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밈코인도 시총 20위권 이탈
전략비축법등 친가상자산정책 기대↑
20일 오전 서울 빗썸라운지 강남점에 가상화폐 솔라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은 취임을 앞두고 자체 밈 코인을 출시했다. 트럼프 밈 코인이 솔라나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발행되면서 가상화폐 솔라나 가격도 상승했다. [연합]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첫날 그의 입에서 가상자산은 거론되지 않았다. 트럼프표 가상자산 가이드라인이 공개될 것이란 기대가 어긋나자 비트코인은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며 상승세가 꺾였다.
다만 후보 시절 ‘가상자산 대통령(Crypto president)’을 공언한 만큼 행정명령과 입법을 통해 가상자산 정책은 순차적으로 드러날 전망이다.
21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8시 10분 기준 전날 대비 1.26% 오른 10만279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일주일 전보다 8.64% 오른 가격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둔 전날(오후 4시15분) 10만8899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찍은 뒤 소강된 흐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한 공식 트럼프 ‘밈’(meme)”이라고 밝힌 ‘오피셜 트럼프’는 8.20% 하락한 39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시가총액 20위권 밖으로도 밀려났다.
이날 오전 약세는 차익 실현 매물 영향으로 풀이된다. 15일(현지시간) 발표된 1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에 부합하자 물가 불안이 누그러지고 금리인하 가능성이 되살아나면서 가상자산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루슬란 리엔카 유호들러 마켓 애널리스트는 “긍정적인 CPI 데이터가 가격에 이미 반영됐다”며 “트럼프 취임식 당일에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로 인해 시장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상자산 언급이 부재한 점이 실망감을 키웠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가상자산 업계가 주목한 건 진일보한 가상자산 밑그림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40분간 연설에서 불법이민, 에너지, 외교·안보 등 다양한 의제를 던졌지만 가상자산은 언급하지 않았다.
취임 첫날 서명한 행정명령에도 가상자산 관련 내용은 없었다. 백악관이 공개한 행정명령 문서에 따르면 ▷국경장벽 건설 및 불법이민 차단 ▷극단적 기후정책 폐지 ▷관료주의 개선 등이다. 앞서 외신들은 가상자산 행정명령 서명에 무게를 뒀다. 블룸버그, 로이터 등은 최대 20명으로 구성된 ‘가상자산 협의회(crypto council)’ 신설, 은행의 가상자산 수탁업을 방해하는 의무회계 지침(SAB121) 폐지 등을 예상했다.
다만 트럼프가 대통령 권한인 행정명령을 통해 가상자산 정책을 구체화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하면서 법안 추진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규제 명확성을 골자로 하는 ‘21세기 금융혁신기술법(FIT21)’과 가상자산 변동성을 낮춘 ‘스테이블코인’, ‘비트코인 전략비축’ 법안 등이 주목된다.
특히 전략비축 법안은 추진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파급력이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데다 미국 주마다 매입을 위한 준비금 절차가 상이한 점이 걸림돌이다.
현재 텍사스, 오하이오, 펜실베니아 등에서 비축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김현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지난 선거 유세 과정에서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며 기존 정책과는 다른 방향성을 꾸준히 제시해왔다는 점에서 트럼프의 친가상자산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상·하원 내 과반에 해당하는 의원들이 가상자산 친화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트럼프의 친가상자산 정책들과 관련 법안들의 재발의 및 속도감 있는 추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유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