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진심” 간식 하나까지 탄소배출 따져보려고…유명 IT 회사까지 그만 뒀다 [지구, 뭐래?]

설수경 오후두시랩 대표.[오후두시랩 제공]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초콜릿 하나에 1000원, 탄소 배출량은 1kg입니다”

우리가 물건을 사면서 치루는 비용은 ‘돈’이 다가 아니다. 소비에는 지구를 사용한 대가가 따라붙는다. 제작, 유통 등 모든 단계에서 크고 작은 탄소가 배출된다.

탄소배출은 기후위기의 주된 이유다. 하지만 우리가 물건을 구매할 때 이를 고려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 돈을 쓸 때마다 ‘가격표’처럼 ‘탄소 배출량’을 알 수 있으면 어떨까.

기후테크 스타트업 ‘오후두시랩’은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스타트업이다. 주력 서비스는 기업, 제품, 도시, 개인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통합 플랫폼 그린플로(Greenflow)다.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제품 생산·유통 등 경제활동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을 측정할 수 있다.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의 친환경 행동 전환을 유도한다는 게 오후두시랩의 궁극적 목표다.

측정을 위해 요구하는 정보도 까다롭지 않은 수준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지출한 비용만으로 측정할 수도 있다. 실제로 ‘가격표’를 비교하듯이 쉽게 탄소 배출량을 알 수 있는 셈이다.

설수경 오후두시랩 대표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탄소 데이터를 측정하고, 이를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조금 더 손쉽게 친환경적인 행동들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 기술’에 꽂힌 15년 경력 IT맨


설수경 오후두시랩 대표.[오후두시랩 제공]


설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약 15년간 IT업계에서 종사한 정통 ‘IT맨’이다. 2000년대 초반, 직원 수가 100여명에 불과했던 인터넷 포털 ‘다음’에 입사한 뒤 네이버, 한게임 등을 거치며 IT업계의 성장을 함께했다.

애초 창업에 대한 목표는 확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더 ‘선한 돈벌이’를 하고 싶다는 의지가 그를 창업으로 이끌었다. 경력과는 다소 동떨어진 ‘기후테크’를 택한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다.

설 대표는 “직장을 다닐 때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돈을 더 쓰도록 하는 게 주된 업무였다”면서 “이왕이면 조금 더 좋은 영향을 주는 부분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 논의된 아이디어는 ‘쓰레기 줄이기’ 등 막연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결국 ‘소비 변화’를 위한 탄소 배출량 측정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에 2020년 스스로 ‘지구테크’라고 분류한 스타트업 오후두시랩을 설립했다.

설 대표는 “결국 기업이 물건을 만들고, 이를 소비하면서 탄소가 발생한다”면서 “어떤 게 진짜 친환경 제품인지 데이터를 보고 판단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린플로 서비스 소개.[오후두시랩 홈페이지 갈무리]


초기 오후두시랩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탄소 배출량 측정·관리 서비스 ‘그린플로’ 플랫폼을 개발했다. 하지만 처음 목표대로, 다수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데이터 기반이 많지 않은 데다, 수익구조도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오후두시랩은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한 ‘그린플로 비즈니스’ 공급에 주력해 왔다. 해당 서비스는 현재 600개 이상 국내 기업이 사용 중인 탄소 회계 플랫폼이다. 탄소 배출량 측정을 통해 환경 관련 규제 대응 및 ESG 보고서 작성을 지원한다.

설 대표는 “기업들은 현재 ‘친환경’ 전환 없이는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면서 “기업들에 탄소 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는 서비스를 먼저 제공하고, 기반을 쌓은 뒤 영역을 넓히고자 하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 고객 공략…올해 고객사 1000곳으로 확대”


2024 경기도 기후테크 콘퍼런스에 참여한 설수경 오후두시랩 대표.[오후두시랩 제공]


오후두시랩의 특징 중 하나는 ‘비용’을 기반으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는 특허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 기존에 보유한 탄소 사용량 데이터가 없더라도, 사업에 소용된 비용을 입력해 탄소 배출량을 추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또 사업장 단위의 탄소 배출량을 한 번에 계산하는 ‘자동화’ 특허도 갖췄다. 이에 ESG 기반이 부족한 중소기업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게 오후두시랩 측의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본격적으로 기업 대상 솔루션 사업을 시작한 오후두시랩은 현재 600개가량의 기업을 고객으로 보유한 상태다. 최근에는 경기도 RE100 플랫폼의 기업 지원 탄소회계서비스 사업자로 선정되는 등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여타 성과도 이어진다. 오후두시랩은 지난 2023년 영국의 플래닛 마크와 스위스의 클라이밋 파트너가 주도하는 탄소회계연맹에 국내 최초로 가입한 데 이어, ‘과학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로부터 탄소 배출 감축 목표 승인을 받았다. 이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중 세 번째에 해당한다.

그린플로 서비스 소개.[오후두시랩 홈페이지 갈무리]


앞으로는 일반 소비자들이 편하게 탄소 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개인 고객 서비스 확대를 구상 중이다. 궁극적으로 일반 대중의 친환경적 행동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다.

설 대표는 “아직 서비스가 구체화된 단계는 아니지만, 지속해서 구상하고 있다”면서 “일상생활이나 소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줄여, 전체적인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올해의 목표는 우선 기업 고객사를 1000곳까지 확대하는 것. 이를 통해 기초 체력을 쌓아둔 뒤, 여타 개인 고객 서비스 확대 등에 나서겠다는 각오다. 설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가진 기술로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오늘’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품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설 대표의 각오를 조급하게 만드는 요인도 있다. 바로 ‘시간’이다. 설 대표는 “우리가 만든 서비스가 인정받기 전에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지구 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가장 큰 경쟁 상대는 ‘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설 대표는 환경 정책의 재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지금 처한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해외 주요국들에 비해 탄소 배출량 등을 정량적으로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부족하다”며 “건강 문제를 알려면 건강검진을 해야 하는 것처럼, 지금의 환경 문제도 건강검진이 필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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