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임시주총 12시 시작 예정… “양측에서 중복위임장 발견”

오전 9시 계획서 3시간 이상 지연
양측 간 신경전 고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23일 오전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고려아연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23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고려아연의 임시주주총회가 ‘주주명부 중복위임장’ 발견으로 이날 정오까지 약 3시간 가량 지연될 전망이다.

고려아연 측은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양측(고려아연과 MBK·영풍 측)에서 중복위임장이 발견돼서, 인원을 최대한 총 동원해 이를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하게 됐다”면서 “주총이 정오께까지 지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라고 공지했다.

이날 주총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MBK·영풍 간 경영권 행방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 만큼 시작부터 양측간 치열한 신경전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을 최 회장 측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이날 예상됐던 오전 8시 30분께보다 늦게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또한 주총장 앞 로비에는 금속노조 소속 고려아연노동조합 소속 노조원들이 근무복에 빨간색 머리띠를 두르고 와 피켓시위에 돌입했다. 현장을 찾은 노조원 숫자는 수십여 명으로, 이들은 MBK·영풍을 규탄하는 피켓을 든 채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 지켜내자”고 연호했다.

노조원들이 들고 온 피켓에는 ‘돈만 생각하는 투기자본 MBK’ ‘무능한 경영진 적자기업 영풍’ ‘환경오염 최대주범 영풍이 웬말이냐’ ‘적대적 M&A 당장 철회해야’ 등의 문구가 담겼다.

앞서 최 회장 측이 승부수로 던졌던 ‘집중투표제 카드’가 법원의 가처분 신청 부분 인용으로 무산된 가운데 22일 최 회장 측은 최씨 일가와 고려아연 주주 중 하나인 영풍정밀 법인이 갖고 있던 영풍 지분 약 19만226주(10.33%)를 고려아연의 100%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장외매도 방식으로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호주에 위치한 SMC는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만큼 이번 거래를 통해 고려아연 지배 구조에 순환출자 구조가 생기게 된다. 고려아연은 호주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선메탈홀딩스를 통해 SMC를 100% 지배하고 있는데, SMC가 다시 영풍 지분 10.33%를 확보하면서 고려아연 지분 25.42%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우리 상법(제369조 제3항)상 상호주 제한 규정에 따라서 영풍이 가지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은 의결권을 상실하게 된다. 해당 법이두 회사가 서로의 지분을 10%(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를 초과해 갖고 있을 경우, 각 회사가 상대방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업계는 양측 간 지분 격차가 4~5% 수준인 것으로 관측하고 있는데, 영풍 측 지분이 표 대결에서 이탈할 경우에는 최 회장 측이 유리한 고지를 다시 점하게 된다.

MBK와 영풍 측은 주총이 재개되는 대로 박 의장의 교체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이 의결권을 갖지 못하게 될 경우에는 이런 절차가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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