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과 닮은 추영우?…신인배우 성장기 기대
24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천재 외과의사 백강혁을 연기하는 배우 주지훈 손에 들린 아이폰에는 ‘홈버튼’이 있다. 정확히는 2014년 출시 모델인 ‘아이폰6’다. 상대적으로 젊은 의사인 그는 아이폰을 쓰지만 병원의 높으신 보직 교수님들 손에는 일명 ‘아재폰’인 갤럭시 스마트폰이 들려있다. 그 갤럭시도 같은 연도에 출시된 ‘갤럭시S5’다.
새해 첫 넷플릭스가 야심차게 선보이는 오리지널 시리즈 ‘중증외상센터’는 지난 2023년에 촬영된 작품이다. 그런데 왜 작중 인물들의 핸드폰은 2010년대 중반에 머문 것인가.
[넷플릭스 제공] |
24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에서는 이와 같은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메디컬 드라마는 장르의 특성상 병원 복도와 병동, 수술실이 주무대이기에 크게 ‘시대’를 타지 않는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2025년 오늘날의 익숙한 모습에서 조금씩 어긋나 눈에 밟히는 지점이 간간히 있다.
최근 언론 대상 시사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이도윤 감독은 “물리적으로 한국에 중증외상센터가 딱 한 곳 있었던 시기가 2014년”이라며 “굳이 이 작품이 판타지인데 이렇게까지 현실에 발을 붙여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휴대폰, 자동차, 달력(월, 일만 표시된 상태)만큼은 고증을 지켰다. 적어도 이 이야기가 2010년대 초중반 즈음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은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2010년 초반과 중증외상센터. 이 둘을 이으면 여지없이 이국종 교수가 많은 이들에 머리 속에 떠오른다. 이 교수는 2011년 정부의 지원으로 세워진 전국 유일무이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 센터장 및 외상외과장을 겸임하며 수많은 환자들의 목숨을 구해왔기 때문이다. 21일 ‘중증외상센터’ 제작발표회에서 주지훈 배우도 “작품을 보며 이국종 교수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흥미로운 지점은 스승과 제자 사이로 브로맨스를 보여줄 주지훈과 추영우의 ‘싱크로율’이다. 둘 다 키가 크고, 샤프한 이미지를 가졌다. 심지어 이 감독은 ‘둘이 닮아서 서로 구분이 되겠는가’ 하는 고민을 했고, 일부에서는 ‘특히 하관이 닮았다’는 평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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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형 캐릭터 양재원을 연기하는 추영우는 현재 JTBC 드라마 ‘옥씨부인전’에서 1인2역을 소화하며 시청자들에게 단숨에 눈도장을 찍어 ‘대세 배우’로 불리는데, 사실 촬영 시기는 ‘중증외상센터’가 더 앞선다. ‘중증’ 캐스팅 당시 추영우는 주연작은 커녕 작품이 단 3개 뿐이던 신인 중에 신인이었다.
이도윤 감독은 “이 시리즈의 전체 화자는 백강혁이 맞지만, 양재원이라는 햇병아리 펠로우가 어떻게 사람을 혼자 살려낼 수 있는 ‘1인분’ 의사가 되는지에 대한 성장기라고 봐도 된다”며 “저는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도 가능성이 있는 신선한 얼굴을 기용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당시에 엄청난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영우를 캐스팅했다. 처음 추 배우가 들어오는 순간 ‘어, 저 친구 뭔가 좀 하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처음 현장에 왔을 땐 많이 헤맸지만, ‘성장형 캐릭터’니까 실제로도 그러는게 맞다고 생각해 놔두고 지켜봤다. 후반부에 갈수록 스스로 준비를 해오더라. 초반부엔 4개 테이크를 가야 오케이가 나왔지만 후반부에는 1~2 테이크만에 오케이가 나와 실제로 성장하는 모습을 봤다.”
흥미로운 지점 세번째는, 숨이 찰 정도의 빠른 전개다. 한 회차당 45분짜리 총 8화로 작품의 기승전결을 완료하는데, 한 회차에 많으면 수술 에피소드가 세 개씩 담기기도 한다. 작품 내내 크록스 신발을 신은 주지훈과 추영우, 의료진이 발바닥에 땀나도록 병원 복도를 뛰어다니기에 시청자 입장에서도 숨이 턱까지 차는 느낌이 든다.
이 감독은 ‘템포가 너무 빠르다’는 지적에 대해 “처음 시나리오와 완성된 작품이 조금 차이가 있는데, 그 중 제일 큰 차이는 편당 60분 짜리 10부작을 45분짜리 8부작으로 줄인 것”이라며 “이렇게 축약해도 시청자들이 충분히 따라오실 수 있을 거라 믿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원작 웹툰은 유머 코드가 강하다. 그런데 이런 인쇄 매체가 영상 매체로 구현될 때 조심해야 한다. 자칫하면 눈앞에 피흘리는 사람을 두고, 또는 바로 직전에 그런 사연이 지나갔는데 깔깔대고 웃어버려서 도덕적 불편함을 자아낼 수 있어서다. 그래서 영상화하면서 판타지와 땅에 발붙인 현실의 완충 지대를 계속해서 찾으려고 했고, 유머스러운 톤앤매너를 많이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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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의 고민 덕에 이번 작품은 인간의 목숨을 다루는 진중함 속에서도 적절한 타이밍에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분위기까지 잘 담았다. 그 일등공신은 항문외과과장 ‘한유림’을 연기한 윤경호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김신(공유 분)의 충직한 부하였던 그는 이번 작품에선 시청자들이 불편함 없이 깔깔 웃을 수 있는 적절한 숨구멍을 담당한다.
‘주지훈의 메디컬 활극’, 현실의 답답한 부분을 소거한 ‘사이다 판타지’로 기존 메디컬 드라마와 차별화를 두었지만, 병원 내 권력 싸움이란 메디컬 드라마의 전형적인 플롯은 그대로 이어진다. 한유림은 백강혁을 대놓고 시기하고 훼방놓는 빌런 중 하나지만 어떤 사건으로 인해 ‘개과천선’ 한다. 그러나 그 뒤로도 더 강한 빌런들이 백강혁을 가로막고 있기에 작품이 끝날 때까지 ‘하얀 거탑’과 같은 권력 투쟁은 이어질 예정이다.
이 감독은 “이 수퍼히어로물에서 어떤 장애물에도 크게 개의치 않는 백강혁에게도 후반부에 모든 것을 무너뜨릴 정도의 커다란 갈등이 닥친다. 시청자분들이 정치 싸움에 대한 기대를 놓치지 않고 봐주셨음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