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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와 캐나다 온타리오주 윈저를 연결하는 국경 다리. 캐나다 정부는 국경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6년간 13억 캐나다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Canada Border Services Agenc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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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을 사는 처세술에 관한 책은 많다. 유대인의 지혜를 담은 인생 최고의 선물인 탈무드 이야기를 많은 이가 좋아한다. 미국이 독립을 선언한 이듬해인 1777년 6월 14일 성조기가 미국 국기로 채택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46년 성조기가 탄생한 날에 태어났다. 그는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경찰과 세계 최고 정예의 군인 덕분에 자신과 가족이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가슴 벅차한다. 1987년 저서 『거래의 기술』을 펴낸 후 지금까지 무려 18권의 책을 저술 한 그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음악교사의 얼굴을 때려 퇴학당할 뻔했다. 아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였을까? 트럼프의 부친은 아들을 뉴욕 군사학교에 보내 그가 투철한 군인 정신을 갖추게 했다. 트럼프는 그의 저서 『챔피언처럼 생각하라』에서 손자병법의 지혜를 배우라고 말한다. 미국이 중국과 패권전쟁을 하는 상황에서 기원전 6세기에 쓰인 중국의 병법 책을 읽어 보라고 하는 것은 매우 역설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모든 것을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그는 손자병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삼국지의 조조나 맥아더 장군 역시 자신이 본 여러 병법 중에서 가장 뛰어난 책이 손자병법이라고 했으니 책의 위상을 알만 하리라. 우리는 경쟁이 심한 사회에 살고 있다. 손자병법이야말로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달해주는 고전이라고 하겠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손자병법의 말은 누구나 한번쯤 들었을 것이다.
중국 춘추전국 시대를 배경으로 손자병법을 쓴 인물은 제나라 출신 손무이다. 이 책은 전쟁의 다섯 가지 기본원칙을 담고 있다. 첫 번째는 전쟁의 이유가 분명하고 바른 것이어야만 국민들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Make America Great Again)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국민의 단합을 꾀한다. 국경 보호, 에너지 개발 활성화, 트럼프 1기의 감세 정책 연장, 관세 인상 같은 비전을 내세우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자신의 우군인 공화당을 향해 현명하고 강력하게 일해서 어서 법안을 만들어 본인의 책상으로 보내라고 한다. 가능한 한 빨리 서명할 수 있게 재촉하고 있다. 손자병법에서는 적기, 지형, 훌륭한 장수, 규범 등 다른 4가지 원칙이 승리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책의 내용이 방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MAGA에 맞는 몇 가지 전략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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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기 때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
첫째, 적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이익에 끌리도록 해야 한다. 이념보다는 실리를 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실주의 정치가다운 모습을 우리는 트럼프 1기에서도 무수히 보아왔다. 아군을 잘 다스리는 것만으로 승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적장의 머리꼭대기에 앉아 작은 이익으로 적을 유인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때로는 적과의 동침도 불사해야 한다. 미국이 악의 축으로 지목하는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북한은 거대한 핵보유국이고, 나는 김정은과 좋았다”는 금기어를 툭 꺼내는 이가 그다. 이제 3차 북미회담 개최가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지금을 바라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속내는 어떤 심정일지 자못 궁금하다. 중국을 등지고 새로운 파트너 러시아와 북·러 군사 밀착이라는 밀회를 즐기는 그의 모습에서도 트럼프의 얼굴이 엿보인다. 그에게 트럼프의 재기는 옛 애인과의 설레는 재회일까? 트럼프는 손자병법의 이 대목을 생각하지 않을까 한다. 훌륭한 장수는 뱀과 같이 군대를 움직여야 한다. 뱀은 그 머리를 치면 꼬리가 덤비고 그 꼬리를 치면 머리가 덤비고, 그 중간을 치면 머리와 꼬리가 덤빈다. 서로 으르렁대는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이 한배를 탄 것(吳越同舟)과 같이 힘을 모아 강을 건너듯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과 북한은 오월동주의 신세일까. 양측이 협상을 할 때 우리는 꼭 참여해 미국의 우방으로서 우리의 입장을 적극 개진하고 실리를 챙겨야 한다. 우리 없이 김정은과의 담판으로 북한 핵무기가 용인된다면 한반도 안보 환경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게 된다.
실리를 중시하는 트럼프의 성향을 보면 일방적으로 그의 비위를 맞추어서는 안 된다. 그가 원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한적으로 제공하며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야 한다. 한국은 미국의 필수적인 경제 파트너이다. 현지 일자리 창출이나 투자 같은 카드로 트럼프의 관심을 유도하더라도 우리의 산업과 일자리 보호라는 목적을 항상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둘째, 전쟁에는 엄청난 돈이 든다는 점이다. 손자병법에서는 전쟁을 하는 데는 네 필의 말이 끄는 천대의 전차와 무기·식량 등을 나르는 마차도 천대는 있어야 한다고 한다. 게다가 천리나 되는 곳에까지 음식을 보내야 하고 계속해서 전쟁에 필요한 물건을 대려면 많은 돈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전쟁은 충분히 계획하고 계산한 후에 시작해야 한다. 적의 것을 빼앗아 쟁취하도록 힘써야 한다는 손자의 말이 정곡을 찌른다.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시장을 지배하던 시절 청년 트럼프는 부자 나라 일본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방위비를 받아내 미국 노동자와 빈곤층을 지원하자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었을 때 취임 첫날에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압박했다.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이 예고되자 캐나다가 가장 빨리 움직였다. 캐나다 총리가 플로리다 트럼프 자택을 찾아가 약 3시간 동안 회담을 유도한 것은 트럼프의 저력이다. 이 역시 손자병법에서 배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가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고 여긴다. 미국 정부는 2017년 멕시코 국경 높이를 9m까지 높였다. 이에 불법 이민자는 캐나다로 눈을 돌렸다.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미국 간 국경 상황과 미국·멕시코 간 국경 상황은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고서는 캐나다 정부가 국경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6년간 13억 캐나다 달러(약 1조30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예산은 국경을 넘는 사람을 수색하는 탐지견과 드론, 헬리콥터, 감시 타워 같은 기계나 인프라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 벌써 바이든 행정부에서 서명한 한미분담금협정을 트럼프 대통령이 깰까 무섭다. 트럼프는 지난달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를 지출할 것이다.”
연간 100억 달러는 한국이 2026년 지불하기로 합의한 액수의 9배 가깝다. 미국의 헛돈을 쓰지 않고 상대방이 쓰게 하겠다는 그의 결기가 무섭게 느껴진다.
셋째,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다. 진정한 승리는 나도 남도 더불어 사는 길을 찾는 지혜다. 그것은 무력이 아닌 머리에서 나온다. 이런 관점에 설 때 백전백승은 최선이 아닐 수 있다. 이기는 것은 무기를 들고 적을 무찌르거나 성을 점령해야만 되는 게 아니다. 손자병법에서는 이는 기묘한 꾀로 이끌어 낸 승리가 싸우고 이기는 것보다 더 빛난다는 말을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동안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보편적 관세에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선언을 검토하는 것 자체만으로 세계는 떨고 있다. 하지만 모든 나라에 일괄적으로 10-20%의 관세를 적용하는 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대미 무역흑자가 높은 우리의 경우에 미국산 천연가스를 잔뜩 사는 것도 방법이다. 일본과 중국이 국가차원에서 미국의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규모하고 있으니 그런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손자병법에는 전쟁을 잘 하는 사람은 먼저 적이 아군을 이길 수 없도록 만들고, 적을 이길 수 있는 때를 기다리라 했다. 일단 질러보고 뒷수습을 하는 채 하며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취득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 기술이다. 물론 그의 이러한 태도가 백전백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세계 경제는 자칫 위험해 질 수도 있다. 그러면 미국에도 좋을 리가 없다.
조직이 잘된 군대라 하더라도 규율이 바로서지 않으면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장수는 모범을 보여야 하고 동시에 엄하게 부하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 기강 다스리기에 이미 진입했다. 나아가 트럼프 2.0 시대에 주도권을 잡으려는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면서도 중국과 실리를 도모하는 방법은 없을까? 지도자의 공백이 생긴 우리는 한미 수장 간 호흡을 걱정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장수들끼리 호흡이 맞지 않고 윗사람의 능력이 모자라게 되면, 불평불만이 생기고 제멋대로 싸우게 되어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다. 하루빨리 지금 같은 상황이 개선되고 트럼프와 찰떡궁합인 지도자가 나타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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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시대 중원지역의 오랜 전략적 사유의 전통을 이어 받아 병법의 체계를 튼튼하게 다졌던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 모습. 상상해서 그린 그림. |
손무(기원전 544년 ~ 기원전 496년)는 춘추시대 오나라의 인물이다. 춘추시대 최고의 명장으로 고대 동양 군사전략의 최고봉이자 당대 최고의 책략가이다. 제나라(齊) 낙안 출신이며 손자병법 13편의 저자이다. 춘추시대의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고 평가되는 인물이다. 전차가 위주였던 당시의 전투체계가 보병 위주로 전환되던 시대상황을 가속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중원에 전차를 운행하기 편리한 평원이 많았던 반면, 오나라는 습지가 많아 전차를 운용하기에 좋은 지형이 아니었다. 지형에 알맞은 전술을 사용해 오나라의 정복을 가속화한 명장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