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안내린다는데… 韓, 경제살릴 ‘카드’ 실종 [이슈&뷰]

美 기준금리 3월에도 동결 전망
韓, 통화정책 활용 공간 사라져
내수 위기지만, 속도조절 불가피




“서두를 필요가 없다”(파월 의장, 1월 29일 금리 동결 직후)

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3연속 금리인하가 멈췄다. 견조한 경기 흐름 속에서 통화정책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다. 일시적 제동으로 속단하기도 어렵다. 시장에선 이미 3월 금리 인하도 힘들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 통화당국 입장에선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이미 미국보다 낮은 기준금리를 고수하는 입장에서 나 홀로 빠른 금리 인하를 가져가기 어렵다. 급격하게 얼어붙은 내수를 감안해 2월엔 고환율 부담을 안고서라도 인하를 강행할 수 있지만, 이후엔 속도조절이 불가피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 침체에 대응할 여력이 사라지는 셈이다. ▶관련기사 5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1월 2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현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기존보다 현저히 덜 제한적인 반면 경제는 강한 상황”이라며 “우리는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고 말했다. 오는 3월 금리 인하를 여전히 고려 중이냐는 질문에도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이날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9월 ‘빅컷’(0.50%포인트 금리인하)을 시작으로 금리인하 사이클을 개시한 뒤 작년 12월까지 세 차례 연속 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이번 동결 결정으로 연속 인하 기조가 깨졌다.

중앙은행 독립성을 지키겠단 발언도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기준금리 인하를 재차 요구했다.

파월 의장은 “대중은 우리가 늘 그래왔듯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확신해도 좋을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정책 수단을 활용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면서 묵묵히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선 연준이 상당히 ‘매파적(긴축)’으로 돌아섰다고 보고 있다. 이번이 끝이 아니라 3월에도 또다시 동결 결정이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3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82%로 반영됐다. 전날엔 69%였다.

한은 현지정보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와 관련 “견조한 경제상황, 관세 정책 불확실성 등을 감안할 때 현재의 금리수준을 고수하는 것에 매우 만족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이치뱅크도 “추가 금리인하를 서두를 것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에 3월에도 금리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입장에선 통화정책을 펼칠 공간이 줄었다. 이미 한국의 기준금리(3.00%)는 미국(4.25∼4.50%)보다 1.50%포인트나 낮다. 독단적으로 금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미국 기준금리가 기대만큼 빠르게 내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중장기적으로 달러 가치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단 의미다. 원/달러 환율이 자연적으로 내려갈 수 없는 조건이 형성되는 셈인데, 여기에 우리나라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낮추면, 원화 가치 하락(환율 급등)과 외국인 자금 유출이 생겨난다.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입장에선 벽에 부딪힌 셈이다. 일단 시장에선 워낙 안 좋은 내수 경기를 고려해 2월엔 기존 전망대로 금리를 인하한 뒤, 이후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애초 한은 전망치(2.2%)보다 0.2%포인트나 낮은 2.0% 성장하는 데 그쳤다. 소비·건설투자 등 내수 부진에 비상계엄 이후 정치 불안까지 겹친 탓이다. 특히 4분기 성장률(전분기대비)은 저조한 건설투자(-3.2%) 등의 영향으로 0.1%에 불과했다.

이에 글로벌 투자은행(IB) 해외 전망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 눈높이도 계속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최근에도 씨티가 1.5%에서 1.4%로, JP모건이 1.3%에서 1.2%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이런 상황에서 2월 금리까지 묶게 되면 자칫 내수 경기를 살릴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3일 금리 동결 결정 직후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며 “성장 하방 위험과 함께 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졌다”고 직접 언급했다.

총재 자신을 제외한 6명의 금통위원이 모두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라는 점도 강조했다. 홍태화 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