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사업계획 수립 때보다 급등
사업 목표 등 재검토 불가피 무게
“계획수정 염두, 상황 모니터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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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흐름이 예상과 달리 고착화되면서 은행권에서 올해 사업계획 수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연합] |
지난 연말 예상치 못한 원/달러 환율 급등에 일부 은행들 중심으로 올해 연간 사업계획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하던 지난해 4분기 당시보다 환율이 크게 오르면서 외환 유동성 확보나 자본 건전성 유지, 기업대출 관리 등의 측면에서 당장 1분기 내에 수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은행권에 따르면 일부 은행은 연초부터 사업계획 수정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A 은행 관계자는 “올해 경영계획 수립을 위한 환율 가이드라인에서 환율 최고 예상치는 1450원 선”이라며 “지금과 같은 고환율 상황이 일정 기간 지속되면 추이를 지켜보고 수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 은행 관계자도 “아직 1월이지만 환율 상승에 따른 리스크가 있어 1분기 중 목표 등 변경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보고 현재 (사업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환율 대응과 유동성·건전성 관리는 물론 세부적으로 기업 대출이나 해외 진출 및 영업 등과 관련해 사업 목표 수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보고 대내외 상황 변화를 살피고 있다. 기존 대출 기업 중 수입업체 등의 경우 고환율에 따른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특히 눈여겨보고 있다.
C 은행 관계자는 “시장 상황 모니터링을 통해 현안을 폭넓게 점검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기존에 수립한 전략에 수정 반영할 방침”이라면서 “중소기업 중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수입업체부터 먼저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환율은 여전히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앞서 1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00%로 동결한다고 발표하자 환율은 곧바로 1449.6원까지 떨어졌고, 17일(한국시간) 새벽 2시 환율은 전장 서울환시 종가 대비 3.70원 하락한 1457.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후 1450원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이날 개장가는 1460.00원을 기록했다. 1480원대를 위협했던 수준에서는 소폭 내렸지만 여전히 1460원 안팎을 오가며 고공행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초만 해도 1300원대 초반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오르기 시작했고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맞으면서 급등세를 보였다. 작년 10월 2일 대비 올해 1월 2일을 비교하면 주간 종가 기준 1개 분기 만에 147.3원 오른 것이다.
돈을 다루는 은행은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일단 환율이 오르면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금액이 늘며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하는 등 자기자본비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은행권 설명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오를 때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0.02%포인트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율 상승은 비교적 높게 유지되고 있는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에도 타격을 준다. 기업 외화대출 관리 등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원자재 수입 등 환율에 민감한 업종의 경우 환율 급등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여신 건전성 관리에 직결돼서다.
통상 은행은 외화자산과 외화부채를 일치시키는 환 포지션을 통해 환율 변동 위험을 헤지하고 환율 예상 범위를 넓게 잡아 환율 영향을 관리하고 있다. 올해 사업계획 수립 때도 환율 상·하단을 충분히 넓혀 환율 충격 완화 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은희·유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