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美 베어로보틱스 경영권 확보…로봇사업 속도

베어로보틱스 지분 30% 추가 인수
약 2600억원 투자해 경영권 확보
LG전자 제조역량·판매망 결합
상업용 넘어 가정·산업용까지 확장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LG 월드 프리미어(LG WORLD PREMIERE)‘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LG전자 제공]



LG전자가 미래 패러다임을 바꿀 성장 산업으로 떠오른 로봇 시장에 참전을 선언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상업용 자율주행로봇 기업 베어로보틱스(Bear Robotics)의 경영권을 손에 넣고 본격 승부수를 띄웠다.

최근 국내 주요 기업들이 로봇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직접 설립하며 로봇 사업에 뛰어든 가운데 LG전자도 인공지능(AI) 기술과 제조 역량을 활용해 가정용·산업용 로봇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베어로보틱스 지분 51% 확보…하정우 CEO 유임=LG전자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베어로보틱스의 지분 30%를 추가 인수하는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의결했다고 24일 밝혔다. 현금과 사업양수까지 합치면 이번 콜옵션 행사에 따른 투자금액은 총 1억8000만달러(약 2584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 6000만달러(약 800억원)를 투자해 베어로보틱스 지분 21%를 취득한 LG전자는 최대 30% 지분을 추가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콜옵션 행사가 완료되면 LG전자의 베어로보틱스 지분은 51%가 된다. 베어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로봇 사업 시너지 확대를 위한 경영에 주력할 방침이다.

기존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베어로보틱스 창업자인 하정우 최고경영자(CEO)를 비롯 주요 경영진은 유임하기로 했다. LG전자에서도 베어로보틱스 이사회 멤버로 참여해 상업용 로봇 사업 시너지 창출에 집중할 방침이다.

베어로보틱스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인텔과 구글 등에서 근무한 하정우 CEO가 2017년 설립했다. 로봇 소프트웨어(SW) 플랫폼을 비롯해 로봇을 최적의 경로로 움직이도록 하는 군집제어 기술, 클라우드 관제 솔루션 등의 분야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는다.

하 CEO는 지난해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LG전자가 로봇 사업을 직접 하기 때문에 우리의 사업을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하고 정확하게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까지 세세하게 알고 있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럽다”며 LG전자와의 협력에 높은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상업용 로봇 공략 탄력…가정·산업용까지 넘본다=LG전자는 현재 ‘클로이 로봇’을 중심으로 영위하고 있는 상업용 로봇 사업 일체를 베어로보틱스와 통합해 상업용 로봇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베어로보틱스의 기술력에 LG전자가 강점을 지닌 제조 역량 및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를 결합하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업용 로봇을 호텔TV·사이니지·IT기기 등 LG전자의 B2B 솔루션과 결합해 기업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한꺼번에 공급하는 ‘턴키 수주’ 방식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LG전자 전체 로봇사업의 소프트웨어 역량도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LG전자는 베어로보틱스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상업용·산업용·가정용 로봇을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 플랫폼을 구축해 각기 다른 로봇을 사용하는 고객들에게 상향 평준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합 플랫폼을 다양한 로봇에 공통으로 적용하면 개발 기간을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IFA 2024에서 집안의 가전과 사물인터넷(IoT) 기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이동형 AI홈 허브(프로젝트명: Q9)를 선보이며 가정용 로봇 사업 진출을 예고했다.

두 바퀴로 움직이는 Q9은 자율주행 기술과 음성·음향·이미지 인식 등을 접목한 멀티모달 센싱을 통해 집안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사용자와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생산기술원의 스마트팩토리 사업 주축인 산업용 로봇은 AI·DX(디지털전환) 등과 접목해 본 사업의 조 단위 매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자율주행 수직다관절로봇’의 경우 카메라·레이더·라이다 등 센서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움직이며 산업 현장에서 자재를 공급하는 동시에 로봇 팔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한다.

▶현대차가 물꼬 튼 로봇…삼성·LG·SK·한화 등 가세=LG전자의 이번 베어로보틱스 추가 투자로 미래 성장을 위한 국내 대기업들의 로봇 사업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조주완 LG전자 CEO는 이달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기자간담회에서 “로봇은 명확한 미래(Certain Future)”라며 로봇 사업 진출이 필연적임을 강조한 바 있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020년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에 약 1조2000억원을 투자하면서 물꼬를 튼 이후 최근 국내 대기업들의 로봇 투자가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12월 국내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한 레인보우로보틱스에 2675원을 추가 투자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2023년 투자한 868억원까지 포함하면 총 투자 규모는 3540억원에 달한다.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품은 삼성전자는 동시에 로봇 개발을 전담할 ‘미래로봇추진단’도 신설하며 신성장동력인 로봇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AI, 소프트웨어 역량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에 본격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한화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2023년 협동로봇·무인운반차(AGV) 사업을 하는 한화로보틱스를 설립했으며 SK온은 지난해 5월 산업용 로봇을 제조하는 유일로보틱스에 367억원을 투자하며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이삼수 LG전자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은 “이번 추가 투자는 ‘명확한 미래’인 로봇을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LG전자의 확고한 의지에 따른 것”이라며 “상업용·산업용·가정용 등 로봇 사업 전방위 분야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현일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