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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를 수사하거나 재판할 때, 여전히 피해자의 인권에 걸림돌이 되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관련 여성단체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체(전성협)은 24일 ‘2024년도 성폭력 수사재판과정에서의 인권보장을 위한 시민감시단 디딤돌·걸림돌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디딤돌 9건, 걸림돌 10건, 특별디딤돌 1건 등이다. 디딤돌은 긍정적 사례, 걸림돌은 부정적 사례를 가리킨다.
걸림돌 사례는 검찰 2건, 경찰 1건, 법원 7건 등이다.
대표 사례로는 직장 상사로부터 강간, 강제추행, 협박 등을 당한 피해자 A씨는 전주지검 정읍지청의 수사 과정에서 “강제 키스했을 때 왜 혀를 안 깨물었어요?”, “본인이 여지를 줘서 그런 거예요” 등의 말을 들었다.
이후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아울러 서울 영등포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2팀은 피해자가 교제기간 내내 반복된 강간, 폭행, 협박, 스토킹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을 제출했으나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그 이유로 ‘불쾌하고 성가실 수는 있겠으나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행동은 아니다’라는 점을 들었다.
또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피해자가) 극도로 거부하며 격렬히 저항하지 않았다’며 강제추행 및 강간 사건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전성협은 “20년 전 폐기한 기준인 ‘사력을 다한 반항’이 증명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했다”며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구시대적인 해악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반면,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보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로 ‘디딤돌’ 사례로는 검찰 1건, 경찰 1건, 법원 7건 등이 선정됐다.
우선 성폭력 피해자의 역고소(무고)와 관련해 ‘성인지감수성’에 의거해 3년 만에 원심을 파기 환송한 대법원 1부가 이름을 올렸다.
또 의정부지검은 성인 남성인 국가대표 코치가 국가대표 운동선수이자 아동 청소년인 피해자를 성폭행한 사건에 대해, 스포츠계 위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는 스포츠계 성폭력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