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푸드] 무한한 변주, ‘토핑’…한국인은 원래 잘했다?

소속+차별 원하는 MZ, 토핑 선호

“창의적 한국, 토핑 활용력 뛰어나

K-푸드 확산에 중요한 역할할 것”

 

육회 비빔밥 [123RF]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토핑 경제(Topping Economy)’가 식음료 산업의 키워드로 떠오른 가운데, 이러한 소비 트렌드가 ‘K-푸드’ 확산에 기여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맞춤형’ 소비를 원하는 전 세계 MZ세대의 특성에 ‘한국식 토핑’이 매력적으로 다가설 수 있다는 의미다. 비빔밥 등 전통 한식부터 한국식 핫도그·피자, 크로플 같은 국내 유행 디저트 모두 토핑이 핵심이다. 창의성이 뛰어난 한국인이 토핑을 좋아하고 훌륭하게 활용한다는 의견이다.

‘소속감’과 ‘차별감’의 줄다리기…MZ는 왜 토핑에 열광할까

‘토핑 경제’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 10대 소비 트렌드로 선정한 키워드다. 상품의 부수적 요소인 ‘토핑’을 통해 새로운 경제 효과를 창출하는 것을 뜻한다.

김 교수는 ‘표준화 경제’에서 차별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토핑 경제’로 시장이 진화했다고 봤다. ‘최고의 상품’보다 소비자에 딱 맞는 ‘최적의 상품’이 만족감을 더 높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왜 토핑에 주목하는 걸까. 김 교수는 “소비자가 ‘소속’과 ‘차별’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를 한다”고 분석했다. 남들이 가졌다면 나도 가져야 한다는 소속감, 하지만 남과 다르다는 차별화 갈망을 동시에 느낀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중적 딜레마’는 MZ세대 위치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MZ세대는 유행하는 음식을 통해 소속감을 느낀다. 동시에 토핑으로 ‘세상에 둘도 없는 나만의 것’을 만든다.

이규민 한국외식산업정책학회장은 “MZ세대는 자신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선택지를 선호하는데, 토핑은 이를 실현하는 최적의 방식”이라고 짚었다. 이어 “좋아하는 재료를 추가, 조합하면 음식을 더 특별하게 느끼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MZ세대는 특히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토핑 유행’을 빠르게 퍼트린다. 나만의 ‘최애(최고로 애정하는) 조합’을 추천하거나 좋아하는 ‘연예인 토핑’ 조합을 따르기도 한다.

비빔밥·김밥…“토핑은 한식 문화 특성”

 

김밥 [123RF]

김 교수는 이런 토핑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창의성’이라고 강조한다. ‘창의성’은 한국인의 돋보이는 능력 중 하나다. 창의적인 한국인은 실제 식문화에서도 창의성을 발휘하는 토핑을 선호한다. 한식에 토핑 중심의 음식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밥만 보더라도 재료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파생 메뉴가 탄생한다.

이 학회장은 “한국 음식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재료의 ‘조화’와 개별화된 ‘선택’을 중시했다”며 “비빔밥에서는 각종 고명을, 김밥에서는 원하는 속 재료를, 찌개·국물에서는 다양한 부재료를 추가한다”고 말했다.

이런 한식의 특징은 해외에서 강점이 된다. 현지 입맛에 맞춘 메뉴 선택과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서다. 예컨대 비빔밥은 현지의 식재료를 사용하거나 특정 소스를 추가해 현지화할 수 있다. 외국인에게 색다른 경험도 제공한다. 이 학회장은 “토핑을 활용한 한식은 외국인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뭐든 다 올려’…외국인도 놀라는 한국식 피자·핫도그·도넛

 

불닭고구마피자(왼쪽), 한국 핫도그 [피자스쿨, 123RF]

한국인은 전통 음식뿐만 아니라 토핑을 통해 타국 음식을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 ‘한국식 토핑’으로 재탄생된 메뉴다.

식품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특유의 ‘대를 잇는 장인 정신’을 ‘지키는’ 문화라고 본다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변화’의 문화”라며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드는 힘이 현재 K-콘텐츠의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변화에 능숙한 특성이 음식이라는 분야에서 다양한 변주로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피자나 핫도그가 대표적이다. 한국식 피자는 ‘무엇이든’ 올릴 수 있다. 불고기부터 고구마, 불닭, 심지어 쌈장까지 올린다. 이탈리아인이 보면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다.

한국식 핫도그에도 모차렐라치즈, 가래떡, 감자, 설탕 등 다양한 토핑이 사용된다. 미국 핫도그와 완전히 다른 음식이다. 이렇게 재탄생된 한국식 메뉴는 ‘역수출’되기도 한다. 핫도그 브랜드 ‘명랑 핫도그’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10여 개국에 진출했다.

소금빵·크로플·약과…유행 식품도 토핑으로 재탄생

 

다양한 종류의 크로플 [우리의 식탁 제공]

 

소금빵(왼쪽), 인절미·쑥 도넛 [노티드 인스타그램]

한국인은 유행하는 식품에도 ‘색다르고 빠르게’ 토핑을 쓴다. 특히 국내 디저트 시장에서 유행하는 식품은 단순히 해당 음식의 ‘기본 맛’ 소비로 끝나지 않는다. 소금빵이 유행하면 대파크림 소금빵, 흑임자 소금빵 등 각종 토핑이 더해진 형태가 쏟아지면서 소금빵의 인기를 확산한다. 크로플, 약과, 베이글, 도넛, 그릭 요거트도 동일한 방식으로 유행했다.

이 학회장은 “토핑 문화는 단순한 음식 트렌드가 아니라, 맞춤형 소비에 관한 현대인의 욕구”라며 “전 세계 MZ세대는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음식에 흥미를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토핑을 강조하는 전통 한식 문화, 그리고 토핑 활용에 뛰어난 한국인의 특성은 이러한 글로벌 추세에 힘입어 K-푸드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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