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거론…“당서 역할 찾아야”
친명 “무조건 반대…함께 못한다”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간 갈등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구속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탄핵심판이 속행되면서 조기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더욱 커진 가운데, 이른바 야권의 신삼김(김경수·김동연·김부겸) 등 비명계 구심점으로 꼽히는 인사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서면서다.
보수가 결집하는 상황에서 여권의 집중 포화 대상이 된 이 대표는 대선 승리를 위한 당내 통합이라는 난제를 떠안게 됐다.
3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날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이 대표와 차담을 나누면서 “이 대표에게 비판적인 사람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아울러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와 부산 가덕도 신공항 등 영남권 정책들을 적극 살펴달라는 요청을 하면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이름도 거론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담에 배석했던 한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문 전 대통령이 ‘부울경에서는 김 전 지사 같은 분이 당에서 역할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라고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의 이같은 조언은 친명계와 비명계의 대립이 다시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가 0.73%포인트(p)의 차이로 패배했던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난해 총선 공천을 거치면서 민주당 내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공천을 받지 못해 원외로 밀려난 비명계의 반발은 민주당이 지난 총선에서 과반 의석인 170석을 확보하면서 잦아들었지만, 최근 신삼김과 임종석 전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이 대표를 겨냥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계파갈등은 다시 고개를 들었다. 친명계 역시 비명계를 향해 맞불을 놓고 있다.
특히 ‘친문(친문재인)적자’로 꼽히는 김 전 지사는 이 대표와 친명계를 향해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 전 지사는 지난 29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 “일극체제, 정당 사유화라는 아픈 이름을 버릴 수 있도록 당내 정치문화를 지금부터라도 바꿔나가야 한다”라고 적었다. 아울러 “2022년 대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총선 과정에서 치욕스러워하며 당에서 멀어지거나 떠나신 분들이 많다”라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기꺼이 돌아오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친명계는 곧장 반발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은 3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 전 지사를 향해 “혹시나 있을지 모를 조기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게 하는 데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가 향후 통합과 포용을 위해 내놓을 방안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이 대표가 다양한 인사들과 직간접적인 대화를 이어가고, 당에서 어떤 역할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원외 인사들이 각자 자신들의 활동을 하느라고 당내 역할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지 않느냐”라며 “당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하는데 막아선 적은 없다”고 했다.
다른 친명계 의원은 “민주당 승리의 대전제는 통합이어야 한다. 누구든 포용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라면서도 “하지만 지난 과거 이야기를 꺼내 들고 끝까지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는 사람들과 같이 갈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