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체 보릿고개’에도 솟아날 구멍?…SK·DL·금호 스페셜티 앞세워 호실적 전망

SK케미칼 석화 사업 영업익 22.8%↑ 전망
DL케미칼 2배 가까이 늘어나…금호석화도 선방
중국 범용 제품 증설…LG화학·롯데케미칼 적자
SK·DL·금호석화 스페셜티 제품으로 위기 극복


SK케미칼 코폴리에스터로 만들어진 화장품 용기. [SK케미칼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SK케미칼과 DL케미칼, 금호석유화학이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을 덮치고 있는 중국발 공급과잉이라는 악재에도 지난해 실적 선방에 성공했다. 중국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않은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을 앞세워 위기를 극복한 것이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 DL케미칼은 지난해 석유화학 사업에서 전년 대비 높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SK증권은 SK케미칼 그린케메칼 부문이 지난해 영업이익 1214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22.8%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린케미칼 부문은 SK케미칼의 석유화학 사업을 맡고 있다. 대신증권은 DL케미칼의 지난해 영업이익 전망치(별도기준)로 2025억원을 제시했다. 1108억원을 기록했던 2023년보다 82.8% 늘었다.

금호석유화학의 지난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3131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 감소했다. 하지만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LG화학 석유화학 사업, 롯데케미칼과 비교했을 때 선방했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최근 역대급 부진을 겪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시황에 상관없이 범용 석유화학 제품을 끊임없이 증설하면서 공급 과잉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공급 과잉 여파에 석유화학 제품의 쌀이라고 불리는 에틸렌 마진은 수익성의 마지노선인 톤당 300달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에틸렌을 주력 제품으로 삼고 있는 LG화학, 롯데케미칼은 직격탄을 맞았다.

SK케미칼과 DL케미칼, 금호석유화학은 스페셜티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위기를 극복했다. 중국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통해 위기를 극복한 것이다.

SK케미칼의 대표 스페셜티 제품은 코폴리에스터이다. 코폴리에스터는 비스페놀A와 같은 환경호르몬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소재이다. 유리와 같은 투명성을 지녔음에도 강도가 강해 생활용품부터 산업재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DL케미칼 공장 내부에 폴리부텐이 보관돼 있다. [DL케미칼 제공]


DL케미칼의 주력 제품은 폴리부텐(PB)이다. PB는 주로 산업용 윤활유에 쓰인다. 특히 엔진오일 첨가제 등에 활용되는 고반응성 PB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회사는 전 세계에서 DL케미칼을 비롯해 3곳에 불과하다. 글로벌 PB 시장에서 DL케미칼은 20%가 넘는 점유율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중국 업체들보다 기술력이 뛰어난 타이어용 합성고무를 생산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에 대비해 전기차용 고기능성 타이어 합성고무인 스티렌부타디엔고무(SSBR)도 양산하고 있다.

SK케미칼과 DL케미칼, 금호석유화학은 스페셜티 사업 경쟁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이 언제 반등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스페셜티 제품을 통해 수익성을 꾸준히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금호석유화학 여수공장 전경. [금호석유화학 제공]


SK케미칼이 가장 적극적이다. 스페셜티 소재의 신규 용도를 발굴하기 위해 그린 소재 및 리사이클 사업 산하에 각각 마케팅&비즈니스 개발 운영실을 신설했다. 안재현 SK케미칼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 8일 신년 경영전략 발표회에서 “SK케미칼만이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존 스페셜티 영역의 진입 장벽을 높임과 동시에 또 다른 스페셜티 영역을 빠르게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김종현 DL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PB 사업에서 윤활유 용도 외에도 지속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넥스트 PB’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은 신기술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핵심 역량 고도화는 우리의 장기적인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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