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까지 쫓아와?”…수소용 가스터빈도 中에 맹추격 [비즈360]

중국, 최근 가스터빈 분야 잇따라 기술 성과
아직 한국보다 한참 아래?…“개발 속도 무시 못해”


지난해 열린 ‘CES 2024’에 전시된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소전소 가스 터빈 모형.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탄소중립 요구로 세계적으로 개발 경쟁이 치열한 수소용 가스터빈(이하 수소터빈)분야에서 중국이 우리나라를 빠른 속도로 쫓고 있다. 그동안 가스터빈 분야는 국내 기술력이 우위를 점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안심할 수 있었지만, 최근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연구·개발(R&D) 지원에 집중하는만큼 머지않은 미래에 기술 역전을 허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가스터빈 개발 성과 내는 중국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은 수소터빈을 비롯한 가스터빈 관련 기술 성과를 잇따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터빈 제조사 밍양(Mingyang)은 30MW(메가와트)급 순수 수소터빈 점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점화는 가스터빈의 작동 첫 단계인 연료 전소로, 가스터빈 성능을 확인하는 지표다.

수소터빈은 가스터빈과 달리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기술 개발만 이뤄지면 기존 가스터빈에서 연소 시스템을 개조해 수소터빈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연료를 100% 수소만 사용하는 대형 가스터빈은 아직 어느 나라에서도 개발하지 못했다. 액화천연가스(LNG)와 수소를 혼합하거나 소형 규모로만 만들어 실증에 도전하는 단계다.

가스터빈 전통 강자인 미국 GE버노바, 독일 지멘스에너지,일본 미츠비시히타치파워시스템은 모두 2027년까지 수소터빈 개발을 마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에서도 두산에너빌리티가 2027년 개발을 목표로 수소터빈 개발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중국도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가스터빈 전문가인 김동섭 인하대 교수는 “중국이 점화한 수소터빈은 30MW로 소형이라 시장에서 영향력은 제한적이지만, 그렇다고 기술 개발 속도를 무시할만한 수준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엔 또다른 터빈 제조사 중국연합중공업가스터빈기술(China United Gas Turbine Technology Co)이 300MW급 대형 가스터빈 점화에 성공했다. 그간 중국이 개발해온 가스터빈 중 가장 용량이 크다. 당시 중국공업정부화부 측은 “8년 이상의 집중적인 연구 개발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메이저 업체들과 중국은 가스터빈 기술에서 30년 이상 뒤쳐져 있었지만 이를 크게 좁혔다는 게 중국 정부 이야기다. 한국은 세계에서 5번째로 가스터빈 독자 개발에 성공한 나라다. 여기에 중국이 6번째로 등극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후발 주자 중국, 무시 못할 이유는


[123RF]


수소터빈은 물론 가스터빈에서도 아직 중국 기술력은 한국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의 글로벌 시장 입지나 기술 개발 속도를 고려하면 업계 예측보다 빠르게 중국이 추격을 해올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중국이 막강한 시장 구매력을 앞세워 해외 업체들과 기술 협약을 맺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온다. 업계 내부에선 중국이 이미 이런 시도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스터빈 기술은 그간 미국과 독일이 독점해왔었는데, 중국이 이 분야에 진출한다면 기술 이전을 요구할 수 있다. 이미 일부 기술 이전이 이뤄진 것으로도 추측된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미 가스터빈 기반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부분이다. 현재 글로벌 기술 개발 경쟁이 붙은 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용’ 가스터빈이다. 이와 유사하지만 용도만 다른 ‘항공용’ 가스터빈의 경우 중국이 일찍이 기술 개발을 시작한 바 있다.

김민국 한국기계연구원 무탄소발전연구실 실장은 “항공용 가스터빈이든 발전용 가스터빈이든 기본적인 기술 범주는 유사해 기술 기반이 어느 정도 있다”며 “항공용 기술을 이용해 발전용 가스터빈에서도 중국이 생각보다 빠르게 중국이 추격을 해올 수 있음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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