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중견 3사, ‘BYD 상륙’에 긴장…내수 입지 더 좁아지나 [여車저車]

BYD ‘아토 3’, 사전 계약 7일 만에 계약 1000대↑
BYD 가성비 전략 ‘아토 3’, 3150만~3330만원
보조금 적용 시 2000만원대 구매 가능
업계 “중견 3사와 판매 간섭 가능성 커”


BYD 소형 SUV ‘아토 3’ 외관. 서재근 기자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국내 완성차 업계가 한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중국 BYD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초 “‘가격 낮추기’가 아닌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했던 BYD가 일단은 가성비 카드를 꺼내 들고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BYD 코리아가 지난 16일 브랜드 론칭과 함께 사전 예약을 시작한 소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아토 3’가 일주일 만인 23일 계약 건수 1000대를 넘어섰다.

BYD 아토 3의 사전 계약 물량의 99%는 통풍시트, 공기 정화 시스템, 전동 테일게이트, 스웨덴 오디오 기술 브랜드 ‘디락’ 사운드 시스템 등의 편의 사양이 적용된 상위 트림 아토 3 플러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토 3는 지난 2022년 출시 이후 전 세계 시장에서 100만대 이상 판매된 브랜드 대표 모델로, ▷BYD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플랫폼 3.0’과 ▷모든 전기 제어 장치 및 관리 시스템을 연결하는 양산형 8-in-1 전기 파워트레인 ▷리튬인산철(LFP) 기반 60.48㎾h 블레이드 배터리가 장착됐다.

BYD는 론칭 첫해인 올해 연간 판매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첫 모델이 거둔 사전계약 성적과 관련해 “순조로운 출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업계의 시선은 ‘아토 3’의 판매 가격에 쏠린다.

‘아토 3’의 경우 국내에서 기본 모델과 상위 트림인 플로스 모델 두 가지 트림으로 출시됐다. 기본 모델은 3150만원, 상위 트림인 플러스 모델은 3330만원(VAT 포함)이다. 아직 아토 3의 경우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액수가 책정되지 않았지만, BYD코리아 측은 실구매가가 2000만원대까지 내려갈 것으로 내다고보 있다.

앞서 브랜드 론칭 행사 당시 조인철 BYD코리아 대표는 “아토 3의 국내 판매가격은 유럽을 비롯해 다른 주요 시장에서보다 더 싸게 책정됐다”라며 “이는 보다 많은 한국 소비자들이 ‘BYD’라는 브랜드 가치와 기술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으로 중국 본사에서도 한국 시장의 중요성에 절대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업게에서는 사실상 2000만원대 중국산 전기차의 등장은 KG모빌리티(KGM), 르노코리아, GM(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 등 중견 3사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KGM이 올해 1분기 출시 예정인 전기 픽업 ‘무쏘 EV’ 이미지 [KGM 제공]


특히, BYD 배터리셀 등 전기차 관련 기술을 이식한 전기차 모델을 판매 중인 KGM의 경우 시장 내 판매 간섭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현재 KGM이 판매 중인 전기 SUV ‘토레스 EVX’의 경우 BYD의 73.4㎾h급 리튬·인산·철(LFP) 블레이드 배터리가 탑재됐다.

토레스 EVX은 4000만원대 초반으로 콤팩트 모델과 준중형 모델이라는 차이점을 고려하더라도 아토 3와 격차는 1000만원을 넘어선다. 아울러 올해 1분기 출시 예정인 국내 첫 전기 픽업 ‘무쏘 EV’ 역시 BYD 기술이 대거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코리아와 GM한국사업장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양사 모두 국내 시장에서 전기차를 판매하지 않고 있지만, 새로 들여올 신차 가격을 ‘아토 3’ 수준에 맞출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들 중견 3사가 지난해 거둔 판매 성적 역시 이 같은 관측에 설득력을 더한다. KGM이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판매한 토레스 EVX는 모두 6112대다. 매월 509대씩 판매한 셈인데, 이는 아토 3 사전계약 건수의 절반 수준이다.

르노코리아와 GM한국사업장은 각각 중형 SUV ‘그랑 콜레오스’와 콤팩트 모델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판매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BYD는 ‘아토 3’를 시작으로, 올해 퍼포먼스 중형 전기세단 ‘씰’, 중형 전기 SUV ‘씨라이언 7’ 등 총 3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예정이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라는 차이점을 고려하더라도 씨라이언 7의 가격이 시장 예상치보다 현저히 낮게 책정된다면 모델 간 판매 간섭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BYD가 국내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라는 핸디캡을 가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아토 3 사전계약 대수에서 볼 수 있듯이 경기침체로 차량을 구매할 때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BYD의 가성비 전략이 가져올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BYD가 가진 브랜드 포지션과 더불어 LFP배터리를 사용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현대차·기아보다 중견 3사에 미치는 영향이 조금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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