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김영철이 간다’ 2부작이 우리에게 알려준 점[서병기 연예톡톡]

김영철

재외동포의 치열한 삶과 도전 탐방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난 28~29일 설 특집으로 방송된 2부작 다큐멘터리 KBS 1TV 글로벌 한인기행 ‘김영철이 간다’가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김영철이 간다’는 배우 김영철이 전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재외동포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나름의 고충을 포함한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동네 한바퀴’의 원조 김영철이 범위를 세계로 넓힌 셈이다. 재외동포협력센터가 제작 지원을 했다.

1부에서는 ‘아르헨티나의 슈퍼우먼, 황진이 한인 앵커’, 2부에서는 ‘미식성지 샌프란시스코의 별 황정인 셰프’가 각각 방송됐다.

배우 김영철은 취재와 리포터, 내레이션을 겸하는 프리젠터로 참여해 편안하고 안정적인 진행과 함께 볼거리와 감동을 더했다.

1부에서 방송된 황진이 앵커는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에서 한민족의 저력을 입증한 재외동포이자 인기스타다. 현지인들에게도 쉽지 않은 지상파 메인앵커가 된 황진이 앵커는 20살 최연소 앵커 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재능있고 실력과 교양을 갖춘 앵커로 인정받으며 교민사회에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다.

황진이가 진행하는 정보 토크쇼 ‘라 나시온’의 에르난 로드리게스 PD는 “황진이의 강점은 물흐르듯이 진행하며, 공백이 발생하는 순간에 대처를 잘한다”고 전했다.

황진이가 처음부터 아르헨티나 방송계에서 인정받았을까? 그럴 리 없다. 8살에 이민을 온 황 씨 가족은 가진 것을 모두 사기당해 밑바닥 생활을 경험해야했다. 하지만 황진이는 이때 부모님의 어려움을 알게되었고, 말 잘하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황진이는 5개 국어로 진행하는 예시방송 테이프를 들고 방송국 PD를 찾아다녔다. 그의 노력과 열정으로 방송 앵커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르헨티나의 한인 앵커 황진이편

황진이 앵커는 이민자 가정을 지켜낸 K-장녀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차별과 한계에 부딪치기도 했다. “외국인이 뉴스를 전달할 자격이 있냐”는 말도 나왔고, 은근히 따돌림도 있었다. 선배들이 “다시 해와”라며 황 앵커를 힘들게 하기도 했다. 7년간의 방송생활을 접어야 할 정도로 힘들었다. 재외동포로서의 삶의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정신이 힘드니 몸까지 아팠다.

황진이 앵커는 좌절하지 않고 한국을 소개하는 라이브 유튜브 방송을 개설해 K-팝 등 한국문화를 소개하면서 한-아르헨티나의 문화적 가교로 활동했다. 이 유튜브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구독자가 145만여명으로 늘었다. 남미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유명 인플루언서 황진이의 개인방송은 현지 열성팬들을 낳았다. 이를 통해 한국어를 공부하는 현지인도 있었다.

‘한류스타’이기도 한 황진이의 팬미팅에서 황진이는 자신이 좌절감과 싸운 얘기를 전하고 한국인의 정(情) 문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팬미팅에 참가한 엘리자벳 로드리게스는 “제가 우울증 약을 먹고 있었는데 지금은 기쁘고 행복하다. 황진이를 통해 새로운 세계와 문화를 만난 덕분이다. 그녀가 전하는 기쁨과 카리스마가 인생의 한 단계에서 저를 많이 도와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진이 앵커는 방송과 오프라인 만남을 통해 사람들에게 “당신은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이다. 너가 하고 있는 일이 최고다”라고 말하면서 자긍심을 심어준다. “아픈 것도 더 나은 큰 시기를 위해 존재하는 거다”라며 긍정적 사고관을 이끌어준다. 한국에서 황진이의 활약상을 본 시청자들도 마음속에 뿌듯함 같은 것이 생겼으리라고 생각한다.

황정인

29일 방송된 ‘미식성지 샌프란시스코의 별 황정인 셰프’도 좌절과 한계를 이겨내고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는 대표적인 재외동포다.

황정인 셰프는 샌프란시스코에서 미슐랭 3스타를 보유하고 있으며 입구부터 장독들이 줄서있는 파인 다이닝 식당 베누(benu) 총괄셰프이자 미슐랭 1스타 정통한식 레스토랑 ‘산호원’을 운영한다. 그는 동료셰프들로부터 “끊임없이 새로운 요리를 창조한다. 창의적이면서 에너지와 평점심을 유지한다. 그러면서 동료들에게 안정감을 준다”는 말을 듣고 있다.

황정인은 현지언론으로부터도 ‘떠오르는 스타셰프’ ‘샌프란시스코 미식계의 별’로 인정받고 있다. 음식민속학자 준조 리는 “황정인은 다양한 한식의 풍미를 제공한다. 한식을 대놓고 보여주기보다는 한식의 지혜를 은은하게 표현한다”고 평했다.

황정인은 어떻게 미국에서 그 어려운 총괄셰프 자리에까지 올랐을까? 그는 영국과 프랑스에 요리유학을 갔다. 프랑스 요리를 8년간 익혔다. 프랑스 문화와 언어까지 공부했지만 더 이상 올라갈 수가 없었다.

“피가 한국사람인지라 한국요리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겠더라. 그러다가 9년전 이 곳에서 기회를 찾았다.”

황정인

 

황정인

황정인은 샌프란시스코의 ‘팜-투-테이블’(Farm-To-Table 레스토랑에서 필요한 작물과 관련해 좋아하는 맛이나 색깔, 크기까지 직접 농부와 소통하는 시스템)을 위해 농부와 마트를 직접 찾아다니고, 주방에서 쓸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체력을 기르는 일도 중요시한다. 역시 프로페셔널리즘이 몸에 배어있었다. 김영철 배우가 어떻게 음식을 만드는지 비결을 물어봤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요리를 생각해보는데요. 그런데 막상 만들어보면 완벽한 요리는 안나오죠. 이거를 계속 시도하면서 바꿀 건 바꾸고 더할 건 더하고, 뺄 건 빼서 여러번의 시도 끝에 손님앞에 올리게 되는 거죠”

그런 황정인 셰프도 집에서 김장을 할 때는 어머니의 보조셰프 역할을 하고 있었다. 황정인 집을 방문한 김영철 배우는 미역국에 치즈를 올린 황정인 모친의 창의적 조합의 음식을 먹은 후 “황정인 셰프가 어머님의 DNA를 물러받으셨구나”라고 말했다. 안어울릴 것 같은데 잘 어울리는 이 조합을 황정인 어머니는 이미 30년전에 개발했다.

마지막으로 김영철 배우가 황정인 셰프에게 요리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지를 묻자 황 셰프는 “진심이다. 음식을 만들고 접대하는 것 모두 진심이 중요하다. 고객을 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진심이 없으면 안된다”고 답했다. 결국 요리도 ‘진심’이 손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는 말이다.

김영철 배우는 포춘쿠키의 발상지인 이 곳 샌프란시스코에서 황정인 셰프에게 “그대는 이미 빛나지만 손을 뻗어 더 많은 별을 따기를…”이라는 메모를 넣은 포춘쿠키를 황정인 셰프에게 전했다.

이번 설특집 글로벌 한인기행 ‘김영철이 간다’는 황진이 앵커, 황정인 셰프 두 사람만 방송하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큰 반응이 나왔다. 파일럿이 아니라 정규프로그램으로 제작해야한다는 반응도 있다.

시청자들도 해외에서 차별과 한계를 극복하고 주류사회에서도 인정받는 단계에 진입한 해외동포의 삶과 성공을 들여다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을 것 같다.

재외동포의 세대가 내려갈수록 한국인에 대한 정체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곤 한다. 국내에 거주하는 한국인들도 디아스포라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

이럴 때일수록 부산과 대구 인구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재외동포들이 지구상에서 삶을 영위하는 ‘코리아 디아스포라’의 중요성과 포용성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해졌을 것이다.

특히 프리젠터와 내레이션을 통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배우 김영철은 방송내내 아빠 미소를 잊지않고 편안하고 구수한 이미지로 출연자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진정성이 더욱 강화됐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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