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청구됐다, 우린 200억이다” 독감 유행 얼마나 심각하면

환자 2016년 이후 최대 규모
작년 12월 전월대비 120% 증가
보험사 청구액 보면 심각성 뚜렷
연휴낀 1월 청구액은 더 많아질 듯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첫째 주 표본 감시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독감) 증상을 보인 의심 환자 수는 99.8명으로 1주 전의 73.9명에서 1.4배 늘었고, 지난해 49주차 7.3명에서 4주 만에 13.7배 급증했다. 서울 성북 우리아이들병원에 독감 예방접종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뉴시스]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역대급 독감’에 환자수가 폭증하면서 보험금 청구 액수도 수십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설 연휴가 낀 1월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여파에 국내 손보사들 실적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 손해보험사에 독감으로 청구된 실손보험금은 지난해 11월 5억원, 12월 60억원에 이어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은 올해 1월에는 이미 100억원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B 손해보험사도 같은 기간 4억원, 90억원에 이어 설 연휴 전 벌써 200억원을 넘겼다. 설 연휴가 지난 후에는 지난해 청구액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독감은 지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대 규모로 유행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1월 1주 차에 표본 감시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 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 수는 99.8명으로 전주 대비 1.4배 증가했다. 2주 차는 86.1명으로 감소했지만 가장 높은 유행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11월 대비 12월, 독감으로 인한 보험금 청구 액수가 몇십배 증가했을 정도”라며 “통상 청구는 시간을 두고 하니 지급보험금 증가는 연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앞서 ‘독감 상품’은 보험사 간 과열 경쟁 대표적 사례였다. 보험사들은 2023년 10월 통상 8만원 내외의 치료비가 발생하는 독감치료비 보장한도를 20만원에서 50만∼100만원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그 결과 한 손해보험사의 독감보험 손해율은 2023년 1분기(1∼3월) 29.2%에서 4분기(10∼12월) 543.6%로 급등했다. 실제 치료비에 비해 보장금액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융당국이 지도에 나서기도 했다.

급속도로 번지는 독감 유행에 대형 손보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유행한 독감 증상으로 인해 실손보험 청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보험사에 실손보험 청구가 증가해 회계제도 변화 이후 가장 큰 폭의 예실차(보험금 예상치와 실제 수치 차이)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대신증권은 삼성생명·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메리츠금융지주 다섯 곳의 지난해 4분기 합산 순이익이 1조200억원으로 컨센서스(시장 추정치 평균)인 1조5000억원보다 31.9% 낮을 것으로 봤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4분기 보험사 5곳의 예실차 손실 합계는 4870억원으로 회계제도 변화 이후 가장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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