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조지아 HMGMA서
아이오닉 5·9 생산 예정
“보편적 관세 이슈에서 유리”
GM과 전기차 협업도 구체화
4년 연속 매출 신기록을 갈아치운 현대자동차가 ‘보편적 관세 부과’를 예고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내 생산 능력 확대에 속도를 낸다. 고부가가치 모델의 현지 생산성을 높이고, 미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공고히하며 대내외 불확실성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2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시범 운영을 시작한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순수전기차 아이오닉 5와 플래그십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아이오닉 9을 올해부터 생산한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와 SUV 등 고부가가치 차종의 판매 호조세에 힘입어 연간 최다 판매 실적을 경신했다. 다만 ‘미국 우선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 출범하면서 이에 대한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느라 분주한 모양새다.
하이브리드차량 생산 확대는 대표적인 대응 전략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최근 HMGMA에서 전기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차도 생산할 수 있도록 공장 설계를 변경했다. 이를 통해 연간 생산 규모를 기존 30만대에서 50만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전날 서울 양재 사옥에서 열린 2024년 4분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대차 측은 “미국의 보편 관세 부과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해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현지 생산 제고 의지를 드러냈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부사장은 “알라바마 공장에서 약 40만대 정도 생산할 수 있고, 조지아주에서도 35만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현재 미국 시장에서 100만대에 조금 못 미치는 판매량을 기록 중인데, 관세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현지 생산을 통해 전체의 70~80% 수준을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조금 걸릴 수는 있겠지만 저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생산을 현지화하는 것”이라며 “유연한 대응으로 전기차 판매가 둔화되는 시점에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경쟁 중인 일본의 토요타·혼다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비교해 관세 이슈로부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승조 현대차그룹 기획재경본부 부사장은 “토요타·혼다의 경우 멕시코와 캐나다에서의 생산 비중이 높은데 혼다는 주력 차종을 두 국가에서 소싱하고 있고, 토요타 역시 투싼 경쟁차종 전체 물량의 과반(53%)을 멕시코에서 생산하고 있다”며 “보편적 관세에 대한 부정적 효과 측면에서는 이들 경쟁사보다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상황도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 부사장은 “환율 시나리오별로 손익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관해 검토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환율 상황이 뒷받침이 된다면 관세 부과 등의 여파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차의 올해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미국 기업과의 파트너십 강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일(현지시간) 글로벌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파트너십 체결을 계기로 현대차그룹은 SDV(소프트웨어중심의자동차)·로보틱스 등 모빌리티 설루션을 지능화하고, AI 기술 적용 범위를 사업 운영 전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9월 첫발을 내디딘 미국 대표 완성차 제조사 제너럴모터스(GM)와 협업도 올해를 기점으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조 부사장은 “GM과 바인딩(구속력 있는) 계약을 체결 중”이라며 “올해 1분기 내 공동구매 계약 체결 및 상용·승용 협력 논의를 완료하고, 완료 시점에 맞춰 양사가 공동으로 이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전기 상용차 분야에서는 북미 시장 진출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GM과 ‘리벳징’을 검토 중이다. 리뱃징은 현대차의 전기 상용차 모델을 미국 현지에서 GM 브랜드로 재출시하는 것을 뜻한다.
한편,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414만1959대(도매 판매 기준)를 판매했다. 매출액은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호조세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7.7% 늘어난 175조2312억원을 기록하며 4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다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판매보증 충당금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5.9% 줄어든 14조2396억원을 기록했다. 서재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