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첫해 나타난 원/달러 환율 안정세, 2기에도?…外人 컴백 동력 될까 [투자360]

달러 ‘나 홀로 강세’, 트럼프 1·2기 유사
트럼프 1기도 취임 전 ‘불확실성’ 임기 시작 후 해소 흐름
트럼프 첫날 원/달러 환율 1430원대로 안정화
“1Q 환율 하락 안정화 추세…하반기 상방 압력 가능성 대비해야”


[로이터]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최근 고공행진을 보였던 원/달러 환율이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서도 추세적으로 하향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직전까지 미국 달러화(貨)의 ‘나 홀로’ 강세 속에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임기 초반 하향 안정세를 보였던 점을 떠올려본다면, 비슷한 배경적 상황에 놓인 2기 행정부 출범 초기에도 유사한 흐름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귀환이 연초 코스피 반등세에 속도를 붙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트럼프 1기와 닮은 트럼프 2기 출발선


22일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기 전 약 4개월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가운데 원/유로 환율은 상대적으로 일정한 모습을 보인 게 두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기 전인 작년 9월 말부터 최근 상황과 같은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시작되기 전 약 4개월간(2016년 9월 28일~2018년 1월 19일) 원/달러 환율의 상승률은 5.21%(1116.19→1174.39원)였던 반면, 원/유로 환율의 상승률은 2.67%(1223.77→1256.48원)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앞둔 4개월여 기간(2024년 9월 30일~2025년 1월 20일)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원/달러 환율이 9.36%(1317.01→1440.3원)나 급등할 때, 원/유로 환율은 2.03%(1466.36→1496.15달러) 오르는 데 그치면서다.

원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평온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원화 가치의 급락세보단 달러화의 ‘나 홀로 강세’ 현상이 두드러졌던 시기가 두 번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시기의 공통된 모습이었다는 게 이은택 연구원의 분석이다.

[연합]


주목할 지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가 시작된 이후 원/달러 환율이 꾸준히 하락하며 안정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예측 불허의 ‘협상가’로서 특유의 리더십을 구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만 무성한 임기 전보다,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임기 개시 후 상황이 오히려 투자자들에겐 안도감을 줘 원/달러 환율 안정세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은택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됐던 지난 2019년에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에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 고점을 넘지 않았다는 점이 흥미로운 지점”이라며 “금융시장엔 ‘악재’보다 ‘불확실성’이 더 나쁜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날 원/달러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장보다 12.2원 떨어진 1439.5원을 기록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18일 1435.5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1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 시점을 “2월 1일”이라고 언급했다는 소식에 원/달러 환율은 1443.9원까지 급반등했지만, 이후 해당 발언이 단정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2시 원/달러 환율은 전장 서울 환시 종가와 비교했을 때 16.20원이나 하락한 143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간 거래 종가보다도 4.00원 낮아진 것이다. 이날 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도 4.5원 내린 1435.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시장의 우려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공격적으로 부과하지 않으면서 달러 가치가 급락해 환율은 하락 압력을 받았다”며 “미국 물가 상승 우려가 완화됨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우위를 보이며 위험통화로 분류되는 원화에도 훈풍이 찾아들 것”이라고 짚었다.

같은 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66% 떨어진 108.432를 나타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첫날 강달러 현상이 완화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환율 하락 요인 이어질 상반기…外人 복귀 원동력?


증권업계에선 방향성 측면에서 1분기 중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불공정 무역관행 조사나 재정정책이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이 재차 확대할 수도 있다”면서 “정책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는 것 이외에도 ▷미국 경기 확장세 둔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완화) 흐름 등 달러 하락 요인이 남아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중국 등 비(非)미국 국가의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탄탄하게 나타나는 등 미국과 비미국 국가 간의 경기 격차가 일부 축소되는 점도 달러 가치 하락 요인”이라며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단행에 따른 엔화 강세와 중국 경기 부양책에 따른 위안화 강세는 원화 강세로 일부 연동될 수 있으며, 남은 국내 정치 불안 요소가 해소될 경우 (원/달러 환율) 추가 내림세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의 화면에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 출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날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뉴스가 나오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첫날 행보를 주시하며 2,510대에서 약보합으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2.02 포인트(0.08%) 내린 2,518.0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59 포인트(0.22%) 내린 726.07로 장을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15시 30분 기준 2.2원 내린 1,439.5원을 기록했으며 이후 1,44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합]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경우 ‘환차익’으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매력도 상승하게 된다. 이은택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8.7배 수준이지만,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내려서면 외국인 투자자가 체감하는 코스피 PER은 8.4배까지 하락한다”고 분석했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일 경우 작년 하반기(7~12월)에만 코스피 시장에서 20조3920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기록했던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로 돌아올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연초 글로벌 주요국 증시 가운데 코스피 지수가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액이 전날 종가 기준 2526억원에 불과한 주요 요인으로 고(高)환율이 꼽힌다. 21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 지수가 올해 기록한 4.94%의 수익률은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3.08%), 일본 닛케이225(-0.71%), 대만 자취안(加權, 2.05%), 홍콩 항셍(2.46%), 중국 상하이종합(-0.61%), 인도 니프티50(-2.94%) 등과 비교했을 때 앞선다.

[연합]


이은택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개시 후 금리가 안정되고 원/달러 환율이 변동성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급등세만 진정된다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초대형주’와 중소형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 조합 중심으로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장기적인 강달러 기조는 유지될 가능성에 대해 염두에 두고 하반기 원/달러 환율 반등 가능성에 대해 경계심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주원 연구원은 “올해도 미국 경기는 제조업 성장 동력을 갖춰가며 확장 국면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상반기 중 과도했던 달러 강세 압력을 완화한 뒤 하반기 다시 레벨을 높일 여지가 남아있다”면서 “4월 말 통과를 목표로 트럼프 행정부가 ‘메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패키지 법안을 준비하는 만큼, 관련해 재정 적자 확대 우려가 두드러지는 시점에 또다시 달러 상방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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