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등 행정명령 ‘속도전’ 예고에 證 변동성 ↑
국내 정책 우선·점진적 관세 전망도…美中 갈등 완화 기대까지
트럼프 1기 1년간 S&P500 23.7%↑…IT·금융·헬스케어 강세
[EPA]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이 국내외 증시에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8년 전 트럼프 1기 행정부 초반 다른 행정부보다 훨씬 공약 이행 속도가 빨랐던 것을 고려하면, 집권 초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할 ‘행정 명령’에 따른 정책적 변동성에 대해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 1기 행정부 당시 주가가 강세를 보였던 IT·금융·헬스케어 섹터를 2기 행정부에서도 또 한번 주목해야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하루 전인 19일 오후(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개최한 대선 승리 축하 집회에서 “내일(20일)을 시작으로 미국이 직면한 모든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역사적인 속도와 힘으로 행동하겠다”면서 ‘행정 명령’을 통한 정책 기조에 속도를 높일 것을 천명했다.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보편 관세’ 부과 여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멕시코-캐나다를 대상으로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행정 명령에 서명할 것이라 예고한 바 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부과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할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일각에선 예고했던 보편 관세가 실제론 점진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1기 당시 중립 이상의 실물 경기 여건 위에서 저물가·저금리 환경이 가세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위험이 큰 상황이란 점에서다. 김용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네오콘 일변도였던 지난 1기와 다르게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 등 경제금융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2기 행정부 진용은 실제로 온건·합리주의 노선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면서 “신정부 출범 전후 허니문 협력 과정을 확인하며 ‘트럼프 트레이드’ 과민 반응이 진정될 공산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했던 취임 초 ‘행정 명령’ 중에선 ‘보편 관세’보단 국경·이민자 추방 등 국내 정책에 관한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대선 승리 축하 집회에서 최우선 해결 과제로 “우리 국경에 대한 침략을 저지하고 우리의 부를 되찾으며, 우리 발아래 있는 액체 금(석유)을 해제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선반영한 불안 심리가 트럼프 취임 이후 오히려 불확실성 완화 및 안도로 반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새 정부의 친(親)기업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통화에 따른 양국 갈등 완화 전망 역시도 취임 초 국내외 증시엔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 초반 보여줬던 속도감 있는 정책 드라이브가 증시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점도 2기 행정부 출범을 맞이하는 투심을 자극하는 요인이란 분석도 있다.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 만에 총 33건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이전 대통령들이 같은 기간 기록했던 평균 15건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대표적인 행정 명령으론 ▷도트-프랭크법 재검토 명령 등 금융규제 전면 재검토 ▷오바마케어 폐지 전까지 행정기관 규제 부담 완화 ▷ICT 기술을 통한 연방 정부 효율성 강화 ▷미국 연안 석유·가스 개발 확대 등이 있다.
이 결과 지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1년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23.7% 상승한 바 있다. 섹터별로도 IT(41.2%), 금융(27.7%), 헬스케어(26.7%) 등이 특히 강세를 보였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행정명령을 통해 속도감 있게 정책 어젠다를 정리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징을 투자 전략으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매크로 관련 어젠다가 집권 초기에 집중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증권가에선 인공지능(AI) 관련 IT 섹터 등 주도 성장 산업이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이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황수욱 연구원은 “중국과 기술경쟁 구도가 트럼프 1기보다 더 뚜렷해져 있고, AI 기술의 성장 로드맵도 계속 그려나가는 상황인 만큼 기술주를 중심에 둬야 한다”면서 “산업재(전력 인프라), 금융 섹터를 선호하는 의견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의 주요 공약 7가지 중 인플레 종식, 세금 감면, 보편적 관세,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기후규제 완화 등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보편적 관세와 기후규제 완화 등은 행정명령으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어서 주식시장도 (당선 직후) 곧바로 반응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