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김구라, 김국진, 유세윤, 장도연, 김명엽PD, 황윤상PD. |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손석구 배우님, 공유 배우님, ‘라디오스타’ 한번 나와주세요. 장도연 누나도 보시고 즐겁게 얘기하다 가시면 됩니다.”
900회를 맞은 MBC 예능 ‘라디오스타’의 MZ세대 김명엽 PD가 ‘라스’에 모시고 싶은 분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라디오스타’는 2007년 시작해 지난 17년간 무려 1814명의 게스트가 거쳐갔다. 수많은 화제와 인물들을 배출하면서 지상파 최장수 토크쇼로 자리잡았다.
‘라디오스타’는 ‘무릎팍도사’와 함께 ‘황금어장’의 한 코너로 시작됐다. 방송 첫날은 무릎팍도사 코너에 치여 5분밖에 방송되지 못했다. 하지만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한 모양새다.
22일 상암 MBC 2층 M라운지에서 열린 900회 기자간담회에는 MC인 김국진, 김구라, 유세윤, 장도연과 김명엽 PD가 참가했다.
“토크쇼지만 범용적이다. 중량감이 있고 뛰어난 MC들이 많은데, 중량감이 있는 만큼 핸디캡도 있다. 우리는 토크쇼를 지향하지만 정통이 아닌 리얼이다. 작고, 효율적이며 가볍게 운영한다. 과거 강호동의 무릎팍도사,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해피투게더 같은 토크쇼보다 편안하게 한 게 장수의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김구라)
‘라디오스타’는 집단MC, 집단 게스트 체제의 장단점을 잘 살리고 있다. 1인 토크쇼는 게스트가 별로라고 생각되면 폭망한다. 하지만 4명 정도의 게스트로 적절히 위험을 분산하면서 관계성으로도 티키타카의 재미를 만들어내는 게 ‘라디오스타’의 묘미다.
“처음에는 너무 공격적이라 당황했다. 나의 성격과 안맞았다. 하지만 그것이 룰이 되고, ‘라스’만의 장점이 되면서 무질서속의 질서로 자리잡았다. 시계바늘이 거꾸로 가는데 일정하게 가니까 리듬이 생겼다. 장도연은 깊이가 있는 가운데 장난끼를 가지고 있다. 유세윤은 장난끼만 있다. 물론 때로는 깊은 속내를 보여주기도 한다. 구라는 가벼움의 극치다. 가벼움속에서 난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힘을 가졌다. 저(국진)는 따뜻하지 않은가. 그렇게 밸런스가 잡혔다. 저는 ‘로마 공주’ 솔비를 다시 섭외했으면 좋겠다.”(김국진)
지상파 토크쇼는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 토크쇼끼리 경쟁했지만 이제는 유튜브 웹토크와 경쟁해야 한다. 신동엽, 탁재훈, 김대희 등 인기 예능인들은 저마다 유튜브 토크쇼를 가지고 있다. 소재나 심의에서 유튜브가 훨씬 더 자유롭다.
이에 대해 1991년생 젊은 피디인 김명엽은 “유튜브에서는 술도 먹고, 토크쇼를 하니 우리가 자극성 등에서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라스’는 홍보와 관련된 분들보다는 재미를 만들어내, MC들과 케미를 발휘해 재밌는 쇼를 하고 간 분들이 많다. 진솔하고, 유쾌하며, 어디서 못 본 것들이 있는 종합선물세트다. 다양한 연령대가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디오스타’ 김구라, 김국진, 유세윤, 장도연. |
김국진도 “유튜브에서 잘 되는 분들은 결국 ‘라스’에 나온다는 게 ‘라스’의 매력이다”고 말했다.
장도연은 “합류한지 얼마안돼 900회 기념 자리에 있는 게 부끄럽고 민망하다. ‘라스’ 시작이 2007년인데 제 데뷔연도와 같다. 앞으로 1천회까지도 자리를 지키겠다”면서 “제 자리를 탐내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운좋게 합류했다. 오래 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라스’가 방송계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예인들은 철 들면 재미없다고 하는데 이곳 MC 선배들은 여전히 개구쟁이 같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세윤도 “하차를 거쳐 다시 승차해 장수 프로그램에 함께 해 좋다”면서 “‘라스’는 오래 하면서 팀 워크가 자연스럽게 갖춰졌고 게스트들도 부담 없이 편안하게 말하고 가는 콘텐츠로 정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구라는 “‘라디오스타’가 햇수로 18년이다. 과거 이경규 선배님이 나오던 ‘일밤’이 1000회가 넘어가는 걸 본 적이 있다. 더 열심히 해야겠지만, 숀 코네리가 수많은 작품에 출연해도 ‘007 시리즈’가 떠오르듯이, 김구라 하면 ‘라디오스타’가 떠오르게 돼 감사한 마음이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게스트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임우일(김명엽 PD), 솔비(김국진), 박준형-브라이언(유세윤), 홍진경(장도연), 김민재(김구라)라고 했다. 앞으로 초대하고 싶은 게스트가 있냐고 묻자 김명엽 PD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모시고 싶다. 젊은이에게 다양한 얘기를 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