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대한당구연맹 회장 선거가 오는 23일 치러진다. |
[헤럴드스포츠=유병철 전문기자] 한국체육계에 선거의 계절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당구도 그 뜨거운 열기에 동참했다. 오는 23일 치러지는 제3대 대한당구연맹(KBF) 회장 선거에 레전드 체육관료와 ‘아프리카TV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능한 기업인이 격돌한다.
주인공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최장수 체육국장을 지낸 체육행정 전문가 김기홍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65)과 서수길 SOOP 대표(58)다. 먼저 김 고문은 1988년 32회 행정고시 합격으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은 후 체육행정 전문가로 발돋움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문체부 체육국장으로 역대 최장인 3년 동안 재임했고, 이 사이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같은 해 남아공 월드컵, 2011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 굵직한 업적에 동참했다. 1급 공무원으로 승진한 후에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상금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차관보급)을 맡아 성공개최를 이끌었고, 이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한국의 체육행정에 관해서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운 전문가다.
서 대표도 강점이 뚜렷하다. 한국의 체육단체 회장들이 그렇듯 사업수완과 자금력이 돋보인다. 서울대 공대를 나와 보스턴컨설팅그룹, SK C&C, 위메이드 등 굴지의 기업을 거쳤고, 특히 2011년 나우콤 대표 시절 아프리카TV(SOOP의 전신)를 만들어 성공신화를 연출했다. 지난해 12월 다시 SOOP(숩)의 대표이사를 맡으며 경영일선으로 복귀했다.
김기홍 상임고문은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출신으로 체육행정 전문가로 유명하다. |
김기홍 고문의 정책은 무난하다. 풍부한 경험과 높은 체육행정 이해도를 바탕으로 정부 및 기업을 상대로 다양한 지원을 받아 KBF를 발전시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특히, 문체부가 주관한 스포츠토토의 종목으로 당구를 포함시키겠다는 첫 번째 공약이 눈길을 끈다.
반면 이번 선거의 관전포인트는 서수길 대표의 강점이자 약점인 ‘사업’으로 집중된다. SOOP은 연간 3,5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재력이 탄탄하다. 이에 서 대표는 ▲ 도하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지원 ▲시도연맹의 자립 기반 강화와 재정 지원 확대 ▲대한당구연맹 주최 대회 상금 규모 확대 ▲대회 출전 수당제 신설 ▲심판진과 지도자의 처우개선과 해외 연수 프로그램 신설 등 공약 대다수가 금전적 지원과 연결돼 있다.
문제는 SOOP이 사업적으로 당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 이해충돌 및 국제적 불이익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먼저 SOOP은 산하에 ‘빌리니티’라는 당구용품 브랜드를 만들어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다. 당연히 각종 대회와 행사에서 이해충돌이 우려되고, 세계당구연맹(UMB) 정관(73조 6항)에 당구 관련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련한 사람은 UMB 이사회의 보직을 맡을 수 없다는 조항에도 저촉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수길 대표는 SOOP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 강점이자 약점이다. |
SOOP은 또 산하에 UMB의 중계권을 보유한 5&6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SOOP이 미디어사업자인 만큼 서 대표가 회장이 되었을 경우 지상파 3사와 빌리어즈TV가 KBF 경기의 중계를 외면할 수도 있다.
다른 사회 분야와 마찬가지로 체육단체도 그 수장을 누가 맡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프로당구리그(PBA)의 성공에 힘입어 캐롬(3쿠션)에서 양과 질적인 면 모두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 당구의 수장은 누가 될까? 검증된 레전드 관료 출신의 안정된 발전일까, 아니면 다소 위험성이 있어도 혁신적인 기업가의 공격적인 재정지원일까? KBF 내부에 밝은 한 당구인은 “최근 10년간 한국 프로스포츠 중 PBA의 성장세가 가장 눈에 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PBA도 PBA지만, 이제 국제대회 및 아마추어까지 포괄하는 KBF의 발전이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23일 당구인들의 선택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