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후보군 李 목소리에 정치권 촉각
권 “발언 배경 진솔한 대화 나누고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경제상황 점검 및 현안 논의를 위해 서울 중구 한국은행을 방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만나 “정치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정치·경제 분리’ 필요성을 수 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는 최근 15조~2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필요성을 공개 제기한 것과 관련해서도 ‘추경 가시화’가 경제에 미칠 긍정적 영향을 고려한 취지라고 부연했다.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권 원내대표와 이 총재의 비공개 면담이 종료된 직후 기자들을 만나 “총재가 이미 (추경에 대한) 언급을 주셨기 때문에 그 배경에 대해서 자세히 한번 들어봤다”라며 “총재께서는 ‘추경을 먼저하자’ 그런 것보다 추경에 대한 계획이 가시화 돼야 대외신인도에 좋다는 가시화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총재는 정치 생각 없다고 이미 말씀하셨지 않나. 그런 부분을 오늘도 언급해서 오해의 여지가 없다”라며 “정치하셔도 되는 것이긴 한데, 정치적으로 국민이 예민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면담은 12·3 비상계엄 사태가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짙어지는 가운데 권 원내대표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이 총재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을 적극 지지한 데 이어, 이달 기자간담회에서 대규모 추경 필요성을 제기하며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시점이란 것에도 주목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지낸 이 총재는 거시경제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로, 앞서 국무총리 후보군에 거론된 인물이다. 이에 여권 일각에서는 이 총재의 발언을 조기대선 가능성과 연계해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했다.
권 원내대표도 이 총재와 비공개 면담 직전 모두발언에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신 부분에 대해서도 속사정이 뭐고, 그 부분에 대해서도 발언의 배경이 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방문을 결정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소속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은 추경과 관련해 전향적인 발언을 내놓은 최 권한대행에 대해 이날 앞서 “중립성과 독립성을 상실하고 월권적 재정 확대 요구를 계속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부적절한 발언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이 총재는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비공개 면담에서 권 원내대표에게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다”,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여러 번 강조했다고 한다. 최근 자신의 발언도 탄핵 정국이 정치를 넘어 경제성장률, 국가신인도 등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차원이었다는 의견을 전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기자들을 만나 “이창용 총재께서 우리나라 경제·사회 다양한 분야 대해 필요한 목소리를 내주시고 계시고,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저희도 긍정적으로 본다”라며 “한은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 당연히 한은 총재가 (그런 말을) 하실 수 있다, 이런 발언 취지가 있었다”고 했다.
아울러 양측은 면담에서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 총재도 ‘추경 즉각 편성’이 아닌 ‘추경 가시화’ 를 강조했다고 한다. 박 원내대변인은 “추경에 대한 총재의 생각을 듣고 알려진 것과 간극이 있다, 그렇게 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