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I 성능도 갈 길 멀어…글로벌 AI 100대 기업에 한국 0곳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로이터] |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발 ‘쇼크’로 한국도 초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저비용 고성능’으로 AI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사이, 한국 AI 기술 수준은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과의 AI 격차가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벌어진 것 아니냐는 냉정한 평가가 쏟아진다.
국가 차원에서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뒤늦게 총력전에 뛰어들었지만, 이대로라면 주도권을 완전히 뺏기고 ‘AI 비주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고조되고 있다.
31일 ICT업계에 따르면, 중국 딥시크가 단 89억원의 비용으로 오픈AI의 ‘챗GPT’와 맞먹는 성능의 AI의 선보이면서, 한국도 고효율의 AI 개발이 시급해졌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딥시크의 개발 비용은 챗GPT의 5.6%의 불과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대규모 투자나 고성능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의존하지 않고도 기술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되면서, 한국이 결국 ‘기술력’에서 중국에 완전히 밀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그동안 중국과 한국의 AI 기술 격차 신호는 곳곳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당장 원천 기술의 지표가 되는 AI 관련 특허 수는 중국이 압도하고 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생성형 AI 특허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까지 최근 10년간 출원된 생성형 AI 관련 특허는 5만4000건으로 이중 중국이 3만8000건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76%에 육박하는 비중이다. 2위는 미국으로 6276건을 기록하고 있다. 3위 한국은 4155건에 그친다. 중국과의 9분의 1도 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AI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AI 성능 면에도 국내 기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일반 지식·추론 능력을 평가하는 대규모다중과제언어이해평가(MMLU)에서 중국 딥시크의 ‘R1’과 오픈AI의 ‘o1’은 각각 90.9점, 91.8점 기록해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국내에선 업스테이지의 자체 개발 모델 ‘솔라 프로(프리뷰 버전)’가 79.14점에 그친 정도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67.98점)와 LG AI 연구원의 ‘엑사원 3.5’(78.3점)은 이보다도 낮은 점수를 보였다.
이렇다 보니 전 세계 100대 AI 글로벌 기업 내에 한국 기업은 단 한 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올 초 국회가 글로벌 AI 100대 기업을 선정해 만든 ‘글로벌 AI 기업 지형도’에 국내 AI 기업은 0곳이다. 국회 도서관은 해외 통계 및 시장조사 사이트에 나타난 기업 활동, 파트너십, 투자, 특허, 국내외 언론 기사와 정부 발표 자료 등을 기반으로 이를 선정했다. 100대 AI 기업 중 가장 많은 곳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59개 기업), 2위는 중국(10개 기업)이다.
AI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
우리 정부도 ‘세계 AI 3대 강국’을 목표로 뒤늦게 총력전에 나섰지만, 막강한 투자와 연구 인력을 쏟아붓는 중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중국은 2030년까지 AI 산업에 1800조 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구 인력만 41만 명에 달한다”며 “이에 비해 우리는 2027년까지 65조 원 정도 투자할 계획이며, 연구 인력도 2만여 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처럼 국가 차원의 대규모 투자, 기존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기술 혁신을 가능하게 할 제도에 대해 고민, AI 전문 인재와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 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