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지도부 한 달…당 안정·지지율 반등 견인[이런정치]

차분한 관리형 비대위…원내지도부와 ‘케미’
극우 강성 지지층은 ‘적극 동참’ 주문도
“쓴소리 듣지만 비교적 균형 잡힌 행보”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양당 대표 회동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이후 당이 안정을 찾고 나아가 보수세를 결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당내 비주류 의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등 갈등을 봉합했다는 것이다. 다만 극우 성향의 강성 지지층과의 거리 설정 문제를 두고선 당내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30일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지도부 체제가 한 달을 맞았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당이 격랑에 휩싸이며 한동훈 전 대표가 전격 사퇴했고, 이후 5선의 권 위원장이 의원총회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돼 지난달 30일 ‘권영세 체제’가 본격 가동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권 비대위원장이 당을 안정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입을 모았다. 비례대표 A의원은 “당이 화합하지 못하는 위태위태한 상황들이 많지 않았느냐”며 “당내의 갈등, 분란을 수습하고 안정화한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계엄 해제와 탄핵소추안 가결에 나선 친한(한동훈)계 및 소장파 의원들이 공격받고, 일부 의원들이 장외 집회에서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는 등 극심한 내홍이 시달리던 국면을 권 비대위원장이 무사히 넘겼다는 것이다.

수도권 지역구의 B의원은 “권 비대위원장이 당의 보이지 않는 목소리를 들어 단합의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부산이 지역구인 C의원도 “특정 한 두 의원 외에는 (당론에 반하는) 표현이 많이 없어지지 않았냐”며 “서로 한뜻으로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들만 있었는데 권 비대위원장이 갖고 있던 경험을 발휘한 덕”이라고 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관리형’ 비대위와 기존 원내지도부의 ‘케미’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A의원은 “권 비대위원장은 차분하고 조용하면서 안정적인 스타일이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강한 추진력과 장악력을 보여준다”며 “그런 면에서 적절한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D의원도 “권 비대위원장은 점잖고 합리적인 데다 흥분을 하지 않고 차분한 스타일”이라며 “권 원내대표는 솔직담백해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의 조합이 좋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새 지도부를 꾸린 기간 당 지지율도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24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1월 4주차)에 따르면 21~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도는 38%로 집계됐다. 한국갤럽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실시됐다. 응답률은 16.4%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2월 2·3주차 조사에서 24%까지 떨어졌던 국민의힘 지지도는 1월 2주차 34%를 기록했고, 1월 3주차 조사에서 39%까지 올랐다.

지지도 상승은 “복합적”이라는 게 의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지만, 이 기간 윤 대통령 탄핵소추 및 체포와 구속영장 발부, 구속기소가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 지도부가 선방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D의원은 “계엄은 잘못됐지만 이를 빌미로 보수를 괴멸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반발로 보수 지지층이 뭉친 것”이라면서도 “(권 비대위원장이) 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다만 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등 혐의 관련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극우 성향의 강성 지지층과 중도 지지층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헤쳐나가야 하는 과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도부는 대통령 체포 및 구속 과정에서 장외에 나서는 의원들을 말리지도, 두둔하지도 않는 유보적 태도를 보여 왔는데 당 내부에서도 지도부를 향한 주문은 엇갈리고 있다.

C의원은 “설 연휴 전통시장에서 만난 지지자들에게 질타받았다”며 “지역별 편차는 있겠지만 최선을 다해 ‘영어의 몸’으로 있는 대통령을 지키는 데 동참하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A의원은 “국민의힘과 지지자들 사이의 괴리감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지지자들과 원팀이 되려면 부정선거론이나 장외 집회에 나서야 한다”며 “보수 세력을 결집하고 확장하려면 당이 이슈를 적극적으로 리드해 가야 하는데 지금 국민의힘은 거리를 두고 따라가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과 중도 확장에 염두에 둔 행보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D의원은 “권 비대위원장은 서울에서 계속 정치를 했던 만큼 중도보수적 성격을 가졌다”며 “민감한 문제가 발생할 때 당의 스펙트럼에 따라 의견이 나뉘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지만 당 지도부는 소속감을 키우고 양쪽 의견을 다독이면서 끌고 가야 한다”고 했다.

B의원은 “(지도부가) 계엄에 찬성하지 않으니 지지층에게서 쓴소리를 듣지만 비교적 균형 잡힌 행보를 보여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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