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 기반 다공성 물질 설계 전략.[UNIST 제공] |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핵융합의 원료인 중수소를 효율으로 분리할 수 있는 다공성 신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화학과 최원영·오현철 교수팀은 수소와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를 분리해낼 수 있는 금속 유기 골격체(Metal-Organic Framework, MOF)를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금속 유기 골격체는 금속 이온과 유기물 리간드가 화학결합을 이뤄 내부에 기공을 형성한다. 이 기공이 좁쌀과 쌀을 분리하는 체처럼 작용해 중수소만을 골라내는 원리다.
개발된 금속 유기 골격체는 LNG 액화 온도 정도의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111K, -162.15°C)에서도 수소에서 중수소를 분리해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수소 분리는 20K(-253.15°C) 이하의 극저온에서 이뤄진다.
이번에 개발된 금속 유기 골격체는 엔트로피 기반 구조 설계전략이 적용됐다. 여러 가지 유기물 리간드를 ‘칵테일’처럼 섞어서 ‘무질서도’인 엔트로피를 올린 것이다. 이 고엔트로피 상태에서는 수소와 중수소를 분리하는 양자체 효과가 극대화 된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UNIST 연구진. 오현철(왼쪽 하단부터 반시계 방향) 교수, 남주한 연구원, 최원영 교수, 정성엽 연구원, 조창현 연구원, 정민지 연구원.[UNIST 제공] |
양자체는 좁은 기공을 통과할 때 수소와 중수소간의 확산 속도 차이를 이용해 둘을 분리하는 기법으로, 엔트로피가 올라갈수록 골격체 내 좁은 기공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양자체의 효율이 좋아진다. 연구팀은 X선 회절 분석과 수소 동위원소 파과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최원영 교수 “이번 연구는 고엔트로피 다공성 물질을 기체 흡착과 분리에 응용한 첫 사례로, 엔트로피 기반 설계의 잠재력을 확인했다”며 “이 기술이 청정 자원 활용과 미래 에너지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앙게반테 케미’에 온라인 공개돼 정식출판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