도 원심(2심)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LS증권 측 손을 들어준 2심 판결을 깨고, LS증권 패소 취지로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