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사 초유의 일…커제 “평생 이런 굴욕 없었다” 무슨 일?

지난 23일 치러진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에서 중국의 바둑 스타 커제가 사석 관리 실패로 경고받고 항의하는 모습. [바둑TV 유튜브 캡처]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한국에서 열린 메이저 세계기전 결승에서 초유의 반칙패와 기권패로 우승을 놓친 중국 바둑 간판스타 커제에게 중국 팬들의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24일 중국의 소셜미디어 웨이보(중국판 엑스)에서는 누리꾼들이 커제의 웨이보에 몰려가 ‘9관왕’이라는 댓글을 이어 달며 그를 응원하고 있다.

커제는 전날 치러진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3번기 최종 3국에서 ‘사석(死石·따낸 돌) 관리’ 위반 문제 등으로 심판의 경고와 벌점 2집을 받자 이에 불복해 대국을 포기하면서 한국의 변상일 9단에게 우승을 넘겨줬다. 커제는 지난 22일 열린 2국에서도 사석 위반으로 경고 2번을 받아 반칙패를 당했다.

‘세계대회 최연소 8회 우승’의 기록을 보유한 커제는 이번 경기에서 우승하지 못했음에도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세계대회 9관왕’이라고 직접 프로필을 수정했고, 이를 본 누리꾼들이 커제를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이청바둑망 등 중국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커제는 우승을 놓치자 “평생 이런 굴욕은 없었다”며 동료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3국 경기 도중 심판의 경고를 받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큰 소리로 항의했다. 커제는 ‘사석’ 규정뿐만 아니라 변상일이 착수 상황에서 심판이 대국을 중단시켜 시간을 벌어줄 의도가 아니었냐는 항의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패배가 확정된 뒤 커제는 저녁 시간에 중국 바둑팀과 함께 식당에 갔으나 식욕이 전혀 없다고 음식도 주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치러진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에서 중국의 바둑 스타 커제가 사석 관리 실패로 경고받고 항의하는 모습. [바둑TV 유튜브 캡처]

세계대회 결승에서 반칙패와 기권패가 발생한 것은 초유의 일로, 중국 현지 매체들은 이처럼 파행이 빚어진 이번 대회 결과를 두고 비판 기사를 쏟아냈다.

중국 매체들은 “경기에서 진짜로 이기지 않은 변상일이 우승을 차지했다”면서 “한국은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가는 대신 체면을 잃었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중국바둑협회도 “이번 LG배 3국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성명을 발표했다. 협회는 “심판의 중단 시기가 부당하고, 경기의 정상적 진행에 영향을 줬다”며 “심판의 과도한 방해를 받아 계속 경기를 마칠 수 없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사석 관리 규정은 국제대회 때 중국 선수들이 따낸 돌을 여기저기 던져놓아 형세 판단에 혼란을 겪는 상황을 방지하려고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경기 전 중국 바둑팀은 한국기원이 지난해 11월 만든 새로운 ‘사석 관리’ 규정을 전달받았으나, 커제가 새로운 규정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결국 초유의 반칙·기권패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기원은 설 연휴 이후 사석 관리 규정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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